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대대적인 인프라 확충 예고
-충전 경험에서 프리미엄 가치 제공 노력
-브랜드 인식 제고 및 잠재 구매층 기대
BMW코리아가 지난 5일 신형 5시리즈를 국내 출시하면서 충전 인프라 계획을 발표했다. 핵심은 2024년까지 전기차 충전기 1,000기를 신규 설치해 총 2,100여기에 달하는 전국 충전 인프라를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수입차 최대 규모이며 현재 한국 내 자동차 브랜드가 공급하는 전체 전기차 충전기의 50% 이상에 육박하는 숫자다.
이와 함께 단순히 숫자를 늘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전용 스테이션을 만들어 브랜드 만의 충전 경험을 선사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충전기 바로 옆에 휴게 공간을 마련하고 BMW 전기차도 전시해 새로운 e-모빌리티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또 친환경 에너지와 전기차용 배터리를 재활용해 만든 에너지저장장치(ESS)를 결합한 형태의 ESG 차징 스테이션 등 다양한 장소를 선보일 예정이다.
급격히 전환중인 전동화 시대에서 제품을 넘어 충전에서의 프리미엄 경험을 주기 위한 노력은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현대차는 800V 시스템으로 빠른 충전 속도와 별도 조작 없이 인증, 충전, 결제까지 한번에 가능한 "플러그앤차지" 기능을 적용한 E-핏을 선보인 바 있고 포르쉐는 독일서 휴식 및 와이파이 이용, 브랜드 콘텐츠 체험이 가능한 전용 충전소를 열었다.
이유는 복합적인데 먼저 경쟁력 확보다. 좋은 입지 선점에서 한 발 늦었으니 기존에 갖고 있던 브랜드 인지도를 바탕으로 차별화를 내세우려는 노력이다. 실제로 테슬라는 슈퍼차저를 이용해 좋은 장소에 미리 충전기를 설치했고 결국 북미의 경우 대다수 완성차 회사들이 테슬라 충전 방식에 맞추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전기차 이용자들을 위한 배려 차원이지만 마음이 썩 편하지만은 않은 게 사실이다. 거점 확보가 늦어진 상황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특별한 경험 제공을 본 것이다. 충전 과정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지루함을 덜 수 있다면 충분히 해당 장소로 가서 충전할 용이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두 번째는 전기 에너지가 갖고 있는 특수성이다. 기름은 고급유와 일반유처럼 등급이 나눠져 차의 성격과 기호에 맞게 넣을 수 있지만 전기는 모두 동일하다. 그나마 차별화를 찾자면 충전 시간이다. 하지만 값은 비싸고 빨리 충전했다고 차가 더 좋은 성능을 내는 것은 아니다. 즉 전기차는 프리미엄인데 전기는 프리미엄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브랜드 입장에서 남은 선택지로 충전 과정을 들여다 볼 수 밖에 없다. 이를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고 잠재적 고객을 유인하려는 셈법이 숨어있다.
이처럼 브랜드별 특화된 충전 인프라 확대는 가속화 될 것이다. 해당 장소에 가야만 하는 이유를 내세워 만족을 극대화하려는 노력이다. BMW는 흐름을 먼저 알아보고 국내에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새로운 판을 형성해 시장을 리드하기 위한 도전과 이를 추격하는 라이벌의 전략까지 소리 없는 충전 경쟁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