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정체된 자동차 판매, 서비스가 승부 가르나

입력 2023년12월19일 00시00분 권용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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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비스 시간 단축이 핵심 경쟁력

 한국모빌리티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국내 자동차 판매는 190만대에 도달했지만 이듬해 코로나19 여파에 따라 173만대로 추락했고 지난해는 168만대를 기록했다. 물론 올해는 174만대 정도로 마감할 예정이다. 한 마디로 엄청난 호황이 아니라면 국내 자동차 시장은 175만대 내외의 규모를 가지고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여러 제조사 간 경쟁의 핵심은 새로운 시장 창출보다 서로의 점유율 빼앗기에 집중되기 마련이다. 어떻게 하면 경쟁 시장 내 우월적인 지위를 차지할 것인가에 모든 대외적 활동이 쏠려 있다. 

 경쟁 시장이 치열해질수록 판매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언제나 브랜드, 가격, 평판 등이다. 이들이 구매에 미치는 영향력이 높다 보니 다양한 할인, 지원 등이 매월 ‘판매촉진’ 또는 ‘이달의 혜택’이라는 명분 하에 꾸준히 쏟아진다. 소비자 또한 구매를 고려할 때 기업이 제공하는 혜택의 유혹은 쉽게 뿌리치기 어렵다. 

 그런데 직접적인 불만은 구매 이후에 발생하는 게 일상적이다. 완벽한 기계가 없다는 점에서 문제 발생 가능성은 늘 존재하지만 이때 경험하는 ‘서비스’는 불만을 달래는 기회이자 오히려 불만을 키우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기본적으로 소비자가 직접 센터를 방문해야 하는, 다시 말하면 개인의 시간을 희생시켜야 하는 탓이다. 이 과정에서 특정 브랜드에 대한 불만의 추억(?)이 만들어지면 다음 제품을 선택할 때 동일 브랜드로 이동하려는 욕망은 줄어들고 해당 기업은 경쟁 시장 내 우월적 지위를 유지하기 어렵거나 시장 내 점유율 축소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최근 제조사마다 서비스 강화에 한창이다. 정비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시간당 처리 능력을 높여 대기 시간을 줄여주기 위해 노력한다. ‘시간’이 서비스 만족에 미치는 영향력이 절대적인 탓이다. 나아가 요즘은 서비스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이는 것 뿐만 아니라 단계별 시간 단축 움직임도 활발히 나타난다. 구체적인 항목으로 서비스 단계를 나누고 소비자를 만족시킬 때 재구매 등의 의지가 명확하게 발생할 수 있어서다. 관련해 소비자 만족도 조사기관인 마케팅 인사이트가 내놓은 보고서는 흥미롭다. 서비스가 필요할 때 이뤄지는 모든 과정을 숫자로 치환해 브랜드별 만족도를 조사했는데 단계별 만족도 1위 기업이 모두 제각각이었기 때문이다.

 마케팅 인사이트에 따르면 온라인 예약이 활발한 곳은 렉서스(87%)와 테슬라(88%다. 반면 전화 예약율은 포르쉐(93.5%)가 가장 높다. 그런데 예약 후 실제 정비까지 기다리는 시간은  KG모빌리티가 3.3일로 가장 짧다. 그만큼 정비 용량에 여유가 있다는 의미다. 그리고 입고 전 무엇이 문제이고 어떤 처리가 이뤄지는지 꼼꼼하게 설명을 잘하는 브랜드로는 혼다가 꼽혔다. 예상 비용을 잘 설명하고 친절하게 안내했다는 의미다. 

 그런데 정비 시간이 짧아지려면 부품 공급이 원활해야 한다. 이 부문에선 GM코리아가 5.9일로 가장 짧았다. 덕분에 ‘정비 수리 기간’도 4.2일에 머물러 국산차 평균 9.5일, 수입차 평균 14.5일에 비해 압도적인 시간 단축을 이뤄냈다. 이외 입고 후 당일 정비 완료율이 가장 높은 브랜드로는 토요타가 꼽혔다. 아울러 서비스를 받았다면 대부분의 소비자는 안심을 한다. 그러나 가끔 동일 문제가 발생할 때도 있다. 한 마디로 제대로 된 서비스 조치가 이행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 부문에서 만족도는 렉서스가 높았다. 국산차와 수입차를 구분했을 때도 국산차의 만족도가 수입차 대비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결과가 도출돼 개선점으로 지목됐다. 
 
 이처럼 기업마다 질적 및 양적 서비스 확대에 치중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첫 차가 아니라 재구매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탓이다. 서비스를 통해 불만족의 경험이 다른 소비자와 얼마든지 공유될 수 있어서다. 제품은 좋은데 서비스가 불만일 때 첫 차를 고려하는 소비자는 제품으로 기울 수 있지만 동일 브랜드의 다른 차를 염두에 둔 두 번째 구매자는 불만족 서비스를 피하기 위해 다른 브랜드를 선택할 수도 있다. 결국 한정된 시장에서 승부를 걸어야 하는 부문은 이제 서비스라는 뜻이다. 

 권용주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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