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 화물, 디젤 자리 LPG가 점령
지난해 8월 말 기준 국내에서 가장 많이 운행되는 자동차는 당연히 휘발유 차로 1,225만8,000대에 달한다. 경유를 연료로 사용하는 자동차도 958만대로 휘발유 차의 뒤를 잇는다. 세 번째는 LPG 차다. 그런데 지난 2010년 245만대에 달했던 국내 LPG자동차 등록대수는 10년이 지나며 186만대로 쪼그라들었다. LPG를 찾는 소비자들이 적은 데다 제조사도 마땅한 제품을 내놓지 않았던 탓이다. 여기에 주력 차종인 택시 부문이 빠르게 BEV로 전환되면서 연료 사용량도 감소했다.
그랬던 LPG가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주인공은 소형 1t 화물트럭이다. 디젤 포터와 봉고로 대표되는 소형 트럭의 내연기관이 올해부터 BEV 또는 LPG 엔진으로만 출시되기 때문이다. 그 사이 단점으로 꼽히던 출력 및 토크도 보강했다. 직분사 방식의 터보를 적용해 최고 159마력에 30.0㎏.m의 토크를 발휘한다. 디젤 대비 출력은 높고 토크는 동일하다. 오히려 최대 토크 발휘 영역이 넓어져 효율이 높고 화물 적재에도 무리가 없다는 게 제조사의 설명이다.
실제 연간 10만대 이상 판매되는 소형 트럭이 BEV와 LPG만 출시되니 소비자들의 관심은 당연히 LPG로 몰린다. 나오자마자 3만대가 계약되며 또 한번의 전성 시대를 예고한 것이 대표적이다. 덕분에 LPG를 판매하는 기업들의 표정도 흐뭇하다. 물론 여전히 "디젤"을 찾는 사람도 있어 중고 디젤 트럭 인기도 오르는 추세지만 전체 250만대가 넘는 소형 화물에서 LPG 비중이 확대되는 것은 시간 문제일 뿐이다.
무엇보다 LPG 업계는 소형 화물 트럭의 용도에 반색한다. 대부분이 사업 및 영업용이어서 승용 대비 연간 평균 주행거리가 월등히 길기 때문이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비사업용 승용차의 하루 평균 주행거리는 33㎞인데 반해 화물차는 51㎞다. 사업용은 승용차가 62.3㎞일 때 화물차는 131.6㎞를 달린다. 사업용이든 비사업용이든 소형 화물차의 주행거리는 승용 대비 길고 단위효율은 낮아 결과적으로 LPG 사용량이 두 배에 달한다. LPG 공급사에겐 소형 LPG 화물차 1대가 승용 2대와 같은 개념이다.
그래서 올해 LPG 자동차 등록대수는 다시 상승으로 돌아설 전망이다. 택시의 BEV 전환이 LPG 업계의 위기였다면 소형 화물의 LPG 부활은 기회가 아닐 수 없다. 더군다나 소형 화물 시장 내 LPG의 경쟁자로 꼽히는 BEV는 보조금 기반의 판매여서 제조사가 쉽게 생산을 늘리지 못한다. 따라서 "BEV vs LPG" 경쟁은 큰 의미가 없다.
그런데 제조사는 LPG보다 BEV 판매에 집중하려는 모양새다. 평균배출가스총량을 추가로 낮출 수 있는 데다 일정 구간 패턴 주행이 많은 사업용이라면 충전도 어렵지 않아서다. 매일 동일한 구간, 동일한 운행거리라면 충전도 정해진 곳에서 이뤄질 수 있어서다. 다만 보조금이 줄어 소비자 부담이 증가하는 것은 BEV 판매의 걸림돌이다.
자동차 연료로 LPG가 다시 주목받자 흥미로운 제안도 나온다. 수송 부문의 LPG를 가정 및 산업용과 구분하기 위해 "오토가스(Auto Gas)"로 부르자는 움직임이다. 과거 LPG 차를 제조하는 자동차회사가 "LPG" 대신 "오토가스"라는 글로벌 용어를 사용하려 했지만 1960년대부터 사용된 "LPG"란 단어를 "오토가스"로 바꿀 경우 소비자 이해가 어렵다는 점에서 포기한 바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판매대수가 가장 많은 소형 화물 트럭의 내연기관이 LPG 엔진이라는 점에서 "오토가스" 사용 방안이 조심스럽게 검토되는 중이다. 예를 들면 포터 오토가스, 봉고 오토가스 등이다. 자동차용 LPG 연료를 대부분의 국가에서 "오토가스"로 호칭하는 만큼 수출용에도 적용할 수 있어서다.
물론 사용하는 용어가 LPG 차 등록대수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오랜 시간 사용했던 단어를 굳이 바꾸는 것이 오히려 불편하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러나 수송 부문에서 LPG의 역할이 확대된 만큼 이미지 전환을 해보자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무엇이 맞는지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2024년을 시작으로 LPG 차의 재도약은 시작됐다는 사실이다.
권용주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