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주정부, 크루즈 무인택시 영업 정지 명령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에서 상용화 된 무인 로봇택시 영업이 난관에 부딪쳤다. 캘리포니아 주정부가 GM 산하 크루즈의 일부 무인 택시 영업허가를 중지시킨 탓이다. 주정부가 허가를 거둬들인 배경은 로봇택시의 안전성이 도마에 올랐기 때문이다.
결정적인 이유는 지난 2일 벌어진 사고에서 비롯됐다. 크루즈 로봇 택시가 보행자를 인식하지 못하고 무려 6m를 끌고 가는 사고가 발생한 것. 첫 사고는 인간 운전자가 일으켰다. 녹색 보행 신호등을 보고 횡단보도에 들어선 보행자를 인간 운전자가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자동차로 부딪친 것. 충격 후 보행자는 옆 도로로 밀려났다. 문제는 이때부터 벌어졌다. 바로 옆 차로에서 주행하던 크루즈 로봇택시 또한 보행자를 인식하지 못해 또 다시 충격한 것. 로봇 택시는 충돌 직후 브레이크가 작동했지만 보행자가 차 아래 깔린 것을 알지 못하고 6m 가량 주행하다 멈춰섰다. 주정부는 왜 아래에 사람이 깔린 상황을 인지하지 못했는지 크루즈 측에 적절한 해명을 요구했지만 크루즈는 그저 불행한 사고였다는 설명에 그쳤다. 그러자 주정부는 적절한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로봇 택시 운행을 금지하기로 했다.
주목할 점은 주정부의 조치에 대해 크루즈 또한 로봇 택시의 한계를 인정한다는 사실이다. 크루즈는 이용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전국의 모든 로봇 택시 운행 중단을 선언하고 문제 해결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자 미국 내에선 로봇 택시의 무용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운전’이라는 행위는 단순한 산업 현장의 로봇과 달리 고도의 판단이 수반되는 행위여서 로봇이 인간보다 완벽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다. 하지만 일부 로봇 택시 찬성론자들은 로봇 택시가 인간 운전을 대체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하는 곤란한 상황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고, 미래 산업을 위해 난관은 극복되는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다는 논리로 맞서는 중이다. 크루즈 측도 이번 사고는 극히 드문 사례에 해당되고 개선 방안을 빠르게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고를 두고 법적인 해석도 논란이다. 미국 내 일부 법률가들은 로봇 택시가 미래의 교통사고를 줄이는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아직 도심에서 운행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며 상용화는 신중하고 점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면서 로봇 택시에 적용된 소프트웨어의 표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로봇 택시가 어떤 판단에 근거해 소프트웨어가 작동하는지 일종의 가이드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동시에 사고 처벌에 대한 책임 소재도 논란이다. 운행을 허가한 당국의 책임과 차 아래에 깔린 보행자를 인식하지 못한 크루즈의 소프트웨어 미비를 두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여론은 운행을 허가한 주정부도 일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지만 주정부는 크루즈의 잘못이 더 크다는 주장을 내놓는다. 이는 보행자에 대한 보상 책임과 연관돼 있어 미국 법원의 판단에도 시선이 모아질 수밖에 없다. 이전까지는 시범 운행이어서 사고가 발생하면 대부분 로봇 택시 운행기업이 보상을 했지만 상용화는 정부의 정식 운행 허가를 배경으로 했다는 점에서 "무인(無人)" 운행을 허가한 당국도 형사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의미다.
이런 점에서 로봇 택시, 일명 자율주행의 거대한 담론은 이미 시작됐다. 로봇 택시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합의의 결과물일 수밖에 없어서다. 자율주행이 사람들의 삶을 이롭게 할 것인가? 아니면 판단의 매뉴얼화가 오히려 이동의 불편함을 초래해 삶의 질을 떨어뜨릴 것이냐의 문제라는 뜻이다. 정말 로봇은 사람보다 운전을 잘할 수 있을 것인가? 핵심은 바로 그 안에 담겨 있다.
권용주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