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관련 세금 많을수록 전환 어려울 수 있어
오는 7월부터 자동차 공장도가격에 부과되는 개별소비세율이 3.5%에서 5%로 환원된다. 내수 진작을 위해 2년 동안 적용했던 세율을 되돌려 놓는 셈이다. 개소세율이 오르면 개별소비세교육세와 부가세가 함께 올라 소비자가 부담하는 최종 자동차 가격도 인상된다. 이 경우 자동차 구매 의욕이 감소할 수 있어 정부는 국산차의 세금 부과 기준액을 18% 낮췄다. 한 마디로 국산차 한 대를 판매할 때 제조사의 평균 이익률을 18%로 정한 격이다. 이 경우 개별소비세율 5%를 적용하면 세액이 크게 증가하지 않는다. 정부의 설명에 따르면 공장도가격 4,200만원짜리 국산차를 7월에 사면 약 30만원 가량의 추가 부담만(?) 발생한다.
개별소비세 환원이 발표되자 시장에선 자동차와 관련된 세금이 다시 한번 도마에 오르는 중이다. 특히 친환경차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세금 갈등이 논란이다. 기본적으로 개별소비세와 부가세는 중앙 정부가 부과하는 것이지만 세금이 여기서 그치는 것은 아니다. 지방 정부는 새 차를 등록할 때 취득세를 받고 연간 자동차세도 부과한다. 각 자치단체들이 자동차 대여사업자의 채권 의무 구입 비율을 낮춰주며 해당 지역의 등록을 경쟁적으로 유도하는 것도 자동차세와 취득세를 얻기 위한 조치다. 운행은 서울에서 하되 등록지가 제주인 경우가 발생하는 배경이다. 이를 두고 한때 자치단체 간에 갈등이 빚어져 소송이 벌어지기도 했다. 자치단체의 자동차세 의존도가 높아 벌어지는 불가피한 현실이다.
자동차가 많이 사용하는 기름도 예외는 아니다. 기름에는 중앙 정부가 부과하는 교통에너지환경세, 교육세, 부가세 외에 자치 단체로 들어가는 주행세가 포함돼 있다. 주행세 또한 마찬가지로 자치단체의 세수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어 결코 낮출 수 없는 항목이다. 기름의 유류세를 낮춘다는 것은 중앙 정부 세금을 낮추는 것일 뿐 지방 정부 주행세는 총액의 변동이 없도록 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를 줄이면 자치 단체의 반발이 거센 탓이다.
문제는 전기차로 전환되며 점차 유류세 및 자동차세 감소가 예상된다는 점이다. 현재는 보급을 위해 전기차의 개별소비세도 줄여주고 자동차세도 연간 10만원으로 책정했다. 더구나 전기차는 유류세 비중이 절반 가량인 기름을 쓰지도 않는다. 당장은 비중이 낮아 관망하지만 점차 늘어나는 전기차 보급에 정부의 걱정도 크다. 게다가 연간 2~3조원의 보조금을 쏟아부으며 전기차를 확산시키는 마당에 세수 보전을 위해 내연기관과 동일한 세금을 부과하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런 가운데 자치 단체는 기름의 주행세 및 내연기관의 자동차세 규모가 줄어드는 것에는 절대 반대한다. 하지만 전기차 등록이 늘어날수록 자동차세는 줄고 주행세가 포함된 유류의 세수도 감소하는데 이때 자치 단체의 부족분은 중앙 정부가 어떻게든 보전을 해줘야 한다. 이 말은 자동차에서 줄어드는 세금을 어디선가 충당해야 한다는 말과 같다. 지금은 기름에서 세원을 얻지만 유류세의 앞날은 결코 밝지 않다. 얼마 전 만난 정유사 고위 관계자는 "이미 기름 사용량이 줄어 공장 가동율을 30% 가량 줄인 상황"이라며 "내년에 수송 부문의 연료 생산은 더욱 줄이고 석유화학 쪽에 보다 집중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럼 유류세를 대체 어디서 보전할까?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국내 유류세 규모는 2020년 기준으로 연간 20조원이 넘는다. 부가세를 포함하면 22조원 가량이다. 정부 목표대로 2035년 30%가 전기차로 바뀌면 유류세도 그만큼 사라진다. 따라서 결국 주목하는 것은 전기차 충전 가격이다. 기름과 마찬가지로 자동차용 충전 전기에도 세금이 부과될 가능성이 높다. 운행하는 이동 수단은 에너지가 필요하고 이때 세금은 친환경과 무관한 구조를 가질 수밖에 없다. 지금은 "친환경"이라는 이유로 갖가지 혜택을 받지만 세금 명분을 세우려면 "친환경"은 기본 값이 되고 이동 에너지에 세금 부과는 정책적 수단이 된다는 의미다. 이때 갈등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충전 전기 요금이 오르면 경제적으로 굳이 전기차를 사야 할 이유가 없다. 그럼 다시 화석연료를 사용하려는 욕구가 분출되고 탄소 중립은 그만큼 멀어지게 된다.
그래서 자동차에 세금이 많은 나라일수록 친환경 전환이 어렵다는 얘기는 정설로 받아들여진다. 대표적으로 한국이 그렇다. 자동차에 부과되는 세금만 개별소비세, 개별소비세교육세, 부가세, 취득세, 자동차세 외에 자동차가 사용하는 연료에 교통에너지환경세, 교육세, 주행세, 부가세 등이 부과된 탓이다. 이 가운데 어느 것 하나도 포기하기란 쉽지 않다. 나아가 세금은 아니지만 세금처럼 인식하는 채권 의무 구입도 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세금 문제를 공개적으로 꺼내 드는 것은 부담이다. 줄이는 것도 늘리는 것도, 전기차를 통해 보전하는 것도 극심한 갈등이 빚어질 수 있어서다. 자동차 세금 부과에 대한 공론화가 점차 절실해지는 이유다.
권용주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