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전기차, 남들이 잠글 때 한국은 열어야

입력 2023년09월25일 00시00분 권용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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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호는 전기차 수출 많은 국가에 불리

 핵심은 전기차를 어디서 생산하느냐다. 미국, 프랑스 등은 해외에서 생산돼 수입되는 전기차에 보조금을 주지 않으려 한다. 완성차를 배에 싣고 올 때 선박이 내뿜는 탄소도 문제로 삼는다. 또한 자동차의 주요 재료인 철강을 만들 때 신재생에너지를 쓰지 않아 배출되는 탄소도 줄이라고 한다. 배터리도 예외가 아니다. 

 보조금을 받지 못하면 그만큼 가격 인상 효과가 나타나 소비자들의 접근성이 떨어진다. 제조사 입장에선 물건이 팔리지 않으니 생산량을 줄이거나 울며 겨자 먹는 심정으로 가격을 내려야 한다. 이 경우 이익을 얻지 못하거나 손해를 볼 수도 있다. 물론 돌파구는 있다. 현지 생산이다. 그래서 국내 완성차기업의 해외 생산 계획이 쏟아진다. 미국과 유럽에 속속 전기차 공장을 만드는 배경이다. 

 그런데 장벽이 만들어질수록 한국 내 생산이 감소하고 일자리는 줄어든다. 국내에서 만드는 것은 국내에 공급할 뿐이다. 참고로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생산된 자동차는 376만대다. 이 가운데 무려 61%인 231만대를 해외로 수출했다. 내연기관의 비중이 여전하지만 전기차 수출 증가도 꾸준하다. 하지만 한국 생산 전기차의 해외 수출 장벽은 자꾸 높아진다. 실제 프랑스의 보조금 장벽을 지지하는 곳은 유럽연합이다. 유럽 전역의 국가로 보조금 차별이 속속 도입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경우 국내 생산 후 유럽 수출은 보조금을 아예 받지 못하는 고가 전기차로 한정되고 보급형 전기차는 현지 생산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자 국내에서도 보조금 차별을 하자는 목소리가 높다. 세금을 왜 남의 나라 차에 쓰냐는 목소리다. 그러나 애써 한국이 먼저 보조금 차별을 도입하는 것은 61%의 수출 비중을 고려할 때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 오히려 한국이 여론을 의식해 보조금 차별을 만들면 한국산 전기차를 밀어내려는 여러 나라들에게 장벽의 공고화를 부추길 뿐이다. 우리로선 장벽에 빈틈이 만들어지거나 다시 허물어져야 도움이 된다. 

 사실 전기차에 보조금을 주는 이유는 운행 단계에서 배출가스가 없다는 점 때문이다. 하지만언제부터인가 환경이라는 실질 명분은 뒤로 감춰지고 산업보호 측면의 목소리만 난무한다. 그래서 한국도 보조금을 한국산 배터리 탑재 차종에만 주자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우리가 먼저 보호 커튼을 내리면 한국차 수입이 많은 국가도 동일한 잣대로 한국산을 배제할 수 있다. 게다가 전기차는 신산업이어서 새롭게 뛰어드는 기업 및 국가도 많다. 굳이 수입하지 않아도 자체 생산하거나 가까운 나라에서 도입, 보급하기 쉽다는 의미다. 따라서 보호는 최대한 늦추는 게 수출 산업을 위해 바람직하다. 

 시장 보호를 외치는 목소리 안에는 한국도 중국 전기차의 견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 포함돼 있다. 대표적으로 중국산 전기버스의 시장 점유율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그래서 올해 보조금을 삭감했다. 그럼에도 판매가 크게 위축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보조금 영향력이 줄었음을 의미한다. 일정 구간을 반복적으로 운행하는 노선 운행 사업자에게 중요한 것은 고장이 없는 것과 유지 보수할 때 비용이 적게 들어가는 일이다. 두 가지 분야에서 중국산 전기버스가 충족하고 있다는 뜻이다. 오히려 유지 보수 비용은 국산 전기차보다 저렴하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따라서 시장을 막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게다가 이런 일은 앞으로 다른 나라에서도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다. 다시 말해 한국산 전기차와 중국산 전기차가 서로 대등한 경쟁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미 일본에서 벌어지는 일이고 동남아 지역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이다. 막는 것보다 오히려 철저한 분석을 통해 대응하고 소비자들의 선택을 당당하게 받는 것이 오히려 미래를 위한 전략이다. 자칫 보호를 외쳤다가 한국 내 배터리부터 전기 완성차까지 무기한 셧다운 될 수 있음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테니 말이다. 

 박재용(자동차 칼럼니스트,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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