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EU, 동맹이라도 이익은 제각각

입력 2024년08월19일 09시50분 권용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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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산 EV 관세 인상에 독일은 반대, 프랑스는 찬성
 -수출 많으면 반대, 내수 비중 높으면 찬성

 

 유럽 내 자동차강국은 단연 독일이다. 2022년 기준 한국모빌리티산업협회 세계자동차통계에 따르면 독일의 연간 국내 완성차 생산은 389만대다. 2위인 스페인의 221만대와 비교해도 무려 168만대나 많다. 프랑스가 3위라고 하지만 그래봐야 142만대로 독일의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 그래서 독일을 견고하게 뒷받침하는 산업은 단연 자동차 부문이다. 프리미엄 브랜드 중심이어서 이익률도 높다. 독일에게 자동차산업은 국민의 생존과 직결되는 셈이다.  



 

 그런데 독일은 수출과 수입도 많다. 2022년 기준 내수에 97만대를 팔고 291만대를 수출했다. 하지만 연간 신차 등록대수는 296만대여서 완성차 수입 또한 198만대로 많은 나라다. 주요 수출 국가는 유럽, 중국, 미국, 한국, 일본, 중동 등인데 유럽을 제외하면 미국과 중국의 비중이 높다. 따라서 유럽연합이 중국산 전기차 관세를 높이면 중국 또한 동일 제품에 보복 관세를 매기고 이 경우 독일의 대중국 완성차 수출은 타격을 입는다. 판매 위축을 해소하려면 중국 내 생산을 늘리는 수밖에 없는데 이 경우 독일 내 자동차 생산 부문의 일자리가 줄어 난처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반면 관세 인상에 찬성한 스페인도 생산은 221만대로 서유럽 내에서 두 번째로 많다. 하지만 스페인의 수출 지역은 대부분 유럽연합 내에 몰려 있을 뿐 중국으로 들어가는 비중은 미미하다. 따라서 스페인은 자동차 지속 생산을 위해서라도 중국에서 건너오는 완성차를 막아야 하는 상황이다. 

 

 수출이 거의 없는 프랑스도 예외는 아니다. 연간 142만대를 생산하는데 프랑스 내수 충족이 우선이다. 오히려 해마다 등록되는 새 차가 192만대인 만큼 50만대를 해외에서 수입한다. 이때 해외는 대부분 유럽연합 다른 국가를 의미한다. 따라서 중국에서 완성차가 들어오는 것은 달갑지 않다. 관세를 높이는데 찬성표를 던진 배경이다. 

 

 이처럼 하나의 경제 동맹체로 묶인 유럽연합도 정작 국익이 걸리면 개별적 입장은 엇갈린다. 주력 산업 분야가 다를 수 있어서다. 그리고 이 점을 파고드는 곳은 중국이다. 개별 국가를 겨냥해 선택적 보복 관세를 매길 수 있어서다. 대표적으로 독일은 중국과의 자동차 교역 비중이 높아 관세 인상에 기권표를 던졌지만 반대표를 던진 프랑스는 명품과 와인, 치즈 등을 중국에 주력 수출한다. 중국이 이들 제품을 겨냥할 경우 프랑스의 입장이 달라질 수 있다는 기대를 갖는다. 그러자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5월 시진핑 중국 주석과 만나 두 나라의 우호를 도모했다. 이 자리에는 LVMH그룹 회장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표면적인 이유는 기업인과 정치인의 만남이지만 이면에는 LVMH가 중국에 수출하는 꼬냑 관세를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유럽연합의 관세 인상은 중국 전기차 기업의 유럽 내 생산기지 구축을 활발히 유도할 수도 있다. BYD가 헝가리에 둥지를 트려는 것도 어차피 자동차 부문의 관세가 국가 간 교역 무기로 쓰이는 추세를 막을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물론 현지 공장을 설립하면 생산 비용이 오르지만 추가적인 관세 부담을 고려하면 현지 생산 확대가 대안이다. 게다가 유럽은 해외에서 도입되는 제품에 탄소국경세까지 매기는 중이다. 자동차가 생산될 때, 필요한 부품을 만들 때, 그리고 판매 지역으로 운송될 때 배출되는 탄소를 계산해 징벌적 성격으로 과세하는 것이 탄소 국경세다. 

 

 최근 글로벌 자동차 산업은 친환경 및 시장 보호로 성향이 바뀌고 있다. 탄소 배출이 적은 이동 수단을 늘리되 생산은 판매가 이뤄지는 지역에서 하라는 움직임이다. 게다가 전기차 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내세운 국가들은 기존에 없던 새로운 제조사 설립을 유도하거나 전기차 시장 참여를 독려하기도 한다. 그럴수록 한국의 수출 시장은 자꾸 축소되는 경향을 보인다. 한 마디로 ‘한국 생산-한국 판매’에 머물 수 있어 우려된다. 그만큼 일자리도 사라지니 말이다. 그렇다고 뾰족한 대책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나마 있다면 국가 간 자유로운 물품 교역 시장을 만드는 일이고 이를 위해선 국가 간 갈등을 부추기지 않도록 정치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권용주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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