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자율주행 트럭, 정치권 반대에도 강행?

입력 2023년10월03일 00시00분 권용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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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율주행 상용화, 사회적 갈등 해소가 전제

 자율주행 트럭의 상용화를 두고 갈등을 겪는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자율주행 트럭 운행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캘리포니아주 캐빈 뉴섬 주지사가 최근 대형 무인 트럭 운행을 금지하는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기술 발전을 막을 수 없다는 시각을 드러낸 것. 이에 따라 샌프란시스코 내 승용차 자율주행 갈등에 이어 사람 운전과 로봇 운전의 대립은 이제 화물 분야로 옮겨갈 태세다. 

 캘리포니아 주의회는 앞서 4.5t 이상 대형 화물 트럭이 공도에서 운행되려면 반드시 일정 자격(운전 면허)을 갖춘 사람이 탑승하도록 하는 법안을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화물운송 노조 등의 유권자를 의식해 의회 차원에서 로봇 운전을 가로막은 셈이다. 그러나 개빈 뉴섬 주지사는 기술 개발 관점에서 자율주행은 막을 수 없고 막아서도 안 되며, 이미 기존 법안에서 로봇 운전을 충분히 제어할 수 있는 조항이 있는 만큼 운전 행위를 "사람"으로 한정하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처사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에 따라 해당 법안은 다시 주의회로 되돌아갔고 의회는 재동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 

 하지만 주지사의 이런 결정에 반대의 목소리도 높다. 특히 전미 운송노조는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화물 운전직이라는 일자리를 빼앗아 가려 한다며 기술 대기업 지지를 위해 노동자를 외면하는 정치인은 각성해야 한다는 비난을 퍼부었다. 동시에 자율주행 트럭이 도입되면 25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만큼 향후 선거 때 지지하지 않겠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반면 자율주행 트럭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캘리포니아가 로봇 운전을 허용하지 않으면 관련 투자가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게 될 것이라며 오히려 지방 정부 입장에선 기업 이전이 더 손해라는 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른바 "사람 vs 로봇"의 갈등이 격화되는 셈이다. 

 캘리포니아의 자율주행 트럭 상용화가 여러 나라의 주목을 받는 이유는 화물 분야의 자율주행이 승용보다 안전하고 오히려 현실적이기 때문이다. 일정 구간, 그리고 동일한 도로를 오가는 만큼 다양한 목적지를 찾아가야 하는 승용보다 제약이 덜하다는 뜻이다. 특히 트럭 업계는 이이미 "플래투닝(Platooning)"으로 불리는 "군집주행"은 당장이라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유럽은 물론 한국에서도 이미 시범 사업을 통해 상용화 수준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얼라이드 마켓 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군집 주행 시장 규모는 2017년 약 5억 달러(한화 약 5,880억 원) 규모에서 2025년까지 약 45억 9,000만 달러(한화 약 5조 3,978억 원)까지 성장하고, 미국의 ATRI(American Transportation Research Institute)는 군집 주행을 도입하면 연료소비를 최대 15%까지 줄여 탄소 배출도 저감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내놓은 바 있다. 자율주행 트럭의 상용화 반대는 탄소를 저감하자면서 정작 인간 운전 일자리를 위해 탄소를 배출하자는 얘기와도 같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자율주행이든 군집주행이든 어떤 것이 도입돼도 결국은 운전 직업의 축소로 연결된다는 점이다. 국내에서도 부산 항만에서 5명의 운전자가 5대의 트럭에 컨테이너를 연결, 시내 구간만 통과한 뒤 고속도로에선 한 사람이 운전하는 차를 4대가 뒤따라 가는 군집 주행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있지만 결국 운송 노조의 반대를 우려한 정치권에 가로 막혀 어느 누구도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상용화를 언급하는 순간 관련 업계의 표가 사라지는 탓이다. 

 그럼에도 언젠가, 누군가는 화물 트럭의 자율주행 또는 군집주행을 시도해야 한다. 지금은 눈치를 보고 있지만 기술의 방향성을 가늠할 때 최소 자율주행은 아니라도 군집주행까지는 넘어갈 수 있어서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지방 정부 지도자가 운전을 인간에 한정해야 한다는 점에 분명한 반대를 표시하며 자율주행 화물트럭 도입의 공론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따라서 한국도 공론화의 필요성은 충분해 보인다. 그러나 국회, 정부, 대통령 등 어느 누구도 자율주행 트럭 상용화는 금기어처럼 여기고 있다. 화물 운송 종사자들의 반대가 불을 보듯 뻔해서다. 운전직 종사자의 고령화가 진행되고 운전을 하겠다는 사람도 줄어드는 마당에도 그저 눈치만 보고 있을 뿐이다. 오히려 자율주행 상용화의 공론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할 나라는 한국일 수도 있다. 급격한 고령화가 운전 직업 종사자를 줄일 수밖에 없어서다. 그리고 고령화는 이미 현실에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권용주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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