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택시, 일반택시 호출 분리해야
택시 호출 플랫폼이 등장하기 전 택시는 대부분 길에서 손을 흔들어 이용했다. 물론 전화를 통해 예약하는 "콜 택시"도 존재했는데 호출료는 이용자가 부담했다. 지역마다 택시 사업자들이 모여 전화 호출 브랜드를 만들고 오프라인 콜센터도 운영했다.
그러다 카카오모빌리티가 등장해 길에서 손 흔드는 방식을 벗어났다. 택시 기사와 이용자 모두 카카오T를 활용해 서로 연결됐다. 이용자는 굳이 길에 나갈 필요가 없어졌고 택시도 탑승자를 찾기 위해 길에서 배회하지 않았다. 덕분에 기름 값도 아꼈다. 물론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 플랫폼을 만들면서 이용자와 택시 기사 모두에게 플랫폼 이용료를 받지 않았다. 덕분에 플랫폼 가입자는 단숨에 3,700만명에 도달했으며 택시 호출 사업 분야의 독보적인 1위가 됐다.
▲ 카카오택시, 수수료 없으면 지속 가능성 희박
문제는 플랫폼 이용료가 없다 보니 카카오모빌리티 또한 초기에 매출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플랫폼 운영에 필요한 인원은 많다 보니 인건비 등은 부담해야 했다. 그리고 경제적 비용을 언제까지 자신들이 부담하거나 투자에 의존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카카오모빌리티는 수수료를 받기로 결정하고 여객운수사업법이 규정한 가맹택시를 만들었다. 택시 사업자가 "카카오"에 가맹하면 수수료를 가져가는 대신 콜을 많이 내려주는 방식이다. 카카오 플랫폼을 통해 택시를 예약하는 사람이 많다는 점에서 가맹 택시에 호출을 몰아주면 가맹 택시 또한 공실율이 떨어져 택시 운행 수익이 늘어난다는 점에 착안했고 실제 결과도 예상대로 나타났다.
택시 업계 내부의 갈등과 불만은 여기서 시작됐다. 카카오모빌리티의 경우 초기에는 이용자와 가까운 곳의 택시를 일방적으로 연결했지만 가맹 사업 이후에는 가맹택시 우선 호출을 시행했다. 그러자 가맹택시는 운행 수익이 늘어난 반면 비가맹택시는 감소했다. 당연히 운행 수익 감소에 직면한 비가맹택시는 반발했다. 다시 원래대로 가맹과 비가맹을 가리지 않고 가까운 택시의 연결을 요구했다. 물론 카카오모빌리티는 알고리즘을 공개하며 호출은 공정하게 이루어진다고 반박했지만 공정위와 서울시는 자체 조사 결과 호출 몰아주기를 여전히 의심하고 있다.
반면 우선 호출로 운행 수익이 늘어난 가맹택시는 비가맹 택시의 주장이 억지라고 맞섰다. 가맹은 수수료를 많이 내는 만큼 비가맹과 분명 차별화되는 게 정상이라고 말한다. 가맹사업주(플랫폼 카카오T)가 가맹점주(카카오 로고 부착 택시)의 사업 활성화를 위해 우선 호출하는 것 자체가 당연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비공정 호출이 문제라면 비가맹택시도 가맹으로 전환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래서 일부 비가맹택시가 카카오 가맹으로 전환하기 위해 신청했지만 전부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카카오택시는 이용자 편의성을 위해 차령을 포함해 여러 조건을 내걸며 자격을 부여했다. 호출료 자체를 이용자가 부담한다는 점에서 당연한 조치라고 여겼고 이용자 또한 호출료를 부담해도 비교적 친절하고 오래되지 않은 차령의 택시가 도착하니 반겼다. 이를 두고 차를 바꿀 때가 된 사업자(개인 또는 법인)는 새 차로 바꾸면서 가맹에 나섰지만 오래된 차를 운행하는 비가맹택시는 오히려 이중고를 겪는다며 더욱 반발했다.
