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스카 기술 만끽할 수 있는 슈퍼 스포츠카
-퓨어 드라이빙 제시하며 운전자 능력 부각
거친 사운드와 예민한 움직임, 날카로운 반응이 난무하는 차가 있다. 저절로 등에서 식은땀이 흐르고 높은 집중력을 요구하며 드라이빙을 이어나간다. 물론 이 모든 과정은 짜릿하고 즐겁다. 행복함으로 물들며 차에서 내리고 싶지 않을 정도로 깊은 여운을 만든다. 바로 우라칸 STO 이야기다.
차를 살펴보기 전에 이름이 갖는 의미부터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STO'는 수퍼 트로페오 오몰로가타(Super Trofeo Omologata)의 약어로 마지막 오몰로가타는 호몰로게이션(Homologation)의 이탈리아 말이다. 호몰로게이션은 그리스어로 ‘승낙하다’라는 의미다. 정확히는 모터스포츠에서 차 혹은 부품의 동일성을 공식적으로 입증하는 것을 뜻한다. 여러 다양한 차를 제품, 클래스, 그룹으로 묶어서 경주를 하려면 기준이 필요한데 이처럼 분류하려면 일정 대수를 일반 공도용 차로 판매해야 한다.
이를 충족해야만 레이스카의 조건을 맞췄다고 인정하는데 이것이 바로 호몰로게이션이다. 솔직히 우리말로는 딱 떨어지는 정의가 없지만 보통은 공인, 또는 형식승인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조금 더 쉽게 말하면 '모터스포츠 달리기 위해 모든 기술을 공유해서 만든 도로 주행용 슈퍼 스포츠카'란 뜻이다. 한마디로 우라칸 STO는 서킷에 가장 잘 어울리는 우라칸으로 꼽힌다. 일반 도로에 올려놓았을 때 역시 서킷처럼 누빌 수 있다는 의미도 된다.
모터스포츠 경주차의 피가 흐르는 STO답게 외관에서부터 큰 차이를 보인다. 매우 공격적인 자세와 파격적인 파츠들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멋을 내기 위한 요소는 결코 아니다. 기능적으로 완벽히 제 역할을 하면서 남다른 존재감을 드러낸다. 앞은 단연 코팡고다. '코팡고(Cofango)'는 보닛을 뜻하는 이탈리아어 '코파노(cofano)'와 펜더를 의미하는 '파라팡고(parafango)'를 합친 단어다. 앞 보닛과 펜더, 앞 범퍼가 하나의 부품으로 이루어진 차체를 의미한다. 통 카본으로 만들었으며 가벼울 뿐 아니라 모터스포츠의 경우 파손 시 교체에 걸리는 시간을 줄이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보닛에 새로 만든 공기 덕트는 중앙 라디에이터를 통과하는 공기 흐름을 늘려 엔진 냉각을 개선한다. 동시에 바짝 누워있는 앞 유리창과 A필러를 타고 흐르면서 강한 다운포스도 구현한다. 코팡고에는 새로운 앞 스플리터도 포함하고 있어 공기 흐름을 새로 설계한 차체 하부를 거쳐 뒤 디퓨저까지 이어지도록 유도한다.
휠 하우스 위에도 별도의 공기 통로가 있다. 바퀴가 빠르게 회전할 때 발생하는 와류를 최소화하고 바람을 올바르게 펴서 내보내는 역할을 한다. 거대한 센터락 휠과 넓은 접지 면적을 가진 타이어, 카본세라믹 브레이크 조합도 훌륭하다. 사이드 스커트는 매우 날카롭고 C필러에도 별도의 에어 덕트가 뚫려 있어 뒤쪽 엔진 열을 식힌다.
엔진룸은 빗살무늬 틈을 통해서 봐야 할 정도로 막혀있다. 카본 커버를 활용해 가볍지만 별도의 나사를 돌려 성인 두 명이서 탈부착 하는 형태다. 중앙을 관통하는 샤크 핀은 바람을 균형 있게 배분하면서도 코너링 상황에서 STO의 주행 특성을 개선한다. 흘러 들어오는 공기 흐름이 한 방향으로 치우치기에 핀 양쪽으로 만들어지는 압력이 달라져 회전 주행 안정성에 긍정적 효과를 준다.
지붕에 위치한 루프 스쿱은 물건이다. 많은 양의 공기를 빨아들여 엔진 냉각에 도움을 주고 동시에 굉장히 매력적인 흡입 소리를 전달한다. 빠른 속도로 주행을 하는 순간 들리는데 진짜 레이스카를 모는 것 같은 착각이 들며 감성적으로 매우 만족스럽다. 이 외에 수동으로 3단계조절이 가능한 일체형 스포일러는 에어로 다이내믹과 강한 다운포스를 만들며 다양한 상황에서 효율과 안정성을 높인다. 중앙에 위치한 배기구, STO 커버 장식, 테일램프 바로 아래에 위치한 중통의 열기, 타이어 폭까지 모든 부분이 남다르고 멋있다.
실내는 기존 우라칸과 큰 차이가 없다. 넓은 대시보드와 화려한 풀 디지털 계기판, 세로형 센터페시아 모니터, 각종 토글 버튼도 마찬가지다. 반면 도어 패널을 비롯한 곳곳에는 무게를 줄이기 위한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탄소섬유의 양을 늘렸고 알칸타라 조합으로 역동적인 성격을 극대화했다. 실제 우라칸 STO는 퍼포만테보다 20% 더 가벼운 앞 유리를 달았고 전체 75% 부분을 탄소섬유로 꾸몄다. 그 결과 1,339㎏까지 무게를 낮출 수 있었고 이는 퍼포만테보다도 43㎏ 더 가벼운 수치다.
