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BEV 활성화 위해 충전기 강제 설치 도입키로
한국은 주유소 사업자가 주유소 내에 전기차용 충전기를 설치하는 것이 가능하다. 지난 6월29일, 주유기와 충전기의 거리 간격을 6m 이상 유지하는 규정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또한 개인이 설치한 EV 충전기로 전력 유통 사업을 할 수도 있다. 늘어나는 전기차 운행 불편을 줄이기 위해 에너지별로 나누었던 유통 사업의 장벽을 제거한 셈이다.
그러나 실제 설치 여부는 주유소 사업자의 선택에 달려 있다. 여기엔 또 하나의 장벽이 세워져 있다. 전기차는 잠시 머물다 떠나는 내연기관차와 달리 충전 시간이 길어 주유소 내 공간을 오래 차지한다. 게다가 전력 유통 사업과 기름 판매량을 비교하면 전기차보다 내연기관차를 끌어들이는 것이 사업자 관점에선 나을 수도 있다.
그래서 독일은 아예 강제하기로 했다. 모든 주유소의 80%가 최소 150㎾급의 BEV용 급속 충전기를 제공하는 법안을 도입할 예정이다. 전기차 보유자의 주행거리 불안감을 해소하는 차원이다. 특히 농촌 지역의 충전소 부족이 BEV 판매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자 도심보다 교외 지역 주유소부터 BEV 충전기 강제 도입을 우선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독일이 일부 사업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제 설치 규정을 도입하려는 이유는 현재보다 미래 자동차 산업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어차피 전동화를 가야 한다면 독일이 유럽 내에서 가장 앞서기를 바라는데, 전기차 이용자의 불안감이 지속되면 시장의 우위를 점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일부 반대의 목소리도 있지만 주유소 사업자도 내심 반기는 분위기다. 그간 충전기를 설치하고 싶어도 정유 기업의 눈치를 보느라 주저했기 때문이다. 전기차가 늘어날수록 기름 판매가 줄어드는 구조에서 정유사 간판을 내건 주유소 사업자가 마음대로 충전기를 세우면 정유사의 지원이 끊길 수 있어서다.
이런 상황에서 아예 법률로 주유소 내 충전기 설치를 강제하니 정유사 눈치에서 벗어날 수 있어 차라리 마음이 편하다. 조금씩 줄어드는 기름 판매 유통 수익을 전력 유통으로 보전할 수 있어 미래의 먹거리 걱정도 덜어낼 수 있다. 전기차를 늘리려는 정부 입장에선 충전기 설치 장소를 손쉽게 확보하는 것이어서 주유소 사업자와 뜻이 맞는다.
반면 정유사는 내심 불만이다. 충전기 보급에 어려움이 있어야 내연기관 시대가 조금이라도 연장될 수 있어서다. 게다가 정유사에게 탄소 배출은 엔진을 만드는 제조사가 줄여야 하는 것이지 휘발유 및 경유를 만들어 파는 자신들과는 무관하다.
사실 한국도 전기차 충전기 부족은 현실이다. 설치된 충전기와 누적 보급된 전기차만 보면 충전기는 충분하지만 개방형 중에 급속 충전기 비중이 낮은 게 문제로 지적된다. 따라서 한국의 경우 주유소에 급속 충전기 설치 의무화가 제안되기도 한다. 게다가 자동 세차장이 동반된 주유소와 달리 전기차 충전은 아무리 해도 자동 세차를 하지 못한다. 따라서 전력 사용량이 많으면 자동 세차도 제공하면 된다. 전력 사용이 많을수록 주유소 사업자의 유통 수익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해마다 줄어드는 주유소를 없애는 것보다 전기차 충전 부지로 활용하는 방안이 보다 효율적이지 않을까.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