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아이오닉5 N, '젠쿱'의 대안 될까

입력 2024년04월01일 00시00분 박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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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리프트 레이스카, 대부분 노후화
 -제네시스 쿠페 대체재 마땅치 않아
 -아이오닉5 N 드리프트스펙, 쇼카로 남긴 아까워

 지난 29일 인제 스피디움에서 아이오닉5 N 드리프트스펙을 경험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양산이 시급해보였다. 쇼카로 남기기엔 너무 아까운 자동차다. 


 아이오닉5 N이 드리프트카로 재탄생한 데에는 사연이 있다. N브랜드매니지먼트실을 이끄는 박준우 상무는 "아이오닉5 N을 어떻게 론칭하고 싶냐"는 장재훈 사장의 질문에 조용히 굿우드에서 드리프트하는 내연기관 스포츠카의 영상이 담긴 스마트폰을 내밀었다고 한다. 아이오닉5 N의 데뷔무대로 굿우드 페스티벌이 낙점된 순간이었다. 

 N 관계자들에 따르면 영상을 본 장재훈 사장은 "전기차로 드리프트가 가능하겠어?" 라는 한 마디만 되물은 뒤 프로젝트를 곧바로 승인해줬다. 고성능 전기차를 등장시키며 이를 기반으로 한 드리프트스펙 레이스카를 함께 선보이는 것은 국내 자동차산업 역사상 전무후무한 일이었다. 


 만들어지는 과정도 특별했다. 양산차가 아닌 아이오닉5 N 연구개발 과정에서 파생된 프로토타입으로 만들어진 차다. 차를 개발하며 만들어지는 여러 대의 프로토타입은 결국 폐차되기 마련이지만 이를 재미있는 무언가로 재탄생시켜보고자 했다는 게 N 브랜드매니지먼트실 관계자들의 후문이다. 널찍한 타이어를 바탕으로 전기차에서는 낯선 유압식 사이드브레이크까지 갖추며 영락없는 드리프트카의 모습을 완성했다. 

 사실 쇼카의 성격이 커서 적당히 구색만 맞춘 차일줄 알았다. 하지만 만듦새와 퍼포먼스는 매우 뛰어났다. 프로토타입으로 만들어진 자동차라기라고 하기에는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주행을 시작하며 타이어가 다 닳아 멈출 수 밖에 없을 때 까지 일정하고 안정적인 출력을 뿜어내며 안정적인 라인을 그려나갔다. 

 이날 드리프트 주행을 주관한 조선구 선수 역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전기차의 즉각적이고 꾸준하게 발휘되는 출력은 드리프트를 하기에도 잘 맞는다"고 평가했다. 제네시스 쿠페로 오랜 기간 드리프트를 해왔기에 일장일단을 느꼈을텐데 의외로 아이오닉5 N에 후한 점수를 줬다. 


 조선구 선수만의 평가는 아니었다. 오랜 기간 "드리프트의 대부"로 불려왔던 일본의 츠치야 케이치도 아이오닉5 N을 극찬한 바 있다. 그는  "운전하고 있을 때 느낌은 무게가 1,800~1,900㎏ 정도 나가는 자동차인가 생각했는데 내려서 보니 2,200㎏라고 들어서 깜짝 놀랐다"며 "현대차가 뭔가 재미있는 일을 벌이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 아이오닉5 N 드리프트스펙의 스티어링 휠에는 츠치야 케이치의 서명이 새겨져 있었다.
 
 아이오닉5 N이 전기차임에도 드리프트카로서 훌륭한 차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또 다른 자동차가 스쳤다. 제네시스 쿠페였다. 2008년 등장한 이후 여전히 모터스포츠 무대에서 활약중인 "백전노장"이다. 주요 레이스에서는 대부분 아반떼 N이 자리를 대체해가고 있지만 드리프트 영역에서는 여전히 "대체 불가"에 있다. 

 이유는 분명하다. 전륜구동 기반의 아반떼 N으로는 드리프트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출시 이후 16년이나 지난 자동차가 현역이다보니 제대로 된 상태의 제네시스 쿠페를 찾기는 어렵다. 부품 생산을 유지해야 하는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보니 앞으로는 부품 수배도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 


 제네시스 G70과 기아 스팅어가 있지만 수동변속기도 없고 유압식 사이드 브레이크를 장착하기도 어렵다. 모터스포츠 업계 한 관계자는 "두 차가 모터스포츠에 적합했다면 진작 많은 제네시스 쿠페가 대체됐을 일"이라고 말했다. 

 아이오닉5 N 드리프트스펙은 지금의 제네시스 쿠페 드리프트카들을 대체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일관된 성능을 꾸준히 발휘한다는건 이미 세계 유수의 언론들을 통해 검증했다. 출력이 넘치면 넘쳤지 부족하지도 않으니 소유주들은 돈을 더 들일 이유도 없다. 전기차의 특성상 손쉽게 동력을 배분할 수 있어 일상과 서킷을 아우를 수도 있다. 

 전기차여서 더 편한 점들도 있다. 통상적인 내연기관 드리프트 차들은 주행 후 냉각 상태는 어떤지, 주요 엔진 부품에서 누유가 발생하지는 않는지, 조향 장치나 서스펜션의 손상은 없는지를 꼼꼼히 점검해야 한다. 반면, 전기차는 냉각 필요가 없으며 새어나올 엔진오일도 없다. 

 특정 트림으로 출시하는게 어렵다면 eN1 컵카처럼 소량 생산해 공급하는건 어떨까 생각한다. 대외적으로도 전기차로 드리프트를 하는 모터스포츠 문화가 있다는 좋은 홍보가 될 지 모른다. 

인제=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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