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디지털 소외자도 교통약자

입력 2023년11월14일 00시00분 구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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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빌리티 접근성 저하 우려, 부담 줄인 사용자 경험 필요

 지난 13일, 2023 프로야구 한국시리즈가 막을 내렸다. 한 가지 논란은 온라인으로만 진행했던 입장권 판매다. 현장 발권을 운영하지 않으면서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노인 야구팬들은 말 그대로 진입장벽을 경험했다.

 문제는 이런 문제가 경기장에서만 벌어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식당, 패스트푸드점 역시 직원 대면이 아닌 키오스크를 통해 주문을 받고 있는 곳이 늘어 노인을 비롯한 디지털 소외자들이 식사가 어려워지는 경우가 발생한다. 지난 3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2022년도 디지털 정보격차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장애인 82.2%, 농어민 78.9%, 고령층 69.9% 순으로 디지털 정보를 접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동 수단도 예외 없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20년 발행한 노인실태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65세 이상 설문자 가운데 인터넷, 스마트폰으로 기차, 고속버스 등의 교통수단을 예매한 경험자는 58.3%였다. 40%가 넘는 나머지는 온라인으로 표를 구매한 적이 없었다는 의미다. 경험자들 대부분도 예매에 불편을 겪었다는 응답이 절대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털 소외는 택시에서도 마찬가지다. 플랫폼 택시가 증가하면서 스마트폰으로 예약이 어려운 노인들은 겨우 배회 중인 택시를 잡아타기가 일쑤다. 편의성을 높이려 등장한 플랫폼이 또 다른 약자를 만들고 있는 셈이다. 때문에 일부 택시는 노인 이용자를 배려하기 위해 이들이 많은 병원, 터미널 등에서 호출 앱을 켜지 않는 사례도 들려온다.

 연결성을 기반으로 하는 모빌리티 시대엔 어떨까? 궁극적으로 모빌리티는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모두가 누릴 수 있도록 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그래서 다양한 이동 수단과 방법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어떠한 이유로 접근하기가 어렵다면 그 의미가 희석되기 마련이다. 교통약자에게 조금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이동 기회를 제공하려 한다 해도 또 다른 교통약자를 만들 수 있는 셈이다.

 최근 자동차 제조사들이 소프트웨어 기반의 자동차(SDV)로의 전환을 강조하고 있다. 전동화로 탈 것의 성능이 평준화되면서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사용자 경험을 부각하는 것. 화려하고 몰입감 넘치는 그래픽이나 기능도 좋지만 지금보다 나은 사용 환경과 접근성을 기대해 본다. 어쩌면 미래의 디지털 소외자가 현재의 우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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