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교차로 우회전, 올바른 소통이 역효과 줄인다

입력 2023년06월01일 00시00분 구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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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황별 통행보다 보행자 보호 초점 맞춰야
 -이해 쉬운 대국민 소통이 정책의 성패 갈라

 올해 1월부터 교차로 우회전 차의 일시정지가 의무화됐지만 여전히 혼란스러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보행자가 없는 텅 빈 사거리에서 우회전을 하지 않고 멈춰 있는 차, 뒤에서 경적을 울리는 차 등 교차로에서 소란이 일어나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교차로에서 우회전이 가능한 상황인지 아닌지 헷갈려 하는 운전자들이 주저하며 교통흐름에 악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운전자들은 왜 아직도 우회전 일시정지를 어려워하는 것일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이러한 현상이 운전자 탓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새로운 법안을 시작하는 첫 단추를 잘못 꿴 탓이 더욱 크다. 2022년 1월 국토부는 우회전 시 보행자 보호 의무를 다하지 않는 차에 대한 과태료 및 보험료 할증 내용을 발표했다. 도로교통법 개정안 시행은 7월이었음에도 단속이 시작된다는 소식이 먼저 국민에게 전해진 것이다. 

 결과는 참담했다. 국민들이 새 법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 단속에 대한 공포심이 높아지자 잘못된 정보들이 난무하기 시작했다. 일부 유투버들은 조회수를 위해 "과태료 폭탄"이라는 제목을 내세워 법안을 제멋대로 해석한 영상을 내놓는가 하면, 여러 동호회에서도 잘못된 정보들이 퍼지면서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심각해졌다. 우회전 시 사고가 발생하면 모두 운전자 책임이니 보행자 신호가 들어오면 무조건 우회전을 하지 말고 버텨야 한다는 식의 자의적 해석이 온라인에 우후죽순 올라왔다. 물론, 이는 잘못된 해석이다. 횡단보도에 보행자가 있고 없음은 운전자가 충분히 판단할 수 있으며, 우회전을 하지 않고 마냥 기다린다면 교통 흐름에 악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법안에 대한 설명도 아쉬운 부분이었다. 일단 정지 후 보행자만 없다면 교차로에서 천천히 우회전이 가능한 단순한 법안임에도, 이에 대한 설명은 복잡하기만 했다. 신호등 상황별로 우회전 가능여부를 분리해 설명하니, 운전자들이 교차로에서 상황별 대처를 생각해내느라 허둥댔던 것이다. 상황별이 아니라 "보행자 보호"에 초점을 맞춰 설명했다면 이해가 훨씬 쉬웠을 것이란 아쉬움이 남는다. 여기에 올해 1월22일부터 우회전 신호등을 도입하고 교차로에서 적색 신호에 우회전할 시 정지 의무를 명확히 하는 내용의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을 도입하며 또 한 번 혼란이 가중됐다. 짧은 기간 내 우회전 법안이 또 다시 수정됐지만, 우회전 신호등은 전국에 고작 15개만 시범 설치된 까닭이다.

 우회전 일시정지 법안의 대국민 소통 실패는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개정안 시행한 이후 2개월간 우회전 교통사고 건수는 오히려 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다. 부상자도 3,750명으로 늘어났으며, 사망자의 경우 24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3명보다 무려 2배 가까이 급증했다. 교통사고를 줄이자고 개정한 법이 오히려 역효과를 낳은 것이다.

 우회전 일시정지는 사실 기존과 크게 차이 없는 단순한 법안이다.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보행자 보호 의무에 대한 내용을 보다 강조했을 뿐이다. 하지만 법안 시행 전부터 시작된 단속과 복잡한 법안 설명, 잘못된 해석이 서로 뒤엉켜 운전자들의 공포심만 유발한 채 결과적으로 많은 부작용을 낳은 법안이 돼버렸다. 새로운 법안은 국민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 교육수준과 연령대에 상관없이 모두가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내용이 어렵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법안에 대한 적절한 소통없이 단속을 내세워 공포심만 유발한다면, 아무리 좋은 법안과 취지라도 국민에게 올바르게 전달되기 어려울 것이다.

정현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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