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대비 이익 회수 오래 걸려, 선택과 집중 전략
테슬라의 충전 인프라 확장 사업 중단이 화제다. 관련 사업 부문 인력을 모두 내보냈고 일론 머스크도 확장의 속도 조절을 언급했다. 테슬라 충전기가 미국 내 곳곳의 핵심 요충지에 설치됐다는 점에서 머스크의 충전 인프라 확장 중단은 많은 이슈가 됐다. 더욱이 이미 충전 소켓에 테슬라 방식을 적용하던 다른 전기차회사도 놀라기는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테슬라는 왜 충전 인프라 확대를 일단 중단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설치 후 투자비를 회수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탓이다. 당장 현금 유동성이 필요한 테슬라로선 미래적 관점에서 충전기 설치에 돈을 쓰는 것보다 기존에 설치한 충전기의 사용 시간을 늘리는 게 수익 면에선 훨씬 낫기 때문이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테슬라 충전기를 활용하려던 전기차 제조사들은 당혹스럽다. 자신들의 충전동맹이 설치하는 충전기 외에 테슬라도 충전기를 늘려야 이용자 편의성이 빠르게 오르는데 테슬라가 하지 않겠다고 하니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는다. 하지만 한편에선 반기기도 한다. 미국 내 7개 자동차기업이 합작해 만든 충전 인프라 기업 "아이오나(IONNA)"의 충전 점유율이 오를 수 있어서다. 이들은 테슬라의 충전기 설치 중단을 계기로 충전기를 빠르게 늘리는 것은 물론이고 테슬라 보유자가 자신들의 충전기를 찾도록 만들겠다는 심산이다.
여기서 관건은 후발 주자인 아이오나가 얼마나 핵심 지역을 선점하느냐다. 테슬라는 전기차 판매 경험 및 운행 데이터를 기반으로 전기차 운행이 많은 지역에 이미 급속 충전기를 설치해놨다. 미국 내 급속 충전기의 60%가 테슬라일 정도로 지배력이 높다. 따라서 아이오나는 테슬라가 미처 설치하지 못한 이동 요충지를 찾는 일에 집중한다. 그래야 전기차 보유자의 충전 편의성 및 전력 유통 활성화로 투자비 회수가 빨라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테슬라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이미 충전기 숫자가 압도적으로 많아서다. 게다가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기업이 전기차 시장에 속속 합류하면서 이들도 테슬라 방식을 동시에 적용한다. 그러니 굳이 충전기 확충에 현금을 지출하지 않으려 한다. 오히려 경쟁사 충전 동맹의 인프라 확대는 반가울 따름이다.
테슬라의 이번 판단에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 활용됐다. 충전 인프라 확대는 새롭게 진입하는 경쟁사들의 몫으로 남겨두고 우선적으로 전기차 판매에 집중하겠다는 심산이다. 그들 또한 전기차라는 물건을 만들어 판매하는 제조업인 탓이다. 제조업은 끊임없이 제품을 생산해 판매해야 하는 숙명을 갖는다. 하지만 올해 1분기 판매는 38만6,81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5% 줄었다. 치열한 가격 경쟁 여파로 자동차 부문 매출액도 13% 감소했다. 에너지 부문 및 서비스 등의 매출액은 증가했지만 테슬라 또한 자동차회사라는 점에서 판매 감소는 뼈아프다.
관심은 앞으로 나타날 테슬라의 행보다. 그러나 전망은 우울하다. 블룸버그, IEA, 한국자동차연구원 등의 전망치를 종합하면 대체적으로 올해 전기차 판매는 전년 대비 20% 가량 증가한 1,670만대다. 숫자로 보면 지난해보다 290만대 많다. 물론 BEV만 떼어 놔도 1,169만대 정도로 성장한다. 하지만 이 시장은 치열한 판매 및 가격 경쟁이 벌어지는 중이다. 따라서 테슬라가 늘어날 BEV 대수에서 가져갈 점유율이 긍정적이지 않다. 특히 중국 전기차의 거센 도전으로 중국 내수 시장의 고전이 예상된다. 테슬라가 현금 지출을 줄이기 위해 구조조정에 나서고 미래 투자인 충전기 확대를 일시적으로 중단한 것도 결국은 BEV 시장이 어두운 게 아니라 시장 내 테슬라의 입지가 흔들릴 수 있어서다. AI 기반의 자율주행 등이 돌파구로 언급되지만 중요한 것은 테슬라 또한 물건을 만들어 팔아야 하는 제조업이라는 사실이다. 테슬라의 충전 인프라 확충 중단은 전기차 제조와 판매에 충실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던 셈이다.
박재용(자동차 칼럼니스트, 공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