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대체 불가능한 매력, 기아 EV9

입력 2024년08월06일 08시40분 박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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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숙한듯 새로운 디자인, 완성도 높아
 -3열 전기 SUV, 패밀리카로서 매력적인 선택지

 

 기아가 EV9을 칭할 때 '새로운 플래그십' 이라는 수식어를 종종 붙인다. '9'라는 숫자가 이를 증명하고 기아의 SUV를 통틀어 가장 거대한 덩치를 갖고 있다는 점도 한 몫을 했다. 그럼에도 의구심이 들었던 건 사실이다. 오랜 기간 숙성한 모하비나 K9 대신 처음 만든 3열 SUV 전기차가 이 자리를 꿰찰 자격이 있을까 궁금했고 바로 시승에 나섰다. 

 


 

 ▲디자인&상품성
 일단 '덩치'는 충분하다. EV9은 전장 5,010㎜ 전폭 1,980㎜ 전고 1,755㎜로 모하비(4,930㎜, 1,920㎜, 1,790㎜)보다 키만 작다. 비슷한 덩치의 현대차 팰리세이드(4,995㎜, 1,975㎜, 1,750㎜)보다는 크다. 휠베이스는 3100㎜로 카니발(3090㎜)보다 길고 K9(3105㎜)보다는 조금 짧다. 
 
 외형은 앞서 콘셉트카 형태로 공개했던 모습과 꼭 닮았다. 램프 모듈이 더 두터워졌고 일부 과감한 요소를 양산 과정에서 생략했을 뿐 콘셉트와의 차이가 극히 적은 편이다. 길게 뻗은 수직형 헤드램프부터 새롭게 해석한 호랑이 코 형상, 디지털 라이팅 패턴까지 모든 부분이 그대로다. 

 



 

 측면과 후면에서는 볼거리가 많다. 다림질을 해놓은듯 예리한 캐릭터라인이 휠 아치 상단부를 지나가고 측면에선 다소 희미해지며 매끈한 느낌을 살렸다. 독특한 형태의 테일램프는 차체의 높이와 너비감을 동시에 살려주는 느낌. 여타 SUV들과는 다르게 휠 아치와 사이드 스커트 부분을 유광 플라스틱으로 덮어 고급스러운 느낌도 살렸다. 

 

 전반적으로는 각이 잔뜩 들어가있는 정통 SUV 느낌이 강하지만 곳곳에는 공기저항을 위한 노력도 숨어있다. 범퍼에는 공기를 잘 흘려보내기 위한 패턴이 자리잡았고 플랩을 추가해 주행 상황에 따라 능동적으로 열리고 닫힌다. 휠의 와류가 공기를 붙잡지 않도록 플라스틱 휠커버를 덧댔고 한껏 솟아오른 디퓨저와 아래를 향한 리어 스포일러도 비슷한 목적으로 설계해 적용했다. 팝업 타입으로 고안한 도어 캐치도 공기 흐름을 잡는데 일조한다. 

 

 인테리어는 낯선듯 새롭다. 12.3인치 클러스터와 디스플레이는 더이상 새로운 게 아니지만 두 화면 사이에 공조 디스플레이를 새롭게 추가했다. 이렇다보니 송풍구와 센터콘솔 주변은 어색하다 싶을 정도로 간결하다. 비상등과 볼륨 조절 다이얼, 온도 조절 기능만 물리 버튼으로 남겨뒀을 뿐이다. 

 




 

 뿐만 아니다. 스티어링 휠 6시 방향에는 주행 모드와 구동력 제어 기능을 설정할 수 있는 버튼을 배치했다. 시동 버튼과 기어레버는 스티어링 휠 뒤편으로 이동했다. 열선과 통풍시트 제어 기능까지 도어 레버로 이동해서 각종 제어 기능이 빠진 자리는 오롯이 수납공간으로 쓰인다. 

 

 반면, 아쉬움도 드러난다. 중앙에 있던 다양한 기능을 곳곳으로 빼놓다보니 어딘가 필요 이상으로 심플하다는 느낌이다. 플래그십에 걸맞게 '멋'에만 치중한 오브제를 넣거나 고급스러운 요소들을 더 추가했어도 좋았을 것 같다. K9이나 모하비의 고급감을 생각해보면 더욱 아쉬운 대목이다. 

 

 이 외에 2열에서는 높은 만족을 제공한다. 시승차는 7인승 벤치 시트를 적용했지만 옵션에 따라 6인승에서는 버튼 하나 만으로 편안한 자세를 연출할 수 있는 릴렉션 시트를 선택할 수 있다. 의자가 180도 돌아가는 스위블 시트도 또 다른 선택지. EV9을 의전용으로도, 가족을 위한 차로도 쓸 수 있게 만들어둔 훌륭한 경우의 수다.

 



 

 거주성도 만족스럽다. 시트를 뒤쪽 끝까지 당기면 카니발 못지 않은 광활한 레그룸을 영위할 수 있다. 넉넉한 헤드룸은 물론이거니와 허벅지가 뜨지 않는것도 만족스럽다. 사실 E-GMP 플랫폼을 적용한 차 대부분이 무릎이 곧추서고 허벅지가 뜨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더욱 반가운 개선점이다. 