▲ 복불복 택시와 선택적 택시
이런 상황에서 카카오모빌리티는 매출 극대화를 위해 비가맹택시도 호출을 받으려면 플랫폼 이용료를 내도록 했다. 카카오 호출이 없으면 영업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파고든 셈이다. 일부 택시 사업자가 반발했지만 카카오모빌리티 투자자인 사모펀드 등이 매출 극대화를 요구했다. 택시 이용자가 기사에게 내는 요금의 20%를 자회사가 받도록 하고 모회사가 택시 사업자에게 일부를 되돌려주는 방식을 구성한 것도 매출 극대화 전략의 일환이다. 이 방식은 현재 꼼수냐 아니냐의 논란에 휩싸여 있다.
그런데 가맹택시 사업자라고 모두 카카오모빌리티의 방식에 만족한 것은 아니다. 이들은 평소 비싼 수수료를 카카오모빌리티에 지불하는데 이때 지급 대상이 공정하지 못하다고 지적한다. 길에서 배회하며 손 흔든 사람을 태웠을 때도 수수료를 가져가는 것을 문제 삼는다. "가맹점주"는 가맹본부의 시스템과 브랜드 사용의 대가로 수수료를 내는 것이지 점주의 온전한 영업 결과물에도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불만을 쏟아낸다.
이처럼 가맹과 비가맹의 갈등에도 불구하고 택시 업계 전체가 서운함을 표시하는 부분도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 호출로 사업을 시작해 대리운전, 퀵서비스 연결에도 진출했다. 그래서 택시 업계는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를 기반으로 이용자를 모은 만큼 적어도 택시 사업자의 플랫폼 사용료는 없애거나 줄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 마디로 초창기로 돌아가 호출한 사람과 가까운 택시부터 무료 연결하라는 뜻이다. 흔히 말해 "복불복 택시"다.
그러나 이 부분은 이용자가 반대한다. 어차피 같은 요금을 내는데 왜 소비자 선택권이 제한돼야 하냐고 반문한다. 이왕이면 신차급 택시를 원하고 난폭 및 보복운전이 없는 안전한 택시를 원하는 소비자가 많다. 가맹택시 호출료를 지불하니 그만큼 안심할 수 있는 택시, 친절한 택시를 타게 해달라고 요구한다. 소비자 관점에서 카카오모빌리티의 가맹택시는 일종의 "선택적 택시"인 셈이다.
그럼 해결책은 없을까? 공정위의 판단처럼 카카오모빌리티가 둘 중 하나를 포기하면 된다. 가맹택시와 비가맹택시 가운데 가맹택시만 연결하면 된다. 이 경우 비가맹택시는 다른 플랫폼이 호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하지만 카카오모빌리티는 가맹택시만 호출할 생각이 전혀 없다. 이 경우 이용자는 피크 타임에 택시가 잘 잡히지 않아 다른 플랫폼으로 떠날 수 있어서다.
그래서 일부 택시 업계는 카카오모빌리티가 과거처럼 택시 수수료를 아예 받지 않아야 한다는 말을 거침없이 던진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카카오모빌리티라는 기업의 지속 가능성이 사라진다. 심한 경우 사업에서 철수할 수도 있다. 그러면 누군가 그 역할을 대신하겠지만 수수료 갈등은 또 다시 불거지기 마련이다. 수익 없는 플랫폼 활성화 자체가 불가능한 탓이다. 자치단체별로 호출 플랫폼을 대안으로 내세우지만 당장은 가능할지 몰라도 예산으로 운용되는 플랫폼의 한계는 뚜렷하다. 기술 발전에 따른 플랫폼 개선과 진화가 어려워서다. 더불어 전국 호출 기능도 구현이 쉽지 않다.
본질은 이용자의 공급자의 갈등이다. 택시 이용자는 자신의 선택에 따라 택시를 원하는 반면 기사는 호출이 떴을 때 자신의 선택에 따라 수용 여부를 결정하는 복불복 택시를 선호한다. 그 사이에서 카카오모빌리티는 소비자 선택권을 존중한다는 핑계로 택시 업계로부터 높은 수수료를 취했다. 그래서 이제는 더더욱 가맹과 비가맹 호출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선택을 선호하는 소비자는 가맹택시를 이용할 것이며 그렇지 않은 소비자는 다른 플랫폼으로 비가맹택시를 호출하면 된다. 호출 시장에선 이런 방법이 공정일 수 있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