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전기차 배터리, 소재도 옵션 시대

입력 2023년09월18일 00시00분 권용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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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 전환 시대는 필연적

 EU가 중국 전기차 공세에 장벽을 세우기로 결정했다. 그러자 중국은 유럽산 내연기관차를 견제할 태세다. 이 경우 유럽연합 내 주요 국가인 독일은 불리하고 중국 시장 내 존재감이 없는 르노와 푸조 등의 프랑스는 유리하다. 그러니 독일은 중국산 전기차의 유럽 진입 장벽을 반대하지만 프랑스는 환영한다. 전기차 전환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가격은 저렴하되 제품력이 괜찮은 중국산 전기차가 프랑스 곳곳을 누비고 있어서다. 프랑스 정부가 최근 배터리 장벽을 세운데 이어 이번에는 유럽연합이 힘을 보태준 형국이다. 

 미국에 이어 유럽연합도 전기차 장벽을 세우자 걱정은 한국으로 밀려 든다. 점차 한국산 전기차의 해외 수출 시장이 줄어드는 결과로 연결되는 탓이다. 미국과 유럽의 장벽이 겨냥한 곳은 중국산이지만 완성차 생산지만 보면 한국산도 포함될 수밖에 없다. 오랜 시간을 거치며 산업적 승패가 결정된 내연기관과 달리 전기차는 국가 또는 대륙별로 육성이 가능한 새로운 미래 먹거리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수출 장벽이 세워지자 제조사의 돌파구는 현지 생산으로 모아진다. 이때는 국가 간 정치적 관계가 변수로 작용한다. 실제 중국 BYD가 인도 진출을 시도하자 인도 정부는 중국과의 국경 갈등을 이유로 거절했다. 반면 테슬라의 진출은 아직 막지 않았지만 테슬라가 원하는 것과 인도 정부의 생각은 다르다. 테슬라는 인도의 거대한 시장을 주목한 반면 인도는 테슬라가 인도에서 제조물을 만들어 이익을 내려면 모든 공급망을 인도 내에 구축하라고 말한다. 한 마디로 이름만 테슬라일 뿐 사실상 인도 기업이 되라는 요구다. 여기서 테슬라는 고민이다. 

 미국과 유럽이 장벽을 세우고 중국 또한 자체 시장 육성에 적극적인 모습이 이어지자 한국 또한 해외 공장 건설이 한창이다. 미국은 물론 인도네시아, 태국 등에 지어지는 공장 모두 전기차 전용이다. 그런데 미국과 중국, 유럽연합의 갈등이 없는 곳에선 어김없이 중국 전기차와 경쟁이 펼쳐진다. 대표적으로 현대차가 인도네시아에 전기차 공장을 짓고 기아가 태국에 현지 공장을 완성한 후 제품을 생산하면 중국 전기차와 경쟁해야 한다. BYD 또한 태국에 공장을 짓고 있어서다. 게다가 동남아 일부 국가는 전기차를 새로운 산업으로 규정 지으며 보조금을 신설하는 등 공장 유치가 한창이다. 따라서 현지 공장이 완성되면 그간 한국에서 만들어 수출했던 물량은 사라진다. 

 이 경우 한국 내에선 일자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내연기관의 수출이 점진적으로 감소하는  데다 전기차 공장은 인력 투입이 많지 않아서다. 실제 앞으로 줄어드는 것과 늘어나는 것을 비교하면 감소 쪽의 숫자가 월등히 많다. 이런 현실은 노조 또한 잘 안다. 그래서 최대한 보상을 요구한다. 어차피 일자리가 없어진다면 있을 때 많이 받아두자는 생각이다. 미국도 예외는 아니어서 미국자동차노조(UAW)의 임금 인상 요구가 거세다. 

 올라간 임금을 보전하고 전기차 전환의 투자금을 확보하려면 자동차 가격을 올리거나 수익성 높은 고가 제품을 많이 팔아야 한다. 하지만 이들 제품의 대부분은 여전히 내연기관이다.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배출가스가 부담이라는 얘기다. 게다가 배출 규제는 점점 강하게 적용된다. 난제를 풀기 위해 중저가 전기차 확산에 주력하면 되지만 이때는 가격이 관건이다. 어떻게든 전기차 가격을 떨어뜨려야 한다. 결국 저렴한 배터리에 시선이 모아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따라서 완성차 제조사에게 배터리는 점차 선택적 수단으로 바뀌고 있다. 현재 판매되는 전기차에서 배터리 옵션은 용량에 한정됐지만 앞으로는 소재도 옵션이 된다는 뜻이다. 전기차 산업의 민족주의가 강해질수록 이런 현상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박재용(자동차 칼럼니스트,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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