 

 다만 대부분의 3열 레그룸 자체는 썩 넉넉치 못하다. 헤드룸이 다른 차 보다 여유롭고 등받이를 전동식으로 조절할 수 있다는 것, 컵홀더와 충전 포트, 송풍구까지 마련했다는 점에서 일정 불만은 상쇄시킬 수 있겠다. 너무 멀리 가지만 않는다면 괜찮아보인다. 

 


 

 트렁크 용량은 충분하다. 어림잡아 골프백 여러개를 가로로 쌓을만한 공간이 나온다. 220V 콘센트와 12V 시거잭, 폴딩 버튼 등 캠핑에서도 제법 유용하게 쓸 만한 기능들도 갖추고 있다. 다만 풀 플랫은 지원하지 않아 차박을 하기에는 별도 에어메트가 필요해 보인다. 

 

 프론트 트렁크, 이른바 프렁크는 무언가를 넣어두기에는 다소 애매하다. 신발이나 충전 케이블 정도를 수납할 수 있는 공간일 뿐이다. 넉넉하게 적재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그래도 제 2의 공간을 창출해냈다는 점에선 카니발이나 팰리세이드 등 다른 가족용 SUV보다 더 유리하다. 

 

 ▲성능
 시승차는 두 개의 전기모터를 결합해 시스템 합산 출력 379마력 최대토크 71.4㎏∙m을 발휘한다. 배터리팩 용량은 99.4㎾h,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는 최장 445㎞다. 

 


 

 최근의 기아의 설계 방향처럼 단단한 승차감일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푹신하고 편안하다. 도로에서 올라올만한 자잘한 충격들은 부드럽게 걸러내고 방지턱도 제법 부드럽게 넘어간다. 전기차 특유의 안정적인 무게 중심 덕분일까. 뒷바퀴가 필요 이상으로 널뛰지 않고 안정적으로 뜨고 가라앉는다. 

 

 속도를 줄일 때 아쉬움이 느껴진다. 차를 완전히 세우면 차체가 앞 뒤로 몇 차례 까딱거린다. 푹신하고 편안한 승차감을 위해 노력한 것과는 별개로 부드러운 승차감 자체를 해칠지도 모르는 요인이다. 

 

 EV9의 진가는 고속도로에서 나온다. 전반적인 승차감도 시내 주행보다는 고속도로에서 더 좋다. 중앙에 위치한 무게 중심이 차체를 꽉 눌러준 채 달리는 맛이 일품이다. 속도를 점차 높여나가도 불안한 기색은 하나 없이 전기차 특유의 고요함만 맴돈다. 

 


 

 2.5톤에 육박하는 몸무게에 거동이 불편하진 않을까 걱정했지만 EV9은 차선을 바꾸거나 인터체인지에서 코너를 돌어나갈 때에도 고급스럽고 안락한 승차감을 구현한다. 덩치가 마이너스 요인이 되는 대신 오히려 이를 활용해 더욱 묵직한 감각을 빚어낸다. 고속도로 주행 비중이 많은 북미에서 유독 인기가 많겠다. 

 

 안정감이 뛰어나다보니 성능이 아쉽다는 생각까지 든다. 379마력은 결코 낮은 출력이 아니지만 탄탄한 주행감각과 일관적인 안정성은 379마력보다 더 높은 출력도 받아낼 수 있을 것만 같다. 향후 출시할 고성능 EV9 GT는 얼마나 재미있을지 기대가 높아지는 대목. 

 

 전기차는 본래 정숙하지만 EV9은 더 정숙하다. 모든 유리는 이중접합 차음 글라스로 구성했고 곳곳에 방음재를 더했기 때문이다. 이렇다보닝 외부에서 들어오는 소음도 비교적 작게 느껴진다. A필러 인근에서 들려오는 풍절음을 제외하면 딱히 거슬릴만한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주행 보조 시스템도 똑똑하다. 차간거리를 좁히거나 넓힐 때 운전자를 놀래키지 않는다. 차선 변경도 여느 운전자 못지 않게 부드럽고 능숙하게 해낸다. 고속도로 주행보조2(HDA2)를 활성화하면 운전자는 그저 전방과 주변 도로 환경만 잘 보면 될 일이다. 

 

 ▲총평
 EV9은 기아의 플래그십이라 할 만한 자격이 충분했다. 신선한 디자인과 고급스러운 주행 성능이 이를 말해준다. 전기차 특유의 넉넉한 거주성과 다양한 2열 시트 옵션은 패밀리카는 물론 뒷좌석 탑승객을 위한 의전차로도 손색이 없겠다. 이런 점에서는 기존 K9의 역할은 물론 카니발 하이리무진의 또 다른 대안 역할을 하기에도 충분하다. 

 

 EV9의 가격은 트림에 따라 7,337~8,397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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