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터뷰] "학계, 자동차 기술 혁신 선제 대응해야"

입력 2024년06월24일 00시00분 박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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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자동차공학회 전병욱 회장 인터뷰
 -"핵심 트렌드는 SDV와 탄소중립"
 -"전동화가 전부 아냐, 수소·탄소중립 연료 논의 필요"

 장마전선이 제주를 넘어 남해로 북상하기 시작한 지난 20일. 비교적 선선한 날씨와 적당한 습기가 공존했던 거제에서 한국자동차공학회 추계 학술대회가 열렸다. 비교적 교통이 불편한 지역임에도 기업과 학계, 공공기관 등 다양한 소속 참가자들이 강연을 듣고 소통하는 현장이 펼쳐져 있었다. 이번 학술대회를 관통하는 주제는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대학생부터 지긋한 나이의 교수까지 새로움을 받아들이는 진지한 태도에는 세대 구분이 없었다. 


 현장에서 만난 전병욱 한국자동차공학회장(현대자동차 연구위원)은 산·학·연의 가교 역할을 하는 학계가 기술 혁신 속도에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며 이번 학술대회의 의의를 설명했다. 인공지능과 반도체가 자동차에서도 중요해지고 있는 만큼 다음 학술대회에서는 반도체 전문가를 초청한 강연도 고민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다음은 전병욱 회장과 나눈 일문일답. 

 -지난 1월 취임 이후 바쁜 시간을 보냈을 것 같다.
 "자동차공학회는 산업계와 학계, 연구기관들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정부의 정책 방향을 논의하는데에도 역할을 하고 있고 이 과정에서 산업계의 의견을 대변하는 한편 연구계 애로사항을 설명해주기도 한다."

 -최근 주관한 EVS37도 매우 성공적으로 치렀는데 소회가 듣고싶다.
 "회장 취임 후 치렀던 가장 큰 행사였던 것 같다. 한국에서는 9년만에 치렀는데 이전보다 규모는 더 커졌고 관심도 높아졌다. 조직위와 소통하면서 행사를 잘 마무리해서 뿌듯했다."


 -취임 이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안이 있다면 무엇인가.
 "학회는 산학연의 구심점 역할도 해야 하지만 기업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하는지를 비춰주는 등대 역할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술적 이론을 정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방향성을 제시해주는 나침반이 되어야 하는데 시대가 바뀌면서 점차 고민이 많아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탄탄한 하드웨어 위에 소프트웨어가 꽃피워야 한다는 게 평소의 생각이다.

 그래서 공학회 내에 미래위원회를 구성했다. 학계가 기업의 혁신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와 인공지능이 자동차에서 어떻게 구현되어야 할지 검토해서 미래 기술 로드맵을 정하고 하드웨어와 전통적인 부품산업을 넘어 자율주행과 소프트웨어에 대한 논의도 이어가고자 한다. 이를 통해 조금 더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로드맵을 구성할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대학생 인공지능 자율주행차 대회 준비위원회를 꾸리고 내년 또는 내후년 개최를 목표로 논의도 이어가고 있다. 학회의 본 목적 중 하나인 교육과 인력 양성이라는 점에서 노력하기 위해서다. 이를 통해 자연스레 자동차공학회가 산업계와 학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학생들에게는 자동차에 대한 꿈을 심어주지 않겠나"

 -회장 취임 후 첫 학술대회를 주관했다. 행사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주자면.
 "거제도에서 춘계학술대회를 치른 이유에 대해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은데 교통이 불편한 지역이면 그만큼 학술대회에 자연스레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웃음). 이번 학술대회가 다른 때와 가장 달랐던건 자율주행과 SDV에 대한 논의의 장이 마련됐다는 점이다. 자율주행과 소프트웨어 분야 최고의 연사들을 모시고 강연을 진행했고 현대차, 소방청이 참여한 전기차 화재 대응 관련 세미나를 진행한 것도 의미있었다. 

 새로운 시도도 이어졌는데 여성 엔지니어들과 갓 박사학위를 마치고 학계에 진출한 이들의 연구 성과를 공유하고 이들에게 기회의 장을 마련해주는 세션을 만든 것도 중요한 포인트였다. 이들에게 충분한 동기 부여를 해주고 추계학술대회에서는 이에 따른 결과를 두고 시상도 진행할 예정이다."

 -모빌리티 분야 전반에서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요즘 어떤 분야에 주목하나.
 "두 가지다. 첫번째는 소프트웨어가 주도하는 자동차 기술, SDV다. 자동차의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시점이 도래했다. 이제는 소프트웨어를 통해 고객 관점에서 필요한 것들을 제공하는 자동차가 필요하다. 하드웨어 중심으로 모든걸 설계하는 생태계만으로 달성할 수 없기 때문에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기도 하다. 학회가 이 문제를 어떻게 대응하고 힘을 모아줄 것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어보인다.

