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생산, 91만대 중 34만대 해외로
지난해 테슬라가 글로벌에 공급한 전기차는 180만대가 조금 넘는다. 그런데 공급에 많은 역할을 한 곳은 중국 상하이 공장이다. 94만대를 생산해 중국 내에서 60만대를 판매하고 해외로 34만대를 내보냈다. 물론 그 중에는 한국에서 1만대가 넘게 판매된 제품도 포함돼 있다. 한 마디로 테슬라 전기차 생산, 판매 사업의 절반이 중국에 의존하는 형국이다.
물론 테슬라만 중국 의존도가 높은 것은 아니다. 폭스바겐의 중국 사업 비중은 이미 30%를 넘는 수준이다. 생산과 판매 뿐 아니라 부품 또한 중국에서 조달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기아는 중국에서 생산한 물량을 대부분 동남아 등지로 수출하고 포드와 GM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외국계 기업의 중국 생산 의존도가 높은 이유는 생산 비용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내연기관 또는 전기동력을 가리지 않고 중국에서 생산하면 유럽 대비 대당 1,000만원 이상의 비용이 줄어든다고 말한다. 부품 공급망이 잘 돼 있고 생산 시스템 표준화로 나타나는 결과다.
덕분에 중국자동차공업협회는 지난해 중국의 완성차 수출이 승용 기준 410만대에 달했고 이 가운데 91만대는 외국계 기업의 수출이라고 강조했다. 테슬라의 34만대 외에 포드 10만대, GM 6만대, 폭스바겐 6만대 등이다.
물론 중국의 전기차 수출은 계속 확장세에 있다. 지난해 승용과 상용을 합쳐 중국에서 해외로 나간 전기차는 120만대이며 테슬라가 34만대로 가장 많다. 중국으로선 테슬라가 수출 효자 차종이며 테슬라에겐 중국이 견고한 생산 기지를 제공하는 셈이어서 서로 ‘윈-윈’이다.
여기서 중요한 관점은 미중 간의 갈등이다. 갈등이 고조되지만 미국 기업으로서 테슬라는 중국에서 최대한 실리를 취하려 한다. 중국 또한 테슬라의 규모를 감안할 때 일자리와 세금 등 중국에서 얻는 이익이 크다. 국가 간 갈등이 있어도 최대한 서로의 이익은 가져가려는 형국이다.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도 중국 내 사업이 흔들리는 순간 위기를 맞는다는 것을 잘 아는 만큼 중국에 우호적인 정치적인 발언도 서슴치 않는다. 아예 대놓고 자신은 ‘친중국’이라는 언급도 수시로 내뱉는다. 심지어는 지난해 ‘대만도 중국의 일부’라고 발언해 대만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그러자 시진핑 주석도 테슬라가 중국에서 발전하는 것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테슬라에게도 중국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것은 위험 요소다. 자칫 미중 갈등이 더욱 심각해지면 중국 사업이 위협받을 수 있어서다. 그럼에도 지금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것은 쉽지 않다. 중국 이외 지역의 생산 비용이 그만큼 높기 때문이다. 탄소배출권 판매 또한 줄어드는 상황에선 오히려 중국 의존도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자 국내에서도 중국을 바라보는 시각을 두고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한국 자동차기업도 중국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에 맞서 배제하자는 목소리도 높다. 전자는 실리 차원에서, 후자는 국가 간 갈등이 기업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음을 우려하는 주장이다. 둘 모두 틀린 말은 아니지만 절충안으로 유연한 대처를 요구하는 관점도 있다.
전기차의 가격 경쟁이 본격화한다는 점에서 중국 생산을 포기할 수 없다면 중국을 생산의 지렛대로 삼되 공급망은 다양하게 가져가야 한다는 조언이 쏟아진다. 갈등이 있어도 이사를 갈 수 없는 지리적 위치에 있다면 차라리 거대 시장을 최대한 활용하는 게 낫다는 판단 때문이다. 테슬라가 미중 갈등에도 중국과 해외를 겨냥해 중국 생산을 이어가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접근하자는 얘기다. 당장 중국을 배제한 공급망을 갖추는 것 자체가 어쩌면 불가능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박재용(자동차 칼럼니스트, 공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