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자가용 승차공유, 한국도 일본 따라갈까

입력 2024년01월02일 00시00분 권용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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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택시기사 고령화, 심야 택시 부족 자가용으로 해결

 "함께 막았지만 일본은 허용으로 가닥을 잡았습니다. 결국 한국만 뒤처지는 결과가 나타날 겁니다." 얼마 전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가 전한 일본의 자가용 승차 공유 이야기다. 흔히 우버(Uber)"라는 기업명으로 표현되는 자가용 승차 공유 사업은 초기 도입 때부터 각 나라에서 택시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친 바 있다. 그리고 갈등의 결과는 크게 세 가지 형태로 귀결됐다.  

 첫 번째는 자연스러운 진입이다. 인구 대비 택시가 부족하거나 대중교통이 발달하지 않은 곳은 오히려 이동권 제공 차원에서 자가용 승차 공유 사업이 활발히 전개됐다. 두 번째는 융합이다. 초기에는 갈등이 벌어졌지만 점차 사업 영역이 융합되며 통합 플랫폼으로 진화한 경우다. 대표적인 국가가 미국이다. 미국 자가용 승차 공유 도입 초기 택시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쳤다. 하지만 택시 면허 비용 하락과 국민적 편익 가운데 정부는 보편적 편의 가치에 비중을 두며 논란을 잠재웠다. 최근에는 영국도 우버 앱으로 택시를 호출할 수 있도록 했다. 블랙캡으로 불리는 영국 택시는 결국 고급 이동 수단이 되는 추세다. 이동의 비용 편익 측면에서 택시와 자가용 승차 공유 시장이 양분되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가용 승차 공유 "절대 금지"를 선언하며 한국과 같은 배를 탔던 일본이 올해부터 융합으로 돌아설 태세다. 택시 기사 고령화로 야간 택시가 부족해지자 일부 조건을 달아 자가용 승차 공유를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고령 기사가 운행하지 않는 심야 시간이거나 사람이 몰리는 관광지를 중심으로 자가용 승차 공유를 허용하는 복안이다. 당연히 택시의 반발이 벌어졌는데 주목할 점은 정부의 절충 방안이다. 

 일본은 자가용 승차 공유를 허용하되 관리자로 택시 기업을 지정하기로 했다. 한 마디로 택시 사업자가 앱을 통해 호출을 받을 때 택시가 없거나 부족하면 그 시간에 운행하겠다고 택시 회사에 사전 등록한 자가용 운전자를 연결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플랫폼 사업자는 중개 수수료의 일부를 택시 기업과 나눌 수 있다. 동시에 자가용 운전자는 자신의 차로 운송 사업에 참여하게 된다. 택시 부족의 보완재로 자가용 승차 공유를 허용하는 방식이다. 택시 회사와 플랫폼은 수수료가 이익이 되고 자가용 보유자는 운송 수익을 부가적으로 가져갈 수 있으며, 이용자는 동일한 비용으로 택시 부족을 경험하지 않아도 된다. 신도시 등에 인구가 몰려 택시 부족 현상이 일어나도 택시 증차보다 자가용으로 해결한다는 방안마저 세웠다는 후문이다. 

 그런데 이웃 일본의 자가용 승차 공유는 한국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한국 또한 기사 고령화가 심각한 탓이다. 심야에 택시가 부족한 이유는 개인과 법인을 막론하고 기사 고령화에 기인한다. 개인택시는 고령화로 운행을 자제하려 하고, 법인택시는 수익이 적어 일하려는 사람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그래서 일본처럼 자가용을 보유한 사람들이 택시의 보완재로 유상운송에 뛰어들면 국민들의 이동 편익이 올라갈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중이다. 어차피 법인택시는 앞으로도 운전자 부족을 겪을 수밖에 없고 개인택시는 고령화로 야간 운행 감소가 불가피하다. 신도시 또한 택시가 부족한 상황에서 부분적으로 자가용이 이동 문제를 해결하는 요소로 활용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한국에서 자가용 승차 공유를 허용하는 것은 엄청난 담대함이 필요한 일이다. 심지어 대통령도 강제하기 어렵다. 숫자로 파악이 가능한 택시 업계 유권자를 스스로 밀어내는 모양을 담고 있어서다. 특히 면허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극심한 갈등도 유발할 수 있다. 렌터카 기반 택시 사업인 "타다"가 등장했을 때 개인택시 사업자 일부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배경도 면허 가치 하락 때문이다. 이후 렌터카 기반 사업을 허용했지만 여전히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한국의 모빌리티 산업은 세계에서 가장 보수적 이동 생태계로 평가받는 일본보다 뒤처질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따라서 이제 논의의 초점도 옮겨져야 한다. 그리고 누가 이런 논의를 시작할 것인가를 질문해 볼 때다. 

 박재용(자동차 칼럼니스트,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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