 또 하나는 탄소중립이다. 전동화의 문제 뿐만이 아니라 자동차 산업 전반에서 이 큰 과제를 어떻게 극복할것인가의 문제다. 수소연소엔진 같은 탈탄소 엔진과 하이브리드를 결합하는 xEV 같은 기술들이 발전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 내연기관의 기술 베이스를 갖고 있으니 이를 잘 활용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내연기관이 사라지는게 아쉽다. e퓨얼도 대체재가 될 수 있을까.
 "수소가 아니라 탈탄소 엔진이라고 설명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수소는 물론 e퓨얼이 대안일 수 있다. 아직 등장하지 않은 탄소를 줄일 수 있는 모든 연료는 여기에 포함할 수 있겠다. 범주를 조금 완화한다면 열 효율이 높아지는 고효율 엔진도 그 범위 안에 들어갈 수 있다. 이런 점에선 탄소배출저감형 엔진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는데 이 처럼 기존에는 없던 새로운 방향성을 학회가 주도해서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소 연소 엔진에 대한 배출가스 규제는 어떻게 수립할 것인지 이를 친환경차로 분류하기 위한 기준은 어떤 것이 필요한지 등 논의할 게 많지 않겠나"

 -자율주행과 관련해서는 회의적인 부분이 많은데 어떻게 보고 있는 지.
 "모두가 환상에 빠져 있는 것 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 기술적으로 어떻게 구현할지 언제 가능할지에 대한 회의적 시각은 더 많이 알려지고 노출되어야 한다. 그래야 어떻게 문제를 돌파하고 해결할 수 있을지 치열한 토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기술이 발전한다. 

 자율주행은 잘 되어야 하고 성공해야만 하는 기술이다. 팬시한 기술이 아니라 사회적 약자를 위한 기술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노령화 사회가 될 것이라는건 자명하다. 자율주행이 없다면 얼마나 불편한 사회가 되겠는가. 인구 감소로 인력 자체도 부족해질텐데 이런 점을 자율주행차를 포함한 지능형 로봇이 보완해야 한다. 다행인건 지금 이 순간에도 기술은 계속 발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공지능과 반도체가 이 분야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 수 있을것이라고 본다. 그래서 추계 대회에서는 반도체 전문가를 초청해 이에 대한 이야기도 들어볼 생각이다. 

 그간의 소프트웨어가 개발자의 규칙에 기반한 알고리즘이었다면 이제는 인공지능이 이성적 판단과 결정을 해 알고리즘을 짜는 시대다. 자율주행차도 이런 점에서 인공지능과 반도체가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인지판단기술과 제어 역할까지 담당한다면 완전히 다른 개념의 자율주행차가 등장하지 않을까 한다"

 -현대차에서 변속기 제어 연구를 한걸로 알고 있다. 앞으로 변속기는 어떻게 진화할까,
 "변속기는 차의 운동성과 에너지를 제어하는 장치다. 전기차에 비유한다면 모터와 감속기가 결합한 형태라고 봐야겠다. 변속이라는 기술 자체는 차의 에너지와 동력을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얼마든지 다양한 형태로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전기차의 고회전 특성을 감안한 베어링 기술이 변속기에서 착안한 게 대표적이다. 또한 상용 전기차는 다단화 변속기가 여전히 필요하기 때문에 3~4단 정도의 고효율 전기차 변속기가 필요해질 것으로 본다. 

 이런 점에서 인공지능을 결합해 전기차의 에너지를 제어하는 부분도 연구하고 있다. 마치 알파고가 어디에 바둑돌을 둘지 미래의 수를 보고 예측하듯 인공지능이 에너지 소모를 최적화 하는 알고리즘을 만들어보려 한다. 결국 변속기의 개념 그리고 기술은 계속해서 진화할 것이다"


 -중국 자동차 산업 기술력은 어떻게 진단하나. 
 "중국의 전기차와 소프트웨어의 잠재력은 상당히 경계해야하는 상황이다. 이는 우리 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의 이야기다. 여러번의 시행착오를 많이 겪고 발전하는 속도는 무서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차와 독일차의 결정적 차이가 얼마나 더 오랫동안 차를 만들었냐이듯이 중국이 오랜 시행착오를 겪고 성장한다면 미래에는 분명 중국차를 경계해야 할 순간이 올 것이다.

 중국차에서 새로운 부분이 많이 보이는건 규제가 약하기 때문이다. 아직 하드웨어나 설계 기본기 측면에서는 떨어지는 부분들이 있지만 많은 시행착오를 겪기 좋은 환경이기 때문에 이를 통한 기술 발전 속도는 경계해야 할 일이다. 결국 우리도 불필요한 규제가 있지는 않은지 한번 더 돌아봐야 할 때다"

 -남은 임기 동안 자동차공학회를 어떻게 이끌고 싶은가.
 "SDV와 인공지능, 탄소중립 같은 부분에 방점을 찍고 빠른 기간 안에 학회가 신기술 방향을 주도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다. 이 과정에서 새롭게 설치한 미래위원회가 지속가능성을 갖고 로드맵을 제시해 발전하는 역할을 했으면 한다. 학생들이 사회에 진출할 때 양질의 엔지니어로 성장할 수 있도록 본연의 교육 기능을 하는 데에도 도움을 주고 싶다."

거제=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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