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무서운 중국 전기차의 연합전선

입력 2024년04월27일 00시00분 권용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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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와 자동차, 경쟁보다 협력 시너지 선택

 흔히 중국의 화웨이, 바이두, 샤오미 등은 IT 기업으로 꼽힌다. 그러나 세 회사의 공통점은 직간접적으로 모두 전기차를 만든다는 사실이다. 가장 최근에 샤오미는 SU7 전기차를 내놓으며 8만대 이상의 계약을 받았다. 2024 오토차이나 베이징 현장에선 샤오미 SU7에 대한 관심이 쏟아지며 사람이 몰리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화웨이는 일찌감치 여러 자동차회사와 손잡고 전기차 경험을 쌓는 중이다. 체리자동차와 손잡고 "럭시드(Luxeed)" 브랜드를 내놨고 장안자동차 및 배터리 기업 CATL과 협력해 "아바타(AVATR)" 및 "딥팔(Deepal)" 브랜드의 전기차 개발에 참여했다. 또한 베이징자동차(BAIC)와는 "스텔라토(Stelato)" 전기차를 완성했다. 이외 중국 최대 포탈기업 바이두는 지리(Geely)와 함께 "지유(Jiyue)" 전기차 개발에 참여했고, 알리바바는 상하이자동차(SAIC)와 함께 전기차 전문기업 IM모터스를 창업해 니오(NIO) 및 테슬라와 경쟁 중이다. 

 이처럼 2024 오토차이나 베이징을 한 마디로 정리하면 IT기업과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사의 활발한 연합전선이다. 설령 IT 전문 대기업이 아니라도 지능형 전기차에 주력하는 립모터스(Leap Motors)의 지분 일부를 스텔란티스그룹이 보유한 것도 큰 틀에선 IT와 자동차기업 간의 협업이며, 한국에서 중국산 로봇청소기로 유명한 로보락 또한 EREV 제품인 "폴스톤 01"을 내놨다. 가전 기업에서 출발한 스카이워스(SKYWORTH)도 예외는 아니다. IT, 전자제품 등의 기업들이 기존 자동차회사와 손잡거나 독자적으로 전기차 시장에 앞다퉈 진출한 결과다. 

 기존 자동차기업들의 신생 브랜드 런칭도 활발하다. 광저우자동차는 산하 전기차 고급 브랜드로 하이퍼(HYPER)를 내세우고 니오(NIO)와 함께 시작한 하이칸(HYCAN)도 관람객의 시선을 끌어당긴다. 2015년 설립돼 현대차 베이징공장을 인수한 리오토(Li Auto) 또한 중국 내에선 주목받는 기업이다. BYD와 벤츠의 합작사 덴자(DENZA)도 결국은 협업의 산물이며 지리(Geely)와 구글과 함께 손잡고 개발한 지커는 이미 스웨덴에 진출했다. 폭스바겐이 제타를 중국 내에서 전기차 독립 브랜드로 육성해 경쟁하지만 상대가 너무 많아 고전한다.  

 이처럼 중국에서 새로 런칭되거나 만들어지는 전기차기업 또는 브랜드는 상당 부분 협력을 통해 이루어진다. 전기차의 기본적인 특성인 주행거리, 충전 시간 등은 배터리회사의 기술을 활용하고 이동 수단이라는 본질은 기존 자동차회사가 담당한다. 그리고 IT 기능은 처음부터 전문 기업이 참여해 빠르게 변하는 소비자들의 IT 요구를 흡수한다. 그 결과 중국 전기차 기업의 제품 개발 주기는 상당히 빠르다. 동시에 여러 회사가 모두 전기차를 내놓는 만큼 제품 종류도 다양한 게 강점이다. 소비자들이 전기차를 선택할 때 고려하는 우선 항목이 주행거리, IT 호환성, 충전 속도라는 점에서 자신감을 갖는다. 그리고 이제는 제조사마다 프리미엄 브랜드를 만들어 전통적으로 뱃지 파워를 내세우는 유럽 브랜드에 도전장을 던지는 형국이다.

 수많은 중국 전기차 브랜드의 등장은 치열한 가격 경쟁도 일으키기 마련이다. 생존을 위해 제살 깎는 심정으로 할인에 나서지만 그보다 주목할 점은 대부분의 중국 전기차 기업이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지난해부터 본격 수출에 나섰다는 사실이다. 올해는 수출에 더욱 힘을 쏟고 있다. 중국 정부의 강력한(?) 독려도 있지만 내수 경쟁이 치열해 수출로 생존 돌파구를 찾으려는 의지가 팽배하다. 그리고 이들이 진출하는 국가에서 경쟁은 중국 기업 간에도 하지만 한국 전기차와도 벌어진다. 현대차와 기아 관점으로 보면 경쟁국은 하나인데 경쟁자는 수두룩하다는 얘기다. 마치 인해전술처럼 엄청나게 다양한 브랜드 및 제품이 쏟아지는 탓이다. 현대차그룹이 이번 오토차이나에 연구개발, 사업 부문 인력을 대거 보내 중국 전기차를 오히려 배우려 했던 이유도 어쩌면 경쟁자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다.   

 중국 공안부 발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중국에 등록된 자동차는 3억1,900만대다. 1대당 4.5명으로 한국의 2명에 비하면 성장 잠재력은 여전히 높다. 게다가 지난해 10월 기준 전체 등록대수에서 전기차 비중은 5.5% 가량에 머문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정부는 전체 자동차의 절반이 전기차가 되도록 한다는 담대한 목표를 세웠다. 최근 전기차를 두고 "캐즘" 논란이 있지만 중국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언젠가는 모든 자동차회사가 기후 규제에 따라 전기차를 할 수밖에 없어서다. 하지 않으면 벌금을 내야 한다. 그래서 중국은 전기차 전환 속도를 더욱 높이려 한다. 치열하게 기업 간 경쟁을 유도하되 실력 없는 기업은 즉시 퇴출시킨다는 압박도 한다. 실제 보조금에 기대어 기세 좋게 창업했다 문닫은 곳도 많지만 중국 내에선 자연스러운 결과로 여긴다. 

 과거 10년 전 중국의 모터쇼 참여자는 대부분 중국 토종기업과 외국 기업의 합작사였다. 그리고 전시된 차는 거의 모두 내연기관으로 구성됐다. 그러나 2024년 베이징 현장의 주 무대에선 내연기관이 사라졌고 그 자리는 모두 중국 IT와 전자제품, 그리고 자동차회사 간의 전기 합작품으로 대체됐다. 불과 10년 만의 일이다. 매년 한국의 자동차 누적 등록대수보다 많은 3,000만대의 신차가 판매되는 나라가 이제 해외로 눈을 돌렸으니 무서울 따름이다. 그것도 오로지 전기차로 말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이들에게 한국 시장은 매우 작아 아직은 관심조차 없다는 사실이다. 인증 기준이 높은 것도 우리로선 다행이다. 하지만 그것마저 뚫으려는 움직임이 현장에서 감지된다. 전기 버스로 시장을 잠식한 경험을 승용으로 전환하려 한다. 결국 한국 진출은 시간 문제다. 그것도 다양한 차종을 동시에 쏟아내는 게 걱정스럽다. 

 베이징=권용주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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