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전동화 흐름에 적극 편승, 공세 가속
말 그대로 "모빌리티쇼"였다. 5일 개막한 2023 뮌헨 모빌리티쇼 이야기다. 벤츠, BMW, 폭스바겐그룹 등이 독일 완성차로 참여해 전기 신차를 선보였지만 느낌은 독일이어서 불가피하게 참여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예전 같으면 폭스바겐그룹의 경우 산하 개별 브랜드인 아우디, 포르쉐 등이 별도 전시 공간을 마련했겠지만 이번에는 그러지 않았다. 어차피 전동화 시대에는 예전처럼 자동차를 "자동차"로 여기는 것 자체가 무척 협소하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나의 공간에 각 브랜드를 대표하는 차종만 한 두 대 전시했을 뿐이다. 물론 BMW와 벤츠도 예외는 아니고 이외 유럽 제조사는 르노와 오펠이 전부다.
대신 빈 자리는 둥펑, 립모터, BYD, 세레즈(SERES), 요요(YOYO) 등의 중국계 기업들이 채웠다. 흥미로운 점은 중국의 경우 전기차 기업 뿐 아니라 공급망도 함께 뮌헨을 찾았다. 배터리 셀 제조사인 CATL과 최근 중국 내 떠오르는 배터리기업 EVE, 인버터와 전기모터를 만드는 이노벤스(INOVANCE) 등이다. 나아가 배터리 셀 리싸이클링 기업 "화유(HUAYOU) 코발트"도 참가해 배터리 셀에서 배터리 팩, 전기차에 이어 배터리 리싸이클링까지 가치 사슬을 내세우며 유럽 내 전기차 시장을 공략했다.
자신감도 드러냈다. 이노벤스 관계자는 "중국 내에서 BYD와 테슬라를 제외한 대부분의 차종에 이노벤스 전기모터와 인버터 등이 적용된다"며 "향후 글로벌 1위를 노리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충칭에 기반을 둔 전기차 브랜드 세레즈 관계자는 "올해부터 적극적으로 유럽에 진출한다"며 "생산은 중국이지만 개발은 미국과 독일 등에서 진행한 만큼 경쟁력은 자신 있다"고 강조한다. 립모터스 관계자도 T03 소형 전기차를 설명하면서 "향후 유럽도 2만 유로 이하 전기차가 많이 보급될 것"이라며 "T03는 유럽 내 보급형 시장에 적합한 제품으로 선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배터리팩 스왑 방식의 장점도 적극 부각시켰다. 마이크로 전기차 요요(YOYO) 브랜드 관계자는 "마이크로 경차는 도심 내 운행이 목적인 만큼 소형 배터리 팩 3개를 적용했는데 이유는 필요한 만큼 팩을 교체하는 것이 이용자에게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전력이 소진되면 이용자 판단에 따라 1~3개의 팩을 선택적으로 바꿔도 된다는 의미다. 이어 "유럽 내에서 배터리 팩이 담겨진 충전 시설은 도심 내 편의점이나 마트 주차장에 설치하되 팩이 작아 공간은 많이 차지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미 중국 전기차 소비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방식의 제품 판매 경험이 유럽 시장 진출의 토대가 되는 셈이다.
이처럼 수많은 전기차 관련 기업들이 뮌헨 전시장을 메울 때 홀로 유일하게 내연기관을 전시한 곳도 있다. 볼보와 중국 지리그룹이 합작 설립한 파워트레인 전문기업 오로베이(AUROBAY)가 주인공이다. 이 회사 페트라 오덴만 영업 담당 부사장은 "모두가 배터리 전기차를 향해 가지만 하이브리드와 같은 파워트레인이 하루 아침에 없어지지 않는다"며 "그렇다면 기존 내연기관 효율을 최대한 높이는 노력도 반드시 병행돼야 하고, 오로베이는 하이브리드에 특화된 파워트레인 기술을 개발해 다양한 친환경 자동차 기업에 제공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물론 독일 뮌헨에서 열리는 모빌리티쇼라는 점에서 여전히 주된 관심은 독일 3사다. 그러나 이들은 유럽 시장을 지키는 입장이고 중국은 그들의 점유율을 빼앗으려는 도전자다. 그리고 도전자의 강점은 소형부터 미니밴까지의 다양한 제품과 경쟁적으로 전기차를 만들어내는 제조사가 즐비하다는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중국 전기차의 유럽 폭격은 이제 시작이다. 반면 독일 기업들의 전시 차종은 프리미엄에 집중돼 있다. 가격으로 중국 전기차가 밀고 들어오면 프리미엄 브랜드로 격차를 벌리겠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내연기관과 다르게 전기차는 전기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제품에 일부 프리미엄 가치가 만들어지는 게 상식이다. 간격은 여전하지만 격차가 줄어드는 것은 오래 걸리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유럽도 장벽을 세워 중국 전기차 공세를 막아내려 하겠지만 이 경우 폭스바겐그룹 등 중국 내 사업 비중이 높은 곳은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그래서 지키려는 자와 빼앗으려는 자의 싸움은 이제 시작이고 뮌헨 박람회장은 그 모습을 역력하게 보여준 공간이다.
뮌헨=권용주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