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택시 상용화, 사회적 합의 반드시 필요
-미래 모빌리티 중요성은 공감, 그러나 상용화는 "글쎄"
미국 내 샌프란시스코 로봇 택시 상업운행 허용을 계기로 국내에서도 자율주행 기반의 로봇 택시 상업 운행을 허용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부 시범 운행이 아니라 이용자가 돈을 내는 유상 운송에 로봇 택시를 투입하자는 목소리다. 특히 인간 운전자를 구하지 못해 현재 절반 이상이 멈춰 있는 법인 택시에 자율주행 지능을 넣어 로봇 택시로 운행하자는 제안도 쏟아진다.
하지만 찬반 논란이 활발한 미국과 달리 한국 내에서 로봇 택시는 감히 말을 꺼내기 어려운 단어다. 특히 정치 및 행정 분야에서 누군가 "로봇" 운전을 화두로 꺼내면 일자리 문제가 함께 언급되며 강력한 반대에 부딪치기 일쑤다. 하지만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며 시시각각 인간 운전을 위협한다. 실제 화물 운송의 경우 이미 "군집주행(Platooning)"이 상용화 수준에 도달해 있다. 여러 대의 화물차를 운행할 때 인간 운전자는 가장 앞에 있는 화물차만 운전하되 나머지 3~4대는 운전자가 없어도 앞 차를 따라간다. 기관사 한 명이 여러 대의 객차를 끌고 가는 것과 같다. 미국이 치열한 토론 끝에 로봇 택시 상용화를 허용한 것처럼 한국도 허용에 앞서 활발한 토론 과정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흥미로운 점은 언젠가 로봇 택시 상용화가 이루어진다는 전제 하에 정부도 움직인다는 사실이다. 국토부는 무려 20조원을 투입해 전국의 모든 도로의 디지털 작업에 착수했다. 최근 국회에서 열린 관련 토론회에선 결국 자율주행의 완성을 위해 디지털 정밀 지도가 필요하다는 점이 강조됐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로봇 택시 상용화를 언급하지는 않는다. 그 순간부터 운송업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인간 운전자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로봇과 인간의 갈등이 한국에서만 벌어지는 것은 아니다. 로봇 운전의 지능이 고도화될수록 유상 운송 진출에 대한 압력이 모든 나라에서 높아질 수 있어서다. 실제 막대한 개발 비용을 쏟아붓는 자율주행 기업에게 수익을 낼 수 있는 분야는 인간 운전이 집중된 운송 분야다. 그리고 곳곳에서 "4차 산업"을 언급할 때마다 로봇 택시는 궁극의 목표로 언급된다. 윤석열 대통령도 임기 내에 완전 자율주행차의 상용화를 완성하겠다는 국정 과제를 제시했고 대통령 뿐 아니라 여야 모두 미래 모빌리티 산업에서 자율주행은 반드시 이뤄내야 할 목표라는 점을 공통의 숙제로 제시한다.
그러나 정작 상용화를 위한 목소리를 내라고 하면 뒤로 숨기 급급하다. 정기적인 토론의 장을 만드는 것에도 소극적이다. 당장 인간 운전자 중심의 운송업의 반대에 직면할 수 있어서다. 그럼에도 모빌리티 관련 정책 세미나 등에선 앞으로 로봇이 인간 운전을 대신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우리도 그런 미래를 대비하자는 얘기가 쉼 없이 쏟아진다. 로봇 택시는 기술 뿐 아니라 사회 전체의 수용성이 중요함에도 한국에선 여전히 말 그대로 "말"에 머물 뿐이다.
물론 상용화에 따른 문제도 속속 보고된다. 샌프란시스코는 자율주행 24시간 상용화 이후 긴급 출동하는 소방차를 인식하지 못한 로봇 택시가 진로를 방해해 사고가 발생했고 통신량이 급증한 지역에선 로봇 택시가 제때 정보를 받지 못해 멈춰서는 일이 벌어졌다. 그에 따라 상용화 반대를 외쳤던 시민단체들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하지만 미국 정치권은 문제 해결책으로 기술 혁신을 얘기한다. 아직 완벽하지 못하다고 제도적으로 로봇 택시 유상 운송을 막는 것 자체가 오히려 혁신을 저해하는 것이며 이는 곧 미국의 이익에 반하는 것으로 판단한다. 게다가 중국의 로봇 택시 상용화가 미국을 앞서가자 문제가 있다면 여러 측면에서 해결책을 강구하고 로봇 택시가 미국 사회에 점차 스며들도록 해야 글로벌 자율주행 시장에서 미국이 주도권을 가질 것으로 본다.
현실적인 관점에서 한국에서 로봇 택시 상용화는 당장 쉽지 않다. 그러나 상용화를 전제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사회적 합의를 위한 토론이 거의 없다는 것은 생각해 볼 문제다. 심지어 시범 운행 지역을 넓히는 것도 쉽지 않다. 하지만 여전히 정치, 행정, 기업 등은 각자의 시각에서 로봇 택시의 장밋빛 미래를 제시한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직접 사회적 토론을 제안한다면 어떻게 될까? 미래를 위한 자율주행, 즉 로봇 택시도 정쟁의 대상으로 전락할까? 미래 모빌리티 산업 주도권을 강조했던 여야의 입장은 어떨까? "모빌리티의 미래" 또한 정쟁의 대상이 될까? 그래서 더더욱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박재용(자동차 칼럼니스트, 공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