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해석은 무죄, 본질적 충돌은 불가피
대법원이 렌터카를 이용할 때 운전 기사를 알선, 돈을 받고 사람을 이동시켜 주는 과거 "타다"의 사업 방식에 무죄를 선고했다. 관광 목적 11인승 이하에 기사를 알선하는 것은 개정 전 여객운수법에 명시된 조항이었으며 사업 초창기 자치단체와 주무 부처인 국토부도 법적 문제가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는 점도 무죄의 이유가 됐다.
그런데 렌터카에 기사를 알선해 사람을 이동시켜 주는 유상운송 서비스는 누가 봐도 법리적으로 문제가 없다. 하지만 법리적 판단에 앞서 "타다"와 "택시"는 본질적으로 사업이 같다. 그런데 택시는 다양한 규제를 받는 반면 "타다"는 규제 밖에 있었던 것이 갈등의 근본 원인이다. 택시는 차종, 연료, 요금, 사업구역, 운전자격 등을 세세히 규정하고 따르도록 했지만 렌터카 기사 알선은 택시가 아닌 만큼 규제 적용 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차종, 연료, 요금, 사업구역을 사업자 마음대로 지정할 수 있고 이용자인 국민들은 환호했다.
그러자 택시도 차종, 연료, 요금, 사업구역, 운전자격 등의 완화를 주장했다. 그러나 정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요금 결정권을 민간 사업자에게 넘기면 이동 요금이 올라 국민들의 경제적 부담이 커지고 연료를 바꾸면 환경적 영향이 발생하고, 사업구역을 완화하면 큰 도시로 택시가 몰려 소도시 주민들은 이동 서비스에 제약이 생기고, 운전자격을 완화하면 범죄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그래서 택시 업계도 서비스 고급화를 외치며 혁신 운송을 추진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면허"라는 재산권이 발목을 잡았다. 택시 사업을 위해 유상 취득한 면허를 포기해야 했기 때문이다. 일부 고령 택시사업자는 면허권만 보상되면 사업을 접겠다는 사람도 나타났다.
하지만 문제는 보상 주체다. 워낙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탓에 자치단체, 국토부 등 어느 누구도 택시 사업자의 면허 재산권 보상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개인 간 거래를 통해 취득한 재산을 국가가 왜 보상해줘야 하느냐는 비판이 제기된 탓이다. 그도 그럴 것이 택시 면허는 법적으로 거래되지만 매각을 통한 소득세 등의 세금은 부과되지 않는 애매한 재산권이다. 그러나 분명 재산으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이른바 사각지대에 놓인 재산권이다. "타다"가 많아질수록 면허 재산권이 하락하니 택시 업계는 형평성 논란을 제기했다.
이런 복잡한 배경 속에 결국 유상운송의 기울어진 운동장에 분개한 택시 단체들이 타다 퇴출에 나섰고 점점 목소리가 커졌다. 그러자 정부는 택시 규제 완화와 "타다" 사업을 조정하는 역할에 놓였다. "택시의 규제를 대폭 완화하느냐?" 아니면 "타다를 택시와 같은 규제 대상에 넣느냐?"의 갈림길에 봉착했다. 그 결과 "타다"를 일정 부분 규제 속으로 끌어들이는 쪽으로 방향을 설정했고 결국 여객운수법을 개정했다. 렌터카 기사 알선 사업은 허용하되 운행대수는 허가 받고 택시와 본질적으로 사업 형태가 같으니 일정 수익은 택시 면허보상에 사용할 수 있도록 기여금을 도입했다. 동시에 렌터카 기사 알선은 6시간 이상 이용으로 제한하되 운행 지역도 공항 또는 항만으로 구체화했다. "타다"는 결국 사업을 접었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지난해 말 택시대란이 벌어졌다. 승차난을 겪은 국민들의 불만이 쌓이자 국토부 원희룡 장관은 택시 문제가 개선되지 않으면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 확대를 예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관련 업계는 그의 언급에 큰 비중을 두지 않았다. 면허권 보상이 없는 한 국토부도 이동 서비스의 돌파구가 없음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새로운 플랫폼운송사업자에게 기여금을 면제해주고 운행 허가대수를 늘려도 수익을 내기 어려운 게 운송사업이어서 뛰어들 주체도 없다.
이때 상황 해결로 도입된 것이 호출료 및 요금 인상과 개인택시 부제 해제다. 국토부는 호출사업자의 호출료 인상을 받아들였고 자치단체는 기본 요금을 높였다. 동시에 심야 할증시간도 확대했다. 한 번에 세 가지 항목의 비용을 높이니 심야에 개인 택시가 쏟아져 나온 반면 이용자는 높은 요금에 부담을 느껴 감소했다. 덕분에 승차대란은 빈차대란으로 바뀌었고 택시는 택시대로, 이용자는 요금이 올라도 서비스 개선이 없다며 이용자대로 불만을 토로했다. 더불어 개인택시 운행 확대로 수입이 줄어든 법인택시는 개인택시 부제의 원상복귀를 요청하는 중이고 개인택시는 30년 만에 해제된 운행 제한을 다시 되돌리면 또 다시 심야 승차대란이 벌어져 국민들의 편익이 저해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자치단체와 국토부는 어느 쪽 손을 들어주지도 못한다. 정치적 부담을 감내해야 하는 탓이다.
그래서 "타다" 무죄는 판결이 아니라 "유상운송"이라는 본질을 봐야 한다. 법리적으로는 무죄일지 몰라도 돈을 받고 사람을 목적지로 이동시켜 주는 유상운송이라는 본질은 변한 것이 없다. 그러나 변화하는 새로운 모빌리티 시대에 국민들의 이동 서비스 개선은 반드시 필요하다. 정치적 부담을 떠나 해결책이 모색될 때까지 공론의 장이 지속적으로 마련돼야 하는 이유다. 그러나 택시 문제 해결에는 아무도 나서지 않는다. 이른바 벌집을 건드리는 것과 같아서다. 그 사이 국민들의 이동 서비스 편익은 계속 떨어지는 중이다.
권용주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