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 GM의 트리플 제로, ‘한국에 심겠다’

입력 2024년05월27일 00시00분 박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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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M의 최고 가치는 '안전'

 자동차회사에서 안전은 매우 중요한 가치다. 수많은 충돌 시험, 혹독한 운행 조건을 반영한 시험 등도 결국은 안전을 확보하려는 노력이다. 그런데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으려면 제품을 개발하거나 생산, 판매하는 모든 과정에 참여하는 구성원들의 가치도 일치해야 한다. 그래서 GM 한국 사업장에는 '세이프티 토크(safety talk)'라는 독특한 문화가 있다. 모든 회의에 앞서 안전에 관한 중요도를 상기시키는 일이다. 이 회사 마케팅 및 커뮤니케이션 부문 윤명옥 전무(사진)는 "1934년 세계 최초로 자동차 충돌테스트를 진행한 곳이 GM이고, 1971년 자동차 충돌 테스트에 사용되는 더미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곳도 GM"이며 "심지어 1973년에 에어백을 탑재한 자동차를 세계 최초로 내놓은 곳도 GM"이라고 말한다.


 그래서일까. GM의 미래 전략에서 시선을 집중시키는 대목은 '트리플 제로(Triple Zero)'다. 트리플 제로는 GM이 제시하는 지속 가능한 미래 모빌리티를 위한 비전이다. '교통사고 제로(Zero Crashes)', '탄소 배출 제로(Zero Emissions)', '교통체증 제로(Zero Congestion)'가 핵심 대목이다. 그리고 GM은 비전 실현의 열쇠를 '전동화(electrification)'로 보고 있다.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갔지만 전동화에 대한 의지는 결코 꺾이지 않는다. 윤 전무는 "비전을 소비자와 함께 공유하려면 새로운 제품 및 서비스 경험이 우선돼야 한다"며 "올해부터 GM의 글로벌 커넥티비티 서비스인 '온스타'를 도입한 것도 국내 소비자와 미래 비전을 함께 만들어가자는 제안"이라고 설명한다.

 사실 GM은 1908년 출범 이후 ‘최초’라는 타이틀을 상당히 많이 가진 기업이다. 1912년 20세기 최고의 자동차 혁신으로 평가받는 전기식 시동장치를 개발했고 1924년에는 자동차 전용 시험장인 프루빙 그라운드(Proving Ground)를 업계 최초로 만들었다. SUV 역시 1935년 쉐보레 서버번 캐리올(Suburban Carryall)을 통해 GM이 세상에 처음 소개했다. 이 밖에 자동변속기, 가솔린 터보, 수소연료전지차, 양산형 순수 전기차 역시 모두 GM이 이뤄냈다. 세계 최대 자동차기업으로서 시대를 주도해왔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GM을 생각할 때 국내에선 아직 '대우' 이미지를 기억하는 사람도 있다. 2002년 GM이 대우차를 인수한 기억 탓이다. 그러나 2011년 쉐보레 브랜드 국내 도입 이후 인식은 완전히 달라졌다. 제품군도 미국과 동일하게 준비됐고 쉐보레 외에 프리미엄 브랜드 캐딜락, 그리고 정통 아메리칸 SUV 브랜드 GMC도 갖추고 있어서다. 더욱이 한국은 GM의 주요 수출 역할이 증대돼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트레일블레이저는 지난해 한국 승용차 수출 1위와 2위에 올랐을 정도로 역할이 상당하다. 그만큼 한국보다 미국에서 인기가 높다는 의미다.

 그 중에서도 GM 한국 사업장이 최고로 손꼽는 차종은 트랙스 크로스오버다. 마케팅 부문 윤명옥 전무는 "이전에도 성공한 모델이 여럿 있었지만 트랙스 크로스오버만큼 국내외 시장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모델은 없었다"며 "매혹적인 디자인으로 시선을 끌고 SUV의 실용성과 세단의 주행성능을 모두 지닌 제품은 흔치 않다"고 말한다. 게다가 국내 시장의 전략적 접근을 추진해 가격도 합리적이라는 설명이다.

 이외 GM은 대표 픽업트럭 ‘GMC 시에라’에도 기대를 건다. GMC를 대표하는 플래그십 픽업트럭으로 국내에서 이틀 만에 수입물량 전부가 판매되는 기염을 토했기 때문이다. 정통 사륜구동 시스템, 모터사이클을 두 대나 실을 수 있는 적재함, 대형 카라반도 끌 수 있는 견인력 등이 모든 종류의 라이프스타일에 대응하면서 소비자 관심을 끌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앞으로 GM 한국 사업장이 국내 시장을 위해 취할 행동은 무엇일까? 바로 '전동화'다. 윤명옥 전무는 "GM은 다양한 세그먼트의 전기차를 만들 수 있는 '얼티엄 플랫폼'이 있고 성능이 보장된 ‘얼티엄 배터리’를 개발했다"며 "GM이 자체 개발한 전기차 전용 소프트웨어 얼티파이까지 준비하면서 전동화에 총력을 기울이는 중"이라고 강조한다. 이를 통해 국내에서도 전동화 경험을 늘리겠다는 계획도 주저 없이 내세운다.

 그렇게 보면 GM 한국 사업장은 미국 기업이지만 현지화에 매우 성공한 곳이다. 수출의 핵심 역할, 그리고 미국과 동일한 제품군을 확보해 국내 소비자의 필요를 충족시키고 있어서다. 게다가 별도로 운영하던 브랜드도 'GM'이라는 우산 아래로 모두 모아 시너지를 극대화했다. 관련 최고 책임자인 윤 전무는 "GM 마케팅의 핵심 역량은 통합과 분리"라며 "역량은 통합하되 브랜드는 독자적인 영역으로 분리해 자율성을 부여해 소비자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안전과 제로, 그리고 브랜드 각각의 측면을 고려할 때 이미 진행되는 사안이기도 하다.

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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