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흐름에 뒤처진 대응, 제품군 다양화 방안 강구
단순히 보면 그저 단순할 뿐이다. 지난달 KG모빌리티의 실적 이야기다. 올해 1~10월 내수 누적 판매대수는 5만4,788대로 3.4% 줄었지만 수출은 4만8,032대로 30.7% 증가했다. 대수로 보면 내수는 1,947대 줄어든 반면, 수출은 1만1,233대 늘었으니 선방이다. 내수와 수출을 합치면 10만2,640대로 9,296대 증가했다.
그런데 본질에 대해선 아직 우려가 많다. 먼저 주력 제품인 토레스가 결국 경쟁 제품들의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1월부터 10월까지 3만2,022대를 출고해 전년 대비 102% 늘었지만 지속 가능 여부는 불투명하다. 월 평균 3,000대에 달하던 실적은 9월 1,584대까지 떨어졌고 10월에도 1,628대에 머물렀다. 기아 쏘렌토, 현대차 싼타페 등이 중형 SUV 수요를 블랙홀처럼 흡수하면서 토레스의 존재감마저 흔드는 형국이다. 그나마 해외 수출로 돌파구를 마련했지만 수출국이 많지 않다는 점은 걸림돌이다.
사실 쌍용자동차 시절부터 늘 걱정이 제기된 부분은 부족한 제품군이다. 판매 가능한 제품이 적다 보니 특정 제품에만 의존하다 경쟁사가 신차를 출시하면 타격을 받는 일이 반복돼 왔다. 티볼리와 렉스턴이 그랬고 승용형 픽업인 렉스턴 스포츠도 위태롭기는 마찬가지다. "나 홀로 독주"를 경쟁사들이 그냥 놔둘리 만무하다. 이미 국내 경쟁사는 물론, 수입사들도 픽업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게 대표적이다.
그래서 KG모빌리티의 제품 개발은 다른 제조사보다 미래적 관점에서 출발해야 한다. 개발 시점에서 5년 후가 아니라 적어도 10년 후를 염두에 둬야 한다는 조언이 잇따른다. 티볼리만 해도 등장한 지 이미 8년이 지났다. 소형 SUV 시장이 인기를 얻으며 승승장구했지만 시장의 흐름이 중대형으로 급격히 옮겨가며 시들해졌다. 제품 문제가 아니라 빠르게 변하는 시장의 대응 속도가 문제다.
지금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자동차 업계에서 공공연한 사실은 회사 규모가 작을수록 제품의 수명 주기가 길다는 점이다. 이 경우 소비자는 식상함을 느끼고 경쟁사는 신차 공세를 펼치기 쉽다. 그렇다고 작은 회사에서 새로운 차종을 봇물처럼 쏟아내거나 판매 중인 제품의 신차 주기를 빠르게 가져가기도 어렵다.
물론, 장점도 있다. 뒤집어 본다면 몸집이 가벼울수록 오히려 민첩할 수 있다. 직접 신차를 개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필요하면 해외 완성차 기업과 손잡고 위탁 생산 및 판매를 시도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미 구축된 판매망을 통해 해외 제품을 소개하고, 필요하면 반제품 조립 생산으로 참여해 제품 선택지를 늘릴 수 있다. 제품 운용에 융통성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이 말은 현재의 제품만으로는 언제든 다시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와 같다.
지금 KG모빌리티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제품의 판매 확대다. 그리고 판매는 국내외를 가리지 않는다. 해외에는 국내 생산 제품을 적극 판매하되 국내에선 부족한 제품군을 보강하기 위해 해외 완성차 기업과 손잡고 필요한 제품을 수입, 판매하는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 지금의 제품 구성에 머무른다면 대형 기업들과 경쟁하는 것이 쉽지 않다. 시장은 빠르게 변하고 소비자 인식도 하루가 다르게 변한다. 다양한 제품군을 KG모빌리티 스스로 모두 갖추는 게 최상이겠지만 현실은 냉정하다. 제품군 확대에는 선제적으로 막대한 투자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의 KG모빌리티에게는 최소 비용으로 제품을 늘리는 방법을 고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설령 그것이 수입차가 될 지라도 말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