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는 감소, 등록대수는 증가
행정안전부와 경찰청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의 인구는 5,132만명이며 이 가운데 자동차 운전이 가능한 면허 보유자는 3,412만명(원동기 자전거 면허 제외)이다. 그리고 2023년 기준 전체 자동차 등록대수는 2,207만대(법인 제외, 국토교통부)다. 그러니 운전 가능한 사람 기준으로 실제 개인 보유 자동차 등록대수를 나누면 대당 인구는 1.5명이다. 전체 인구로는 대당 2.3명이지만 실질적인 보유대수는 그보다 많다는 의미다. 그래서 가구당 1대는 옛말이고 지금은 가족 구성원당 1대를 가진 집도 허다하다.
흥미로운 것은 연령별 보유율이다. 인구 분포상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연령대는 40대(15.4%)와 50대(16.9%)다. 이들이 각각 보유, 등록한 자동차는 547만대(40대)와 631만대(50대)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면허를 가진 사람만 추리면 자동차 1대당 인구는 각각 1.4명과 1.1명까지 떨어진다. 50대의 경우 남녀를 불문하고 1인당 거의 1대를 소유했다는 뜻이다. 그런데 60대 인구 비중도 14.9%(763만명)로 높은 편이다.
이들 중 면허를 보유한 사람은 520만명이며 자동차 등록대수는 462만대다. 따라서 자동차 보유율만 보면 88.9%로 40대(72.2%) 및 50대(84.2%)보다 높다. 주목할 연령은 70대다. 70대의 인구 비중은 7.7%인 369만명이지만 면허 보유자는 153만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자동차를 가진 사람은 84.6%에 이른다. 80대 연령도 면허 소지자들의 자동차 보유율은 81.2%로 결코 낮지 않다. 고령 인구는 줄어도 자동차 보유율은 쉽게 떨어지지 않는 셈이다.
그렇다면 사고건수와 연령별 등록대수는 어떤 상관 관계를 가질까?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교통사고는 19만8,296건이 발생해 2,551명이 목숨을 잃었고 28만3,799명이 부상을 당했다. 연령별로는 50대의 사고비중이 22.4%로 가장 높고 65세 이상이 22%로 뒤를 잇는다. 그러나 사고 대비 사망건수는 50대가 1.3건인데 반해 65세 이상은 1.9건으로 크게 치솟는다. 정부가 고령자(65세 이상) 운전 조건 강화 정책을 꺼내든 배경이다.
그러나 자동차 보유율은 65세 이상이어도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모든 연령대 중에서 가장 높은 자동차 보유율을 나타낸다. 운전 횟수는 줄어도 이동의 자유가 제약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통계적으로는 사고 위험을 감수하는 셈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통계가 모든 것을 뒷받침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단순히 연령만으로 운전을 제한하는 것은 개인별로 다르게 나타나는 건강 정도를 반영하지 못하는 탓이다. 그래서 일부 전문가들은 운전의 경우 고령화 기준을 70세로 삼아야 한다고 말한다. 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교통사고를 분석한 결과 64세 이하 비고령 운전자의 사고는 9.7% 감소했다. 그러나 65~69세까지도 사고율 측면에선 64세 이하와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고 밝혔다.
반면, 70세 이상부터는 사고 위험도가 명확하게 차이나고 80세 이상은 사고율이 급격하게 상승한다. 따라서 연구소는 오히려 69세까지 운전 갱신 주기는 늘리되 70세부터는 단축하자고 제안한다. 한 마디로 65세 이상을 고령 운전자로 일원화 하는 게 아니라 연령별로 맞춤형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사실 고령 운전자 대책은 의학 및 객관적인 사고 통계와 함께 이동의 자유라는 개인적인 시각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대중교통 발달로 이동이 편리해진 세상이지만 ‘이동’은 인간의 여러 욕망을 뒷받침하는 매우 기본적인 본질이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의 고령운전자 대책을 두고 머리는 이해하지만 가슴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반발이 나오는 이유도 ‘이동 욕망’의 크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동 욕망은 시간이 지나도, 나이가 들어도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본능 충족이 가능한 다양한 정책의 개발이지 일괄적인 운전 제한이 아니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