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늘어나는 자동차, 줄어드는 인구

입력 2023년12월07일 00시00분 권용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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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구는 줄어도 자동차는 증가, 계속될 것인가

 거리의 자동차 정체가 예전 대비 너무 심해졌다고 말하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실제 출퇴근 뿐 아니라 도심의 정체는 이제 시도 때도 없이 일상으로 자리잡는 중이다. 대체 우리나라에는 자동차가 얼마나 많을까?

 국토교통부 올해 6월 기준 국내 자동차 등록대수는 2,575만대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25만대가 증가했다. 국내 자동차 등록대수는 2017년 2,252만대에서 이듬해 2,300만대 벽을 돌파하고 2020년에는 2,400만대를 넘어섰다. 그리고 지난해 2,500만대를 넘어 이제는 2,600만대 시대로 나아가는 중이다. 

 그런데 자동차 증가와 달리 인구는 정점을 찍고 내리막을 걷는 중이다. 통계청 인구조사에 따르면 2017년 국내 인구는 5,136만명에서 2019년 5,176만명으로 40만명 증가했지만 2021년에는 5,174만명으로 오히려 2만명 감소했다. 그리고 2022년에는 5,162만명으로 전년 대비 12만명 줄었다. 인구는 감소하는데 자동차만 증가하는 형국이다. 덕분에 1명당 자동차 보유대수도 2017년 2.3대에서 2022년에는 2.0대로 확대됐다. 흔히 자동차 선진국의 보유대수 기준을 2.0대로 본다는 점에서 한국도 보유 면에선 이제 선진국에 들어간 셈이다. 

 인구는 줄어드는데 자동차가 늘어나는 이유는 가구당 보유 대수가 예전처럼 "1가구 1대"에  머물지 않기 때문이다. 가구당 2대는 기본이고 최근에는 "1가구 3대"도 흔하다. 게다가 1인 독립 세대가 늘면서 자동차의 분리 수요도 함께 증가했다. 통상 한 집에 여러 가족 구성원이 살면 자동차를 공동 사용하지만 구성원 중 한 명이 독립하면 추가로 자동차를 구입하는 것을 분리 수요로 정의한다. 

 완성차 업계가 주목하는 것은 국내 자동차 수요가 앞으로도 꾸준히 늘어날 것인가다. 2,600만대는 충분히 넘겠지만 2,700만대까지 갈 수 있느냐를 두고 전망이 엇갈린다. 한국도 일본처럼 1대당 1.7명 수준 도달 여부를 놓고 다양한 해석이 오가는데 먼저 긍정적인 시각은 인구 감소에도 1인당 보유대수가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자동차를 용도별로 보유하려는 사람이 점차 많아지고 있어서다. 반면 부정적 시각은 젊은 인구, 즉 수요층의 감소를 꼽는다. 동시에 고령이 될수록 자동차 보유 욕망이 조금씩 떨어진다는 점도 지목한다. 

 늘 양립하던 수요 예측의 긍정과 부정 전망 사이에서 언제나 승리(?)를 거둔 쪽은 긍정 쪽이다. 결과적으로는 해마다 자동차 등록대수가 꾸준히 늘어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부정적 시각에 조금씩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과거와 다른 인구 변수 및 대중 교통 확장 등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이제는 늘어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자동차 수요 감소를 우려해야 한다는 시각이 우세해지는 중이다.  

 그러자 수요 감소를 대비해 한국 또한 근본적인 자동차 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많아지고 있다. 특히 자동차와 관련된 다양한 세금부터 논란이다. 배기량이 사라지며 자동차세 성격 논란은 이미 시작됐고 점진적으로 감소할 유류세도 고민 대상이다. 또한 전체 등록대수에서 조금씩 비중이 확대될 전기차 산업 시대의 과제도 생각해봐야 한다. 

 물론 전기차 보급을 놓고 정책적 지원이 잇따르는 등 준비와 실행은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전체적인 자동차 등록대수 감소 시대를 생각해보자는 주장에는 애써 귀를 닫는 것 같아 씁쓸하다. 증가는 반갑지만 감소는 말 그대로 여러 문제를 야기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상황적 변수를 고려할 때 자동차 증가의 시대는 서서히 정점을 향해 가는데도 말이다. 

 권용주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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