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충전 표준 3분할 방향 놓고 경쟁
테슬라 충전기를 GM과 포드도 이용하겠다는 내용이 보도되자 수많은 분석이 쏟아진다. 대체적으로 서로 "윈-윈"의 결과가 예상되는 만큼 테슬라, 포드 등의 주가가 오르기도 했다. 이용자 관점에서 보면 충전 편의성이 높아지는 것이어서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GM과 포드가 테슬라 충전기를 이용한다고 테슬라 방식이 충전 표준이 된다는 것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미국 전체에 구축된 14만8,000기의 충전기 가운데 테슬라가 개방한 충전기는 7,500기에 머무르는 탓이다. 게다가 미국 정부는 보조금 등을 통해 오는 2030년까지 미국 내에서 50만기의 충전 인프라를 구축키로 했는데 이 과정에서 테슬라 충전기 비중이 축소되면 "윈-윈" 효과는 줄어들 수밖에 없어서다. 확대될 45만기의 충전 인프라를 누가 주도할 것이냐에 따라 표준 논의도 달라지는 셈이다.
기본적으로 전기차 충전 표준은 두 가지로 모아진다. 하나는 자동차와 충전기를 연결하는 커넥터의 모양이고 또 다른 사안은 충전 통신 프로토콜이다. 한 마디로 충전기마다 다른 전류와 전압 등의 방식을 일원화하는 행위다. 이 가운데 글로벌 각 지역별로 우선 선정한 것은 커넥터의 표준이다. 미국 및 유럽, 한국은 콤보(CCS), 일본은 차데모, 중국은 GB/T 방식이다. 이외 테슬라는 독자적인 NACS(North America Charging Standard) 커넥터를 사용한다. 참고로 "NACS"는 제조사가 이름을 붙인 것일 뿐 실제 북미 표준은 아니다. 그런데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같은 콤보(CCS)라도 타입1과 타입2로 나뉜다. 미국은 자동차공학회가 교류 포트에 5핀을 적용한 타입1 방식을 표준으로 채택한 반면 유럽은 7핀이 채용됐다.
여러 충전 방식 중에 확실한 것은 일본이 추진했던 차데모의 점진적 쇠퇴다. 전기차 시장 초기는 차데모 방식의 점유율이 높았지만 일본의 충전 표준을 우려한 미국과 유럽 등이 콤보 방식을 선택하며 차츰 비중이 축소되고 있다. 프리시던스 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충전 시장에서 차데모 방식의 비중은 2021년 27.5%에서 오는 2027년에는 18.5%로 줄어들 전망이다. 대신 콤보 방식은 같은 기간 38.7%에서 48%로 확대될 것으로 에측된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의 충전 방식이 글로벌 표준으로 다가서는 것에 대해 일찌감치 GB/T 방식을 활용해 전기차 시장을 주도한 중국은 불편하다. 그러자 충전 표준을 추진하는 중국과 차데모의 쇠락을 우려한 일본이 손잡고 새로운 급속 충전 규격을 시도하고 있다. 이른바 "차오지(ChaoJi)" 프로젝트다. 500㎾ 이상의 고출력을 내세우며 일본의 차데모 및 중국의 GB/T, 심지어 콤보와도 호환되는 방식을 들고 나왔다. 차오지는 지난해 중국 "베이징-상하이" 고속도로 구간에 시범 설치된 데 이어 일본에서도 2년 간의 실증이 시작됐다. 차오지가 확대되면 대형 전기 트럭도 1시간 이내 충전을 완료할 수 있어 흔히 불편함의 대명사로 언급되는 충전 시간의 단점이 극복될 수 있다. 물론 완성차기업이 자동차에 대용량 급속 수용이 가능한 시스템을 넣는 게 관건이지만 충전기에서 밀어 넣는 전력량이 많다는 것은 충전 시간 단축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전기차 구입에 호재로 작용한다.
여기서 중요한 관점은 지역별 표준 싸움을 위해 일본과 중국이 손잡고 노리는 시장이다. 이들은 동남아시아와 유럽을 주요 공략 지역으로 삼는다. 그래서 일본은 중국이 차오지를 표준 삼도록 모든 기술 등을 아낌없이 지원하는 중이다. 중국이 차오지를 도입하면 일본 또한 기본 충전 방식으로 삼고 두 나라 모두 동남아 시장에 적극 나설 수 있어서다. 실제 동남아 전기차 시장은 점차 중국 제품이 도로를 점령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내연기관 시장을 점령한 일본은 중국과 손잡고 충전 방식을 차오지로 일체화하려 한다. 반면 전기차로 일본의 아성을 돌파하려는 한국은 콤보 타입 충전이 확대되는 게 유리하다. 대표적으로 한국은 인도네시아 현지 공장을 설립하고 콤보 타입의 충전에 대응하지만 중국과 일본이 손잡고 차오지를 내세우면 한국차가 불리해질 수 있다.
같은 관점으로 중국과 일본은 유럽도 공략 대상으로 삼았다. 유럽 내 콤보 방식과 차오지의 호환이 가능해서다. 이 경우 글로벌 충전 방식은 미국과 한국, 유럽, 중국 및 아시아로 3분할 될 수 있다. 충전 표준 시장을 춘추전국시대에 비유하면 우선적으로 3분할 전략이 추진되는 셈이다. 이 상황에서 한국은 콤보 방식을 채택한 만큼 글로벌 모든 나라에서 콤보 방식의 충전이 채택되도록 입김을 내야 하는 형국이다.
따라서 테슬라와 포드, GM의 충전 호환은 어디까지나 미국 시장에 국한돼 벌어지는 일이다. 물론 한국 또한 미국과 같은 방식이니 국내에서도 테슬라 충전기 개방이 논의되고 있다. 반대로 테슬라 차주에게 현대차그룹이 설치한 이핏도 마찬가지다. 제조사 경쟁 관점에선 충전 데이터 확보가 중요하겠지만 한편에선 충전기 사업을 통해 수익도 얻어야 한다. 그러자면 이용자가 많아야 하는데 이때 제조사별 충전기를 구분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미국 내 포드, GM, 테슬라의 충전 협력은 예견된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글로벌 충전 표준 경쟁은 다르다. 지금의 흐름을 보면 중국과 일본이 추진하는 3분할 전략이 안착할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그리고 표준 전쟁은 이제 충전기와 전기차 간의 통신 방식으로 확대되고 있다.
박재용(자동차 칼럼니스트, 공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