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미, 역대급 구름인파에 인산인해
-3,000만원대 700~800㎞ 가는 전기차 즐비
-프리미엄 브랜드, 1,000㎞ 주행거리는 기본
지난 25일 사전 언론공개 행사를 시작으로 개막한 "2024 오토차이나(베이징모터쇼)"에서는 중국 브랜드들의 "대약진"이 돋보였다. 현지 언론들은 물론 외신과 각 브랜드 관계자들도 중국산 전기차를 유심히 관찰하는 모습이었다.
이들은 여러모로 파격을 내세웠다. 가격은 물론 성능도 경쟁자 못지 않다는 점을 내세웠다. 양적 확대를 위한 자동차부터 기술력을 대내외에 과시하기 위한 프리미엄 전기차까지 제품군도 다양했다. 중국 특정 산업의 빠른 성장세를 표현할 때 익히 사용하는 "굴기(倔起)"라는 말이 잘 어울렸다.
이렇다보니 곳곳에서 잠재적 경쟁자를 유심히 살피는 브랜드들도 흔히 만나볼 수 있었다. 루카 데 메오 르노그룹 회장은 BYD 부스를 찾아 전기차들을 살폈고 올라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 회장은 샤오미의 레이쥔 회장과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날 오토차이나의 주인공은 단연 샤오미의 전기차 SU7이었다. 혼란을 최소화 하기 위해 정해진 인원만을 부스에 출입시키는 탓에 샤오미 전기차를 보기 위해 어림잡아도 수백명 이상의 관람객이 샤오미 부스를 빙 둘러 줄을 섰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도 단연 예외는 아니었다.
부스에서 만난 한 국내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차를 만들어보지 않은 브랜드가 3년여만에 자동차를 만들어냈다는 것 자체가 파격"이라며 "플랫폼이 준비되어 있더라도 5~6년 이상이 걸리는걸 생각하면 기성 자동차 업체들의 시각에서는 불가능했던 시나리오"라고 혀를 내둘렀다.
프레스 컨퍼런스에서도 뜨거운 열기는 이어졌다. 발표를 위해 현장을 찾은 레이쥔 샤오미 CEO는 "출시 28일만에 SU7 주문량이 7만5723대를 넘어섰다"고 발표하자 곳곳에서 환호와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올해까지 10만대의 SU7을 인도하겠다"고 힘주어 말하는 순간 더 뜨거운 반응이 터져 나왔다.
다른 브랜드 부스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리의 하이엔드 브랜드 지커에도 구름인파가 몰린건 마찬가지였다. 가장 많은 관심을 모은 차는 007. 지난 12월 공개 이후 올해부터 판매가 시작됐고 양산 시작 50여일만에 1만대 이상이 인도될 정도로 중국 내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차다. 백오더 물량은 5만대에 달한다.
지커 007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분명했다. 자체 설계한 LFP 배터리 "골든 배터리"가 탑재되어있다. 1회 충전 주행거리는 688㎞이며 더 긴 주행거리를 내는 "퀼린 배터리"를 탑재하면 최대 870㎞까지 주행할 수 있다(중국 CLTC 측정 기준). 800V 고전압 충전 시스템을 통해 15분 충전으로 600㎞가량을 주행할 수 있는 전기를 채울 수도 있다.
가격도 저렴하다. 사전 예약 당시 가격은 22만9,900위안(한화 약 4,300만원). 공식 인도가 시작된 이후에는 이를 20만9,900위안(한화 약 3,900만원)으로 낮췄다. 기아 EV6의 중국 현지 판매 가격이 28만2,800위안(한화 약 5,371만원)부터 시작한다는 걸 감안하면 중국인들에게는 지커가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다.
북경자동차(BAIC)의 하이엔드 브랜드 아크폭스는 더 파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공개한 알파 S5(α S5)는 더욱 공격적인 모습이었다. 트림에 따라 79.2㎾h CATL의 LFP 또는 NCM 배터리를 선택할 수 있고 주행거리는 LFP가 650㎞, NCM은 708㎞다. NCM 배터리를 탑재한 듀얼모터 사양의 합산 출력은 500마력대. 그럼에도 시작 가격은 20만위안(한화 약 3,800만원)이다.
이들이 더 파격적인 이유는 프로모션에 있다.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BAIC는 아크폭스 구매자들을 대상으로 자체 보조금을 편성해 프로모션을 운영하고 있다. 샤오미 SU7 등 경쟁차 계약을 취소하고 구입한 소비자들에게는 최대 2만5,000위안(한화 474만원) 가량을 깎아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리미엄 브랜드에서는 1,000㎞대의 주행거리를 발휘하는 차들이 즐비했다. BYD의 프리미엄 라인업 "양왕(仰望)"이 공개한 세단형 전기차 U7은 1,000마력 이상의 합산 출력과 최대 1,200㎞의 주행거리를 목표로 개발되고 있다. 목표 가격은 100만 위안(1억8,000만원) 수준. 비슷한 성능을 내는 포르쉐 타이칸이나 테슬라 모델S보다 주행거리는 길면서도 가격은 저렴한 셈이다.
중국 자동차 업계가 경쟁자들보다 뛰어난 가격 경쟁력을 발휘하는 배경에는 인건비와 당국의 전폭적인 지원이 깔려있다. 중국은 여전히 자동차 생산 측면에 있어 다른 국가들 대비 높은 경쟁력을 지니고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그 마저도 자동화 비중이 높아 인건비 지출 비중도 높지 않다.
이렇다보니 전기차의 원가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배터리도 더 넉넉하게 잡을 수 있다. 이는 결국 긴 주행거리로도 나타난다. 여전히 부족하다고 지적을 받는 충전 인프라 문제를 긴 주행거리로 극복하는 셈이다. 드넓은 대륙을 운행해야 하는 중국의 도로 환경과도 잘 맞아 떨어지니 여러모로 일거양득인 셈이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전폭적인 정부 지원과 저렴한 인건비, 규모의 경제가 어우러지며 중국은 내연기관보다 전기차 가격이 더 저렴한 나라가 됐다"며 "중국 자동차 산업이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건 시간문제"라고 평가했다.
베이징=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