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터뷰] "배터리 공유, 영업용 車 충전 대안 될 것"

입력 2024년05월27일 00시00분 박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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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세권 피트인 대표
 -"10분 이내 배터리 교환 솔루션 구축"

 전기차 시장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배터리 충전에 대한 여러 해결책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사내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지난해 8월 분사한 '피트인(PIT IN)'도 그 중 하나다. 피트인은 택시 등 영업용 전기차를 대상으로 배터리 스왑 기술을 활용한 리퍼비시 배터리 구독 서비스를 제공한다. 향후 영업용 전기차의 배터리를 대상으로 한 보험과 영업용 전기차에 전용 초급속 충전기를 지원하는 서비스도 추가로 선보일 계획이다. 이처럼 폭 넓은 충전 사업 확장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지난 23일 경기도 안양에 위치한 피트인 스테이션에서 김세권 대표를 만났다. 그는 전기차 오너들을 위한 배터리 공유 솔루션을 준비하고 있었다.


 전기차 충전 기술이 점차 발전하고 있다지만 주유소의 속도를 따라갈 수 없는 게 사실이다. 이렇다보니 가전제품의 건전지를 교환하듯 전기차 배터리를 갈아 끼울 수 있는 배터리 교환 스테이션을 선보이는 곳들이 등장하고 있다. 중국의 전기차 제조사 니오(NIO)가 운영하고 있는 배터리 교환 스테이션이 대표적이며 우리나라에서는 피트인이 이 같은 프로젝트를 시도하고 있다. 

 이들의 솔루션은 니오의 방식과는 달랐다. 택시나 물류차 등 영업용 전기차를 운영하는 소비자들이 주 타깃이다. 김새권 대표는 대상을 영업용 자동차에 국한한 이유에 대해 "영업용 자동차들은 일반적인 자동차 대비 운행거리가 길어 배출하는 탄소가 더 많다"며 "시장의 흐름도 전기차로 기울고 있는 데다 전기차가 늘어날 수록 충전 환경은 더 불편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른바 '차충비(충전기당 전기차 수)'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택시와 물류차 등 대부분의 영업용 자동차가 전기차로 출시될 예정이며 인프라 확대되는 속도보다는 보급 대수가 더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대부분의 영업용 자동차가 쓰고 있는 공공형 급속 충전소에 대한 충전 경쟁도 치열하고 제대로 관리되고 있지 않은 곳들도 있다"며 개방형 충전소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피트인의 솔루션은 작업자 2명과 로봇이 협업해 차체 하부의 배터리를 들어내고 에너지를 가득 채운 배터리로 갈아끼우는 방식이다. 교환에 걸리는 시간은 10~15분. 일부 차종에만 국한된 니오의 방식과는 달리 우리나라에 판매하고 있는 다양한 전기차에 대응할 수 있는 게 가장 큰 차이점이다. 피트인은 향후 1명의 작업자가 10분 내에 교환을 마칠 수 있도록 작업 속도와 효율성을 더욱 높일 방침이다. 

 김 대표는 "주유소에 현대차·기아만 주유하는 게 아니지 않나"라며 "내연기관 자동차가 주유소에 방문하는 게 당연하듯이 모든 전기차가 교환 스테이션에서 빠르게 교체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처리 속도가 빠르다고 해서 작업을 허투루 하는 건 아니라고도 말했다. "배터리를 1,000번 이상 떼었다 탑재해도 최초 출시 당시의 신차 스펙을 충족시켰다"며 "배터리를 떼었다가 붙였도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배터리 교환 및 공유 서비스가 성장 중인 중국에서 주행 중이던 전기차의 배터리가 떨어져 나갔다는 사례가 간간히 전해지고 있는 것과는 대비된다. 

 전기차에서 추출한 배터리는 로봇에 의해 배터리 보관장으로 옮겨져 충전한다. 흥미로운건 배터리팩에 전기를 주입하는 충전기도 특별하다는 것. 피트인이 자체 개발한 배터리팩 충전기는 BMS에 접근해 배터리 상태를 진단하고 이는 자체 전산망을 통해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다. 전기차에 쓰기에 적합하지 않은 배터리의 경우 ESS 개조 또는 유가금속 추출 등의 형태로 재활용한다.


 김 대표는 이 같은 배터리 공유 서비스가 영업용 자동차 운전자들에게 경제적으로도 큰 혜택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영업용 차들의 운행거리와 배터리의 성능 저하 추이를 감안하면 향후 배터리 교체 비용을 지불하는 것 보다 구독 서비스를 통한 공유 방식을 이용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며 "영업용 자동차는 자차보험도 되지 않기 때문에 부담이 더 큰 게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점을 들어 신한손해보험과 영업용 배터리팩에 대한 보험 개발에도 나섰다. 전기택시 또는 전기화물차의 사고로 배터리팩이 손상됐을 경우 보험을 통해 보상받을 수 있는 제도다. 

 단순히 배터리 공유에만 국한된 건 아니다. 김 대표는 피트인 스테이션을 영업용 전기차 운전자들의 허브로 키워나갈 계획이다. 운전자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카페를 입점시키고 세차 및 충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방안도 구상하고 있다. 법인택시 사업장은 물론 물류센터 인근에 시설을 입지시키는것도 검토하고 있다. 

 김 대표는 "첫 거점을 안양으로 잡은 이유도 인근에 12개의 택시 회사가 소재해있기 때문"이라며 "향후 시리즈A 투자를 통해 2개의 거점을 더 마련하는게 목표"라고 말했다. 

 피트인은 충전 시장에서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을까. 당장의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이들의 행보가 영업용 전기차 시장에서 어떤 반응을 이끌어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확실한건 이들이 사업화에 성공할 경우 영업용 전기차 시장은 큰 변화를 맞이할 것이라는 점이다. 

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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