-아우디 전기차 작명법, EV 위에 아우디 강조
-내연기관 vs 전기차, 브랜드 전략도 진통
BMW "i", 현대차 "아이오닉(ioniq)", 기아 "EV", 아우디 "이-트론(e-tron), 벤츠 "EQ", 폭스바겐 "I.D.", 토요타 "bZ", 미니 "일렉트릭(Electric)", 쉐보레 ‘볼트(BOLT)’. 자동차기업들이 오로지 전기차에만 사용하겠다며 만들어 낸 전용 브랜드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으로 개발되면 각 제조사별로 내세운 브랜드 아래 각자의 차명으로 존재하게 된다. 대표적으로 현대차만 해도 아이오닉 일렉트릭에 이어 아이오닉 5, 아이오닉 6 등이 이미 존재한다. 폭스바겐도 I.D.3, I.D.4 등이 마련돼 있고 BMW는 "아이(i)" 산하에 SUV 구분 표시인 "x"까지 넣으며 이미 다양한 세단과 SUV 전기차 라인업을 구축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아우디가 흥미로운 작명법을 내놨다. 전통적인 차명 짓기에 아예 전기차를 포함시켜 전기차와 내연기관차 모두 "아우디(AUDI)"를 강조하는 방식이다. 대표적인 것이 홀수는 내연기관, 짝수는 전기차로 나누는 식이다. 이에 따라 A4 후속 내연기관은 A5, A6 내연기관의 후속은 A7으로 바뀐다. 대신 A4와 A6는 전기차가 된다. 동시에 짝수가 전기차임을 보다 명확히 알려주기 위해 "e-트론"을 뒤에 붙인다. 새로운 작명법에 따라 향후 등장할 중형 세단 전기차는 "A6 e-트론"으로 명명된다. 이어 전기 SUV "e-tron" 또한 "Q8 e-tron"으로 바뀐다. 복잡한 차명을 단순화함으로써 소비자 혼동을 방지하고 전기차와 내연기관을 명확히 분리하되 모두 "아우디(AUDI)" 품에 있음을 강조한다는 의지다.
사실 완성차기업에게 전기차는 이동에 필요한 동력이 전기로 바뀐 것일 뿐 "자동차"라는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BMW는 한때 전기 구동계에 "일렉트릭 엔진(Electric Engine)"이라는 용어를 붙이기도 했다. "엔진(Engine)"은 동력을 만들어내는 장치를 뜻하고 사용하는 에너지가 화석연료라면 "IC(Internal combustion) 엔진", 전기는 "일렉트릭 엔진"으로 명명했다. 에너지가 무엇으로 전환되든 동력발생장치를 의미하는 "엔진"을 붙여 자동차 브랜드로서 BMW를 앞세우는 전략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기업 의지와 달리 시장에선 전기차 자체를 내연기관 자동차와 영역이 전혀 다른 이동 수단으로 인식하려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배터리에 전기를 담는다는 점에서 전력운송 수단으로 생각하기도 하고, 주유소 대신 충전기를 사용하니 전자제품의 일종으로 여기기도 한다. 심지어 고도화된 지능을 명분으로 스마트 디바이스 범주에 넣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다. 나아가 이제는 아예 전기차를 새로운 산업군으로 떼어내려는 움직임도 계속되고 있다.
반면 완성차기업은 오랜 시간 공들여 쌓아 왔던 기업 및 제품 브랜드가 전기차에 흔들리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전기차가 별도 산업 또는 영역으로 인식될수록 브랜드 영향력이 낮아지는 탓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유럽이다. 유럽은 이미 중국의 신생 전기차 브랜드가 속속 상륙하는 시장이다. 초반 보급형 전기차를 앞세웠다면 이제는 프리미엄 브랜드가 진출을 앞두고 있다. 지리자동차 산하 고급 전기차 브랜드 지커(Zeekr)가 올해 하반기 노르웨이, 스웨덴, 네덜란드 등에 진출한다. 이들이 경쟁을 예고한 곳은 바로 BMW, 벤츠 등의 프리미엄 브랜드다. 소비자들의 전기차 인식이 내연기관과 다르다는 점을 파고들어 전기차만의 별도 브랜드 영역을 만들겠다는 목표다.
재미나는 것은 신생 전기차 프리미엄 브랜드의 자신감이 높다는 점이다. 이미 중국 내수에서 경제적 부유층을 대상으로 전기차를 개발, 판매한 경험 덕분이다. 2021년 기준 크레디트스위스가 세계 백만장자 숫자를 파악한 결과 중국은 619만명으로 한국의 5배다. 중국 내 백만장자들 또한 자신의 경제적 지위에 걸맞은 프리미엄 전기차를 구매했고 제조사는 이들을 대상으로 많은 경험을 축적했다. 그 결과로 파악한 것이 고가의 프리미엄 전기차를 구매하는 사람일수록 내연기관과 전기차를 분리하려는 경향이 짙다는 사실이다. 결국 사는 지역은 달라도 경제적 부유층의 기저 심리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노리는 셈인데 소득이 높을수록 전기차와 내연기관차 영역을 별개로 인식해 기존 내연기관 프리미엄 브랜드 영향을 적게 받는다는 게 이들의 판단이다.
비단 이런 현상은 유럽 내 프리미엄 브랜드도 어느 정도 인식하는 듯하다. 내연기관 제품과 전기차 판매를 분리하려는 움직임이 실제 일어나고 있어서다. 벤츠의 경우 일본 내에 시범적으로 전기차 브랜드 "EQ" 전용 매장을 열었다. 분명 벤츠의 서브 브랜드가 "EQ"인데 오히려 "EQ"를 벤츠와 분리하는 것이 서로의 브랜드를 지키는 것이라 판단한 결과다. 소비자에겐 "내연기관=벤츠" 인식이 강하게 남아 있어서다. 물론 어떤 방식의 브랜드 전략이 시장에 적절한 지 아직은 알 수 없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내연기관과 전기차의 영역을 나누려는 움직임은 점점 커질 것 같다.
권용주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