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 온갖 논란에도 전기차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

입력 2024년08월20일 07시45분 박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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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기차 시장, 수요가 아닌 규제가 만들어낸 곳
 -자동차 업계, 배출 규제 대응 위해선 전동화 불가피해
 -판도 바뀐 美 대선, 전기차 지원책 계속할수도 

 

 자동차 업계에서 자주 하는 말이 하나 있다. 최초의 자동차가 등장한 이후 지금까지 일궈낸 혁신보다 근 10년간의 변화가 더 역동적이라는 것. 그 중심에는 전기차가 있다. 최근 기후변화 문제가 전 지구적인 의제로 떠오르며 그 관심은 어느 때 보다 커졌다. 

 


 

 요즘에야 캐즘(수요 둔화 현상)이나 화재 문제로 논란의 중심에 서 있지만 시장이 계속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에는 이견이 없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2030년까지 연 평균 30%씩 증가해 2035년 경 전 세계 신차 판매의 절반을 차지할 전망이다. 

 

 각종 조사 기관들의 전망도 이와 비슷하다. 블룸버그 NEF는 2030년 전기차 판매량이 전체 신차 판매의 4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고 딜로이트도 같은 기간 전기차 판매량이 내연기관을 추월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많은 곳에서 전기차를 낙관하고 있는 이유는 분명하다. 전기차 시장이 수요가 아닌 규제에 의해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각국 정부가 환경 규제를 나날이 강화하고 있고 제조업 일자리를 만들어내기 위해 배터리를 포함한 전기차 공장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미국과 중국간의 패권 경쟁 속에서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한 샅바 싸움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언급해본다면 자동차 업계가 전기차를 만드는 이유는 '탄소'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다. 탄소 감축은 자동차 업계를 넘어 지구촌의 핵심 이슈다. 목표 감축량을 달성하기 위해 각국 정부는 탄소세를 부과하고 있다. 특히 운송 분야에서는 자동차가 가장 많은 감축 압박을 받는 상황. 해운이나 항공 부문의 전동화가 당장은 어렵기 때문이다.

 


 

 대다수 국가에서 탄소세를 부과하는 기준은 미국이 시행하고 있는 기업 평균 연비 제도(Corporate Average Fuel Economy, CAFE)다. 제도 이름이야 다르지만 우리나라의 친환경차 의무판매제, 유럽의 온실가스 배출 규제가 비슷한 성격의 제도로 꼽힌다. 공통점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평균 목표치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지 못하면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식이라는 점. 효율이 좋은 차만 팔거나 그렇지 못할 거라면 그만큼의 친환경차를 팔아 평균 배출량을 낮게 유지해야 한다는 뜻이다. 

 

 여기에서 제조사들의 고민이 발생한다. 마음만 먹는다면 나날이 가혹해지는 배출가스 규제를 충족하는 엔진을 만들 수 있겠지만 비용이 문제다. 이미 내연기관은 극한의 효율과 성능을 낼 수 있도록 여유 설계가 거의 없는 지경까지 왔다. 후처리 장치 까지도 많이 달고 있지만 향후 시행을 앞둔 배출 기준을 충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 

 

 반면 전기차(BEV)는 주행 중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0에 가깝고 하이브리드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도 매우 적은 배출량만 인정받고 있다. 결국 탄소 배출 총량을 줄일 수 있다 보니 최근 몇 년간 여러 회사들이 PHEV와 BEV를 선보이고 있는 것. 

 

 막대한 돈을 들여가며 엔진을 개량하느니 BEV나 PHEV 비중을 높여 평균 배출량을 줄이는 전략. 특히 소형차 판매 비중이 적고 고성능차와 고급차 비중이 높은 프리미엄 브랜드로선 효과적인 평균 배출량 감소는 물론, 환경을 생각하고 미래 모빌리티를 선도한다는 브랜드 이미지 개선 효과까지 노릴 수 있다.

 


 

 전 지구적인 탄소 중립 문제가 화두로 떠오른건 자명한 사실. 그래서 각국 정부는 수송 부문의 배출 규제를 나날이 강화하고 있고 유럽은 한술 더 떠 브레이크와 타이어에서 발생하는 분진까지'배출물질'로 따지기로 했다. 이렇듯 시장의 흐름은 전동화 차를 만들 수 밖에 없는 환경으로 흘러가고 있다. 

 

 그런데 최근 이 흐름에 다소 반하는 움직임이 미국에서 발생했다. GM과 포드 등 미국 자동차 업체들이 전기차 생산을 축소하고 나선 것. 수요 둔화를 이유로 들었지만 전기차 공장 건설 취소, 전동화 전략 재조정, 내연기관 픽업트럭 신규 생산 등의 결정이 이어졌다.

 

 미국 자동차 회사들 뿐만의 이야기는 아니었다. 현대차와 기아 등 국내 자동차 회사들도 하이브리드 생산 비중을 늘리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는 반응이 나왔다. 일부 유럽 브랜드에서도 전동화 전략을 재검토 한다는 이유를 드는 등 미국의 대선 결과를 예의주시하는 브랜드가 여럿 생겨났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이 CAFE 제도를 완화해주겠다고 했기 때문.

 

 미국의 정책은 결국 세계 각국의 배출 제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배출량이 상대적으로 많은 미국 브랜드 제품 또는 미국 생산 차가 세계 각국의 배출 규제를 준수하지 못할 경우 미국은 무역 협정을 맺고 있는 주요 국가들에 '관세 장벽'을 언급하며 문제를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미국은 중국에 이서 세계에서 두 번째로 자동차 수요가 많은 국가다. 브랜드의 입장에서는 배출량 규제를 완화 덕에 개발 비용을 절감하고 수익은 더 높일 수 있으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아직 여러 변수가 남아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에서 사퇴하고 그 자리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이어받았다. 트럼프의 당선이 유력하다는 전망은 불과 몇 주 만에 박빙 국면으로 전환했다. 더욱이 해리스는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해온 전기차 관련 정책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예정이다. 해리스는 전 세계적으로도 까다로운 환경 규제로 유명한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 출신이기도 하다. 

 

 해리스가 아직 전기차와 관련한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진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지금의 정책 방향을 계승하고 더욱 발전시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해리스가 최근 부통령 후보로 지명한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가 기후 변화 문제와 관련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친 점도 설득력을 높인다. 미국 대선 향방에 따라 자동차 업체들의 전기차 전환 압박이 더 강해질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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