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전기차 대응책은 결국 중국산
폭스바겐의 전체 사업 가운데 중국 비중이 높은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합작사도 SAIC, FAW, JAC 등으로 다양하다. 그 중에서 최근 시선을 끈 내용은 중국산 VW EV의 유럽 수출이다. 중국 EV 기업들이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유럽 내 점유율을 늘려가자 VW도 결국 중국산으로 시장 대응에 나서는 형국이다. 하지만 VW의 "이이제이" 전략이 먹혀들수록 오히려 유럽 내 중국산 BEV 점유율이 확대되는 것이어서 중국으로선 VW의 전략이 오히려 반가울 따름이다.
중국 내 여러 VW의 여러 합작사 가운데 최근 화제가 된 곳은 창안자동차(JAC)다. 지난 2020년 VW은 JAC와의 합작 기업 지분율을 75%로 끌어 올리며 지배권을 확보했다. 동시에 회사명도 폭스바겐-안후이(VW-Anhui)로 변경했다. 해외 합작 기업은 지분율이 최대 50%를 넘지 못하지만 전기차 등을 생산하는 경우는 외국 기업이라도 경영권이 인정되는 만큼 폭스바겐-안후이 공장은 VW의 세 번째 중국 EV 생산 기지인 셈이다. 첫 번째는 FAW-VW의 포샨 공장, 두 번째는 SAIC-VW의 안띵 공장이다. 안후이 공장에서 VW이 유럽 수출용으로 생산할 제품은 세아트의 고성능 브랜드로 유명한 "쿠프라(CUPRA)" 계열의 타바스칸(Tavascan) BEV다. 올해 연간 7만대 이상의 타바스칸 BEV를 유럽으로 수출할 예정이다.
이처럼 VW이 중국산 BEV를 자신의 안방인 유럽으로 가져가는 이유는 단 하나, 가격 때문이다. 중국의 낮은 생산 비용을 활용해 유럽에서 같은 중국산 제품과 가격 경쟁을 하겠다는 복안이다. 자토 다이나믹스 등의 컨설팅기업에 따르면 중국 전기차의 유럽 내 평균 가격은 지난해 3만2,000유로(약 4,600만원) 수준인데 유럽 평균 5만6,000유로(한화 약 8,000만원)의 57%에 불과하다. 이를 두고 프랑스 르노의 최고 경영자도 "중국 BEV와 가격을 맞추기 위해 R5 BEV 가격을 최대 3% 낮추겠다"고 공언했을 정도로 중국산의 가격 경쟁력은 절대적이다. 최근 니오, 샤오펑 등이 진출하며 평균 가격이 오르기는 했지만 가격에 대적할 유럽 기업은 거의 없다.
하지만 유럽산으로 맞서려는 의지마저 없는 것은 아니다. 당장 대안이 없어 중국산 제품의 유럽 수입을 추진하지만 VW은 중국 기업과 협력해 유럽 내에서 BEV 배터리 생산 비용 감축을 추진 중이다. 메르세데스 벤츠도 생산 비용을 50% 줄인 새 BEV를 공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유럽 내 BEV 생산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는 게 이들의 고민이다. VW의 경우 ID.2 생산 확대를 2026년으로 연기했는데 아무리 저렴한 가격을 책정해도 시작 가격은 2만5,000유로(3,600만원) 가량을 예상한다. 스텔란티스 산하 시트로앵도 중국 BEV와 경쟁하기 위해 2만3,300유로(3,350만원)의 신형 저가 전기 SUV "eC3"를 공개했지만 이익 등을 고려할 때 가격은 여전히 고민거리다. 게다가 이들 저가 차종은 크기가 작은 소형급이어서 유럽을 벗어나면 인기를 끌기도 어렵다. 르노가 공개하려는 2만 유로 이하 BEV 크기도 경차급에 머물 뿐이다.
그런데 중국산 BEV의 가격은 한국에도 부담이다. 그만큼 BEV 시장에서 자리 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탓이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서 생산 수출된 자동차는 480만대에 달하고 이 가운데 110만대 이상이 BEV다. 같은 기간 한국의 경우 424만대가 생산돼 276만대가 해외로 나갔고 그 중의 40만대 가량이 BEV다. BEV만 놓고 볼 때 한국과 중국의 판매 경쟁이 세계 곳곳에서 펼쳐지고 물량 측면에선 중국의 공세가 무서운 기세다. 그래서 한국 기업도 BEV 가격 인하를 위해 배터리 소재를 바꾸거나 용량은 줄이되 효율을 높이는 등 끊임없는 기술 개발에 매진하는 형국이다.
올해도 중국의 자동차 수출, 그 중에서도 BEV의 해외 시장 확대는 계속될 전망이다. 특히 BEV는 중국 시장 내에서만 연간 1,150만대 판매가 예상되는데 생존을 위한 중국 토종 기업들의 경쟁은 한 마디로 전쟁이다. 하지만 경쟁의 치열함이 제품 경쟁력을 빠르게 높여준 점은 눈여겨 볼 대목이다. 오히려 경쟁력이 높아진 덕분에 VW도 중국산 BEV를 유럽에서 판매하겠다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중국산 BEV의 글로벌 확산이 그만큼 무섭다는 방증이다.
권용주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