중앙 터치스크린에는 새로운 휴먼 머신 인터페이스(HMI) 그래픽이 들어있다. 제법 선명하고 깔끔한 구성이 마음에 들었고 주행 모드 표시 기능, LDVI 시스템, 타이어 압력 및 브레이크 온도 등 차의 주요 기능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이와 함께 일체형 카본 버킷시트는 생각보다 편하고 착좌감이 좋아서 오랜 시간 운전을 해도 피로도가 덜했다. 수납공간은 거의 없으며 웬만한 짐은 주머니에 넣고 타는 걸 추천한다.
우라칸 STO의 진가는 시동을 거는 순간부터 시작한다. 자연흡기 5.2L V10 엔진은 최고 640마력, 최대토크 57.7㎏∙m를 발휘하며 가벼운 무게를 바탕으로 출력 대 중량비는 2.09㎏/hp에 이른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시간 3초, 시속 200㎞까지 9초 만에 주파한다. 시동을 걸면 거친 사운드가 실내에 울려 퍼진다. 상당히 자극적인 소리이며 웅장한 공명음이 귓가를 맴돈다.
가속 페달은 생각보다 묵직하며 스로틀을 여는 과정도 진중하다. 일반적인 주행에서는 엔진 회전수가 1500RPM 부근에 있고 차는 매끄럽고 차분하게 전진한다. 조금만 밟아도 빠르게 튀어나갈 것 같았던 내 생각은 전부 착각이었다. 그만큼 파격적인 모습과 강력한 출력의 높은 숫자만 보고 미리 겁먹을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STO의 진가는 주행 모드를 바꾸면 드러난다. 크게 STO, 트로페오, 피오지아로 나뉘는데 STO는 노멀이며 트로페오가 스포츠, 피오지아는 젖은 노면에서 트랙을 달릴 때 유용한 모드다. 트로페오로 바꾸니 RPM이 부쩍 올라가고 스티어링 휠은 한층 더 묵직해졌다. 가속 페달반응은 예민함의 끝을 달린다. 이후 조금만 스로틀을 열어도 차는 미친 듯이 날뛰며 도로를 질주한다.
넓어진 휠 트랙, 단단해진 서스펜션 부싱, 전용 안티롤 바와 마그네라이드 2.0 등을 갖춘 만큼 레이스카의 모든 감성을 전달한다. 또 엔진과 합을 맞추는 변속기는 반응이 상당히 뛰어나 경주차를 모는 것 같은 느낌을 연출한다. 고회전 영역으로 갈수록 차는 물 만난 물고기처럼 더 강하게 몰아붙이고 5000RPM 부근부터 지속적으로 터지는 가변 배기는 이성의 끈을 놓게 만든다.
운전자는 손끝으로 차의 반응을 느끼며 아스팔트와 완벽하게 교감한다. STO의 레이스카 유전자와 기술은 모든 면에서 그 능력이 더욱 커지며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커브를 돌아 나갈 수 있다. 커브를 빠져나갈 때에는 접지력을 극대화한다. 람보르기니의 주행 특성 제어 시스템인 LDVI 시스템의 모든 요소는 각종 도로 조건에 알맞게 최적화됐고 일반 도로에 맞춘 서스펜션 설정과 어우러진다. 완전 능동식 ESC는 운전의 즐거움을 극대화하기 위해 해제할 수 있으면서도 운전을 돕는 기능은 유지한다.
후륜구동 미드십 기반으로 앞쪽이 가벼울 수 밖에 없는데 막상 주행을 해보면 사륜구동 차와 같은 안정적인 모습을 드러낸다. 밸런스가 상당하고 에어로 다이내믹 효과가 높다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린다. 실제로 우라칸 퍼포만테와 비교해 전체 공기흐름과 효율은 37% 개선을 이뤄냈고 다운포스는 획기적인 수준인 53% 증가했다. 고속 커브는 물론 한계로 몰아붙여도 바닥에 바짝 붙어 포물선을 그려내는 이유다.
제동력에 있어서도 발군의 실력을 보여준다. 탁월한 내구성을 위해 F1에 적용한 전문적 소재 기술을 CCMR 브레이크에 반영한 것. 브레이크 디스크는 열전도율이 4배 높고 외부 환경에 대한 저항력은 일반적인 카본세라믹 대비 60% 더 강하다. 최대 제동력은 25%, 주행 방향 감속률도 7% 높아졌다. 한마디로 원하는 순간에 언제든지 차를 멈춰 세울 수 있다는 뜻이다. 날카로운 갈퀴로 아스팔트를 내려 찍은 다음에 속도 바늘 숫자를 0으로 만드는 마법을 경험할 수 있다.
우라칸 STO는 열정적으로 경주를 마친 뒤 트랙을 방금 나와 도로를 달리는 슈퍼 스포츠카와 같다. 그만큼 레이싱 DNA를 품고 완전히 다른 실력과 반응을 드러내며 운전자를 신세계로 초대한다. 화끈한 가속감과 터질듯한 소리, 그럼에도 한계점에 도달했을 때 느껴지는 침착하고 안정적인 자세까지 모든 게 이상적이다. 이처럼 깃털처럼 가벼우면서 달릴수록 진중하고 미친 듯이 날뛰면서도 냉철하게 판단하는 차. 운전자의 능력, 책임과 결과를 시험해 볼 수 있는 홀린 듯 빠져들 수 밖에 없는 차가 우라칸 STO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