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미국, "전기차 늦어도 중국 배제" 확산

입력 2023년06월27일 00시00분 권용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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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정치권, 전기차 가치사슬에서 중국 배제 목소리 높아

 전환되는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을 갖기 위한 미중 간 주도권 경쟁의 불통이 자칫 한국으로도 번질 모양새다. 미국의 중국 배제 방안으로 꼽힌 IRA 파고는 간신히 넘었지만 중국을 완전 배제하려는 미국의 실질 규정은 아직 미지수로 남아 있어서다. 

 먼저 미국은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렌탈 및 리스를 배제하며 한국산 전기차의 미국 내 판매 숨통을 일시적으로 열어놨다. 동시에 배터리 제조에 들어가는 소재(양극재, 음극재 등)를 광물로 취급해 FTA 미체결 국가에서도 조달이 가능하도록 했다. 중국의 소재 공급이 없으면 미국 완성차에 한국산 배터리도 들어가기 어렵다는 점을 받아들인 결과다. 

 그런데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이 하나 있다. 배터리 소재 공급 국가와 기업의 규정이다. 이 가운데 국가는 중국, 러시아, 북한, 이란으로 규정됐고 이때 기업은 정부 소유에 한정했다. 따라서 남은 것은 민간 부문에서 지정될 "우려 기업"이다. 그리고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바로 미국의 "우려 기업" 지정에 모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우려 기업 중에 한국에 음극 및 양극 소재를 공급하는 중국 기업이 포함되면 회복 불가능한 치명타를 입을 수 있어서다. 

 하지만 최근 미국 내 정치권의 흐름이 심상치 않다. 아직 중국의 우려 기업을 지정하지 않았지만 미국 의회를 중심으로 중국의 배터리 공급망을 완전히 끊어 내자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어서다. 그렇지 않으면 미국 시장이 자칫 중국의 의도적인 영향 아래 놓일 수 있음을 걱정한다. 미국 또한 중국처럼 배터리에 사용되는 소재의 광물 채굴부터 정련, 소재 배합, 셀 제조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주도하려는 움직임이다. 비록 중국 대비 출발은 늦었어도 미국 스스로 공급망을 재편하고 주도하면 속도 측면에서 충분히 중국을 따라잡을 것으로 전망하는 셈이다. 

 이 경우 한국 배터리 기업은 낭패다. 중국 내 생산은 벗어날 수 있어도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소재 측면에서 중국 기업을 당장 배제하는 것은 쉽지 않아서다. 게다가 이미 국내에선 미국 IRA의 원산지 규정을 돌파하기 위해 국내 기업들이 중국 기업들과 손잡고 소재 공장을 적극 설립하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한국과 손잡은 중국의 소재 기업마저 "우려"로 지정하면 한국 기업들이 열심히 짓고 있는 미국 내 배터리 공장으로 가공 소재의 수출이 어려움에 처하고 미국 또한 전기차 생산에 영향을 받는다. 

 그럼에도 미국 내 정치권에선 전기차 속도 조절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중국산 소재 없이 미국 기업들이 전기차를 만들지 못한다면 내연기관 시대를 연장하더라도 미국 기업들에게 준비 시간을 만들어주는 방안이다. 내연기관 시대를 연장해 시간을 벌고 그 사이 중국의 공급망을 완전히 끊어 내는 작전이다. 모든 소재의 가치 사슬 공급망이 미국 중심으로 갖춰지면 전환 속도를 높이면 된다는 심산인데 미국 의회 내 중국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 이런 논의는 급물살을 타고 있다. 

 실제 미국 하원 중국위원회 소속 정치인들의 목소리는 거세다. 직접 포드와 GM을 찾아 중국 소재 의존도를 줄이도록 촉구하고 포드에게는 배터리 기술 파트너인 CATL 배제를 압박하고 있다. 여기에는 미국 내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의견이 일치한다. 심지어 이들은 완성차 뿐 아니라 부품기업에게도 중국산 소재 비중 하락을 요구할 태세다. 

 여야 정치권의 압력(?)에 미국 내 완성차기업들의 고민도 깊다. 그러나 한편에선 미국 주도의 공급망이 갖춰질 때까지 수익성 높은 내연기관을 계속 판매할 수 있어 내심 계산기 두드리기에 한창이다. 중국산 소재 배척에 따른 전기차 가격 인상은 정부 보조금으로 해결하되 내연기관 시대는 연장하는 방법을 떠올리는 셈이다. 

 미국 중심의 전기차 산업 재편에는 테슬라도 포함된다. 미국 생산 테슬라에 탑재되는 배터리에 중국이 공급하는 소재가 없어야 한다는 의미다. 심지어 ESS용 배터리도 마찬가지다. 일론 머스크는 반발하지만 미국 내 시민 정서는 오히려 정치권을 지지하는 형국이다. 물론 한국 기업들도 예외는 아니다. 그나마 현실적인 선택은 소재 공급의 다변화와 현지 생산일 뿐이다. 물론 그럴수록 국내 제조는 줄고 일자리도 그만큼 감소한다. 결국 고래 싸움에 등이 터지지 않으려면 두 고래의 등에 각각 올라타는 방법 뿐인데 그러자면 양쪽 모두와 가깝게 지낼 필요가 있다. 어느 한 쪽에 치우치는 것은 스스로 위기를 자초할 수 있다는 뜻이다. 

 박재용(자동차 칼럼니스트,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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