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과정 까다롭고 높은 내구성 요구해
-발전하는 미래 모빌리티 환경서 핵심 요소로 꼽혀
반도체는 휴대전화, 컴퓨터, 세탁기를 비롯한 다양한 우리의 삶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심지어는 우리가 매일 같이 타고 다니는 자동차에도 반도체는 필수적인 구성 요소 중 하나다. 이를 '차량용 반도체'라고 통칭한다. 기존 내연기관 차에는 이러한 자동차 전용 반도체가 200~300개만 들어갔다. 또 사용되는 종류도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정도로 차 내의 전자장치들을 단순하게 제어하는 역할 정도만 수행했다.
하지만 급속도로 발전 중인 디지털화가 일반 내연기관 차에도 여러 가지 목적으로 들어가고 있고 여기에 한 걸음 더 나아가 전기차 도입, 자율주행기술 확대는 차를 제조하는 데 사용되는 차량용 반도체의 종류 및 개수를 폭발적으로 증가시켰다. 레벨3 자율주행차(조건부 자율주행: 위급 상황에는 사람 운전자 개입 필요)의 경우 약 2000개의 반도체가 필요할 정도다.
그렇다면 이러한 '반도체'라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우선 반도체는 단어 그대로 '반(半)'만 도체라는 뜻이다. 전기가 통하는 '도체'와 전기가 통하지 않는 '부도체'의 성질을 동시에 가지는 반도체는 특정한 조건을 줄 때만 도체 상태가 되고 조건이 없을 때는 부도체 상태가 된다.
이렇게 두 가지 상태를 각각 1과 0으로 표현한다면 컴퓨터에서 사용하는 이진법과 완벽하게 통용이 되고 따라서 반도체를 활용해 컴퓨터를 비롯한 다양한 전자기기 및 자동차, AI까지 무궁무진하게 사용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반도체와 차량용 반도체는 유사하지만 다른 특징을 가진다. 가장 큰 차이점을 꼽자면 생산 방식을 들 수 있다.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에는 반도체 소자 패턴이 반복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렇기에 반도체 소자를 제작하는 원판인 '웨이퍼'의 한정된 공간에 최대한 얇은 펜을 사용해서 소자를 그리는 것이 핵심 기술이 된다.
국내의 삼성전자를 비롯하여 TSMC, 인텔, IBM 등 세계적 기업들이 2~3nm에 이르기까지 선폭을 줄이고 '집적화'를 시키는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집적화는 한정된 공간 내에 더 많은 소자를 넣을 수 있는 것으로 전자기기의 성능에 직결되는 요소이다. 반면 차량용 반도체는 패턴이 반복되기보다는 종류가 다양하고 그에 비해 소자의 양이 많이 필요하지는 않은 양상을 가진다. 즉 '다품종소량생산'이 진행되어야 한다.
사용하는 선폭 자체는 메모리 반도체보다는 조금 더 넓은 30nm 수준으로 제작이 된다. 그래서 오히려 진입장벽이 높고, 고도화된 장비를 보유한 기업들보다는 '차량용 반도체'만을 전문적으로 디자인하고 제작까지 함께하는 종합반도체회사(IDM)에서 주로 제작하게 된다. 최근에는 자율주행차의 도입에 따라 컴퓨터에서 사용되는 CPU와 동일한 기능을 가진 자동차의 두뇌에 해당하는 MCU의 경우, 더욱 고도화된 기술을 사용하여 선폭을 기존보다 줄인 10nm 정도로 제작한 고성능 칩을 제작하려는 초미세공정을 도입하는 양상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설계와 제작을 따로 하는 시스템이 차용되고 있는데 설계만 하는 팹리스에서 설계해 제작에 특화된 파운드리로 보내게 되면 더욱 경제적으로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TSMC가 있다. 이처럼 차량용 반도체는 차에 사용되기 때문에 일반적인 반도체에 비해 높은 안정성과 내구성이 요구된다. 고온, 저온, 고습, 진동, 충격 등과 같은 극한 상황에서도 작동해야하기에 신뢰성을 검증하는 데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된다.
이를 위해 소재적으로도 차별화를 두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의 경우 실리콘 산화막(SiO₂)을 사용하는 일반 반도체와는 달리 실리콘카바이드(SiC) 혹은 갈륨나이트라이드 (GaN) 를 활용한다. 실리콘카바이드는 실리콘 산화막에 비해 더 우수한 전기적, 열적 안정성을 가진다. 갈륨나이트라이드의 경우 전기차에서 배터리의 전력변환효율을 높여준다.
이는 자동차 경량화에 필수적인 요소로 전기차의 주행거리 불안을 해결해주는데 기여할 수 있다. IHS에 따르면, 2040년 자율주행차 수요는 3,370만 대에 육박한다고 한다. 이에 따른 차량용 반도체의 수요도 급증할 예정이다. 차량용 반도체의 집적화 및 기술 고도화도 수반됨에 따라 선순환적으로 발전할 미래 자동차의 모습이 기대된다.
황승현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