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HEV vs BEV' 진짜 전쟁인가

입력 2023년07월23일 00시00분 권용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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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년 사이 HEV 56만대, BEV는 29만대 늘어

 요즘 국내 자동차 시장의 대세로 하이브리드(HEV)가 꼽힌다. 찾는 사람이 많으니 기다리는 시간도 길다. 그런데 이런 현상을 두고 일부에선 배터리 전기차(BEV)의 행보가 주춤거린다는 얘기를 꺼낸다. 그리고 근거로 올해 BEV 보조금이 절반 이상 남았음을 언급한다. 환경부가 정한 목표 보급대수 27만3,000대의 절반 가량이 아직 출고되지 못했다는 뜻이다. 지난해 15만5,000대의 BEV 목표가 달성된 점과 비교하면 느린 걸음으로 평가하는 셈이다. 하지만 지난해 대비 올해 보조금이 줄었음을 감안할 때 13만대 가량이 판매된 올해 상반기 BEV는 순조로운 흐름이다. 그럼에도 시장에선 HEV와 BEV를 같은 친환경차 영역에 두면서 둘을 경쟁의 대상으로 해석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국토교통부가 집계한 2023년 6월 기준 국내 자동차 등록대수는 2,575만대다. 이를 연료별로 구분하면 휘발유가 47.5%로 가장 많고 경유는 37.4%로 그 뒤를 잇는다. 세 번째는 7.3%의 LPG이며 4위가 5.2%의 HEV다. 그리고 BEV는 1.8% 가량이다. 이외 수소, 천연가스 등은 0.1%로 비슷하고 기타 부문이 0.6%를 차지한다. 궁금한 점은 2년 전과 비교해 연료별 등록 비중이 어떻게 변했느냐는 것이다. 2021년 6월 기준 연료별 등록 비중은 휘발유 47.1%, 경유 40.3%, LPG 8.0%, HEV 3.2%, BEV 0.7%다. 

 둘을 비교하면 먼저 등록대수는 2년 동안 150만대가 증가했다. 늘어난 차를 연료별로 구분하면 휘발유가 61만,8000대로 가장 많지만 HEV 또한 56만1,300대로 만만치 않다. 물론 BEV도 29만1,000대가 증가했다. 이렇게 휘발유, HEV, BEV가 늘어날 때 디젤은 29만대가 감소했고 LPG차 또한 9만5,000대가 줄었다. 다시 말해 디젤과 LPG차 수요가 휘발유, HEV, BEV로 분산 이동했다는 뜻이다. 

 관심은 줄어든 디젤과 LPG 이용자들이 새 차로 바꿀 때 어떤 연료를 선택했냐는 점이다. 업계에선 그간 디젤 승용 선택의 가장 큰 이유가 고효율이었던 만큼 이들이 차를 바꿀 때 HEV로 방향 전환한 사례가 많다는 점을 주목한다. 반면 BEV가 늘어난 것은 휘발유 및 LPG차 수요가 이동한 것으로 분석한다. 쉽게 보면 디젤 구매자가 HEV로 갈아탈 때 휘발유차 타던 사람은 BEV를 많이 선택했다는 시각이다. 

 이런 점에 비춰 완성차 업계에선 BEV가 주춤거린다는 시각은 현상만 가지고 판단한 사안일 뿐 본질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더불어 HEV는 내연기관의 연장선인 반면 BEV는 전혀 다른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이어서 제품의 개념 자체가 다르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이다. 물론 HEV와 BEV 모두 본질적으로 A에서 B까지 이동할 때 사용하는 수단임은 다르지 않지만 화석연료를 최대한 적게 사용하려고 자체 전력을 보조적으로 사용하는 HEV와 기름을 아예 쓰지 않는 BEV는 소비자에게 접근하는 이미지 자체가 전혀 다르다는 점을 전제해야 한다는 뜻이다. 한 마디로 HEV는 내연기관의 연장선, BEV는 새로운 자동차라는 의미다.  

 따라서 둘을 "친환경"이라는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는 것은 더이상 의미가 없다. 실제 2년 사이 소비자들의 연료 선택이 휘발유 및 경유에서 HEV로 많이 이동한 것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결과인 탓이다. 반면 BEV는 이용자의 편의성이 아직 완벽하지 않다. 충전 인프라가 많다 해도 급속 충전기 비중은 여전히 낮아 전국 방방곡곡 걱정 없이 다니는데 두려움이 있다. 그럼에도 불과 2년 사이 29만대가 증가한 것은 HEV 대비 밀린 것이 아니라 새로운 수요 형성이 빠르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ICE로 불리는 내연기관이 점차 고효율인 HEV, 그리고 아예 기름을 쓰지 않는 BEV에게 자리를 내줄 수밖에 없어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지금은 에너지 충전에 불편함이 없는 HEV를 ICE의 대안으로 선택할 뿐이다. ICE 보유자가 HEV를 선택하는 것과 BEV를 사는 것은 제품에 대한 접근 방식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오히려 지금은 "ICE vs HEV" 경쟁이고 점차 구도는 "HEV vs BEV"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 HEV는 친환경이 아니라 내연기관의 연장선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권용주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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