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진을 보조하고 배출가스 저감 역할이 핵심
-일부 통계, 명칭에서 하이브리드로 인식해 혼란
-명확한 구분과 체계적인 접근 필요해
요즘 나오는 신차들에서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MHEV) 탑재라는 말을 자주 접한다. 국산차 보다는 수입차 중심으로 확대돼 있으며 브랜드는 저마다의 방법으로 새로운 시스템을 넣어 차가 더 높은 완성도를 갖췄다고 강조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48V MHEV는 자동차 엔지니어링에 필요한 존재로 떠오르고 있어서다. 맨 처음 포문을 연 건 2017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였다. 완성차 업체가 전기차에 주력한 반면 발레오, 델파이 등 글로벌 부품업체들이 48V MHEV 시스템을 소개해 주목을 받았다. 이후 글로벌 브랜드를 중심으로 실효성이 높다고 판단한 뒤 양산차에 탑재해 판매를 시작했고 지금은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IHS’는 2025년 신차 중 10% 정도가 MHEV 자동차가 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48V MHEV의 근간은 가솔린, 디젤과 같은 내연기관에 있다. 기존 엔진 옆에 전기모터를 붙이고 중간이나 뒤쪽에 인버터와 작은 배터리를 추가하는 방식이다. 일반적인 하이브리드와 비슷한 구조이지만 용량이 작고 온전한 전기 모터의 힘으로 차의 속도를 올릴 수 없어서 보통 엔진을 보조하는 역할에 그친다. 처음 출발할 때와 완전히 멈췄을 경우 전기 에너지 특유의 부드러운 감각이 일품이며 고속에서 추가적으로 힘이 필요할 때도 48V MHEV의 능력이 드러난다.
가장 큰 목적은 배출가스 저감이다. 48V 시스템을 통해 엔진에 추가로 파워를 공급하고 회생, 제동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다. 즉 연료 소비가 가장 많이 되는 출발과 정지 시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는 CO2 배출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동력계 전체를 건드리지도 않아서 개발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도 획기적으로 아낄 수 있으며 이러한 장점들이 모여 차세대 시스템으로 주목 받고 있다.
문제는 48V MHEV를 풀-하이브리드로 인식하는 데에서 발생한다. 전기 모터 스스로 차를 움직일 수 있는 하이브리드(HEV),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와는 성격과 역할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같은 취급을 하고 있어서 적지 않은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예를 들어 동일한 방식의 48V MHEV를 넣은 신차이지만 브랜드에 따라 일반 가솔린차로 말하기도 하고 또 일부는 하이브리드 차라고 전면에 내세워 어필하고 있다. 통계도 마찬가지다. 48V MHEV 시스템을 탑재한 가솔린 및 디젤차를 하이브리드차 범위에 넣어 높은 마치 친환경차 점유율이 높아진 것처럼 착각을 일으키기도 한다.
표기 방식에서도 혼란의 여지가 있다. 48V MHEV 시스템을 탑재한 가솔린 및 디젤차의 인증 내용을 보면 내연기관+하이브리드로 표기하고 있으며 차 옆면에 부착돼 있는 에너지소비효율 스티커 표시 역시 하이브리드로 적혀있다. 다양한 부분에서 저마다의 방법으로 48V MHEV를 해석하고 있으며 결국 부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소비자만 혼란을 키우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하이브리드 라는 단어가 주는 인식의 차이라고 반론을 내세울 수 있다. 하지만 그 이전에 각 시스템의 역할을 먼저 알리고 올바른 개념을 정립해줘야 할 필요가 있다. 일각에서는 48V MHEV 시스템을 탑재한 내연기관 차가 보편화 되면 이러한 혼란 마저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때까지 기다리는 건 또 다른 오해를 만들 수 있는 시간을 버는 것일 뿐이다. 최종적으로 차를 움직이게 하는 동력계의 주체를 설정하고 친환경차의 역할과 범위를 명확히 해야 한다. 보다 체계적인 48V MHEV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