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벤츠 EV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입력 2024년10월07일 13시36분 권용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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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EV는 위험하다”, 아니다 “위험성은 과장일 뿐이다”. 벤츠 BEV 화재를 계기로 소비자 사이에서 벌어지는 논란이다. 이를 위해 각종 데이터 등이 동원된다. 내연기관과 BEV의 화재 발생율부터 같은 BEV라도 양극재 소재에 따른 화재 가능성까지 언급된다. 그러자 직접 소방청이 BEV 등록대수 증가에 따라 화재건수도 지난 3년 동안 늘었지만 사망자는 없었다고 설명한다. 또한 지난해 장소별 전기차 화재는 운행 중이 34건으로 가장 많고, 주차 중에도 21건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외 충전과 정차 중에도 각각 13건과 3건, 그리고 견인 중에도 1건이라고 설명한다. 

 


 

 반면 내연기관 화재는 지난해 3,763건에 달했고 사망자는 31명에 이른다. 이 중에는 주차장 화재도 690건이 포함돼 있다. 등록대수와 비교해 BEV와 내연기관의 화재 발생율은 큰 차이가 없다는 점도 강조한다. 하지만 차령 기준을 포함하면 BEV 화재 발생율이 높다는 반론도 있다. 내연기관은 모든 차령을 포함하지만 BEV는 대부분이 10년 미만의 차종인 탓이다. 

 

 논란 속에서도 소방청 자동차 통계는 내연기관 및 BEV 모두 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소비자들도 청라 화재는 벤츠 BEV의 화재와 발생 장소를 구분해서 봐야 한다는 쪽으로 시선을 바꾸는 중이다. BEV 화재를 바라보는 국내 소비자들의 시각이 점차 냉정해진다는 의미다. 

 

 냉정함이 주목한 곳은 배터리다. 실제 소비자들은 완성차 기업이 채택한 BEV의 배터리를 누가 만들었는지, 그리고 어떤 소재를 사용했는지에 관심을 둔다. 국토교통부가 배터리 제조사와 용량, 소재 등의 정보를 제공하라고 권고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후 관심은 배터리 양극재 소재인 NCM과 LFP 장단점 구분으로 연결됐다. 이어 고성능 NCM 소재와 상대적으로 밀도가 떨어져 안전하다고 인식되는 LFP 논란은 결국 배터리 셀의 생산국까지 확장됐다. 이때 판단에 반영된 요소는 국가 브랜드다. 동일 공정, 동일 소재, 동일 품질이 적용됨에도 국가 브랜드가 소비자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다시 말하면 BEV 선택에 있어 중요한 것은 과학적 사실이 아니라 감정이라는 사실이 주목된다. 

 


 

 그나마 과학적 시각이 반영되는 항목은 제조사의 BMS(Battery Management System) 능력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테슬라는 중국에서 생산되고, 중국산 LFP 배터리를 탑재했어도 국내에서 인기가 높다. 실제 컨슈머인사이트가 2년 이내 신차 구입 의향자 52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중국 내에서 생산하는 전기차는 배터리 안정성(31%)이 낮다는 이유로 기피 대상이다. 하지만 중국산 테슬라는 다르다고 인식한다. 국산 배터리를 선호하지만 테슬라의 중국산 LFP 선택은 신뢰한다. 중국산 배터리라도 테슬라의 기술력이 화재 위험성을 낮춰준다고 인식한다. 같은 배터리일 때 화재 위험성 등은 제조사의 BMS 기술력이 좌우한다고 보는 셈이다. 

 

 이런 이유로 최근 일부 제조사는 배터리 소재 및 셀의 원산지보다 BMS 기술 내세우기에 집중한다. 결국 배터리에 대한 불안감을 상쇄시키는 요소는 전기차 제조사 브랜드와 자체 보유한 BMS 기술이 우선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지난달 25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가 주최한 '자동차모빌리티산업발전포럼'에서 현대차와 벤츠 등이 BMS의 역할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즈음 벤츠는 BMS 시스템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온도, 전압, 전류를 모니터링해 과열 등의 기타 잠재적인 위험을 방지하는 것은 물론 덥거나 추운 지역에선 최적의 성능이 발휘되는 역할에 충실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전원이 멈추면 일반적으로 BMS가 비활성화되지만 특정 조건에 따라 주차 중 시스템이 활성화될 수 있다"는 점도 덧붙였다. 벤츠가 선택한 NCM 배터리의 일부가 중국산이라는 사실을 두고 국내 소비자들이 국가 브랜드 감정에 치우치자 자동차 제조사로서 감정보다 자체 BMS 기술이 세계 최고라는 점을 자신있게 드러낸 격이다. 

 


 

 따라서 벤츠 전기차 화재를 바라보는 시선은 두 가지다. 먼저 냉정함은 EQE를 바라볼 때 배터리의 공급사가 아니라 벤츠의 BMS, 그리고 이미 선제적으로 적용한 화재 억제 기능을 주목해야 한다는 시선이다. 이를 화재 발생 장소와 연결시켜 벤츠 BEV가 위험하다고 여기는 생각, 나아가 국내 BEV 전체를 위험물로 여기는 것은 비과학적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시선은 감정이다. 벤츠 EQE에 적용된 배터리 공급사 중에 CATL 이외 파라시스가 포함된 점을 위험으로 여기는 것이 대표적이다. 벤츠가 선택한 CATL이나 SK온, 파라시스 배터리의 성능과 품질은 벤츠 기준에서 동일하기 때문이다. 이때 혼선은 BEV 자체의 제품력과 배터리의 품질인데 둘은 분리돼 측정될 수 없는 항목이다. 그래서 BEV 화재에 대해선 1차적으로 제조사가 책임을 진다. 벤츠가 이번 화재에서 배터리에 대해 직접 보증한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이유다. 엄밀하게 화재 이후 확산은 소방 시설 미작동이 주요 원인인 탓이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은 어떤 제품을 선택할 때 감정적 요소를 중요하게 여긴다. 브랜드가 곧 감정 충족의 결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다만, 과학적 현상이 벌어졌을 때 최소한 원인 만큼은 과학적 시선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조금씩 높아지는 중이다. 선택은 감정과 과학을 복합적으로 받아들이는 소비자 몫이지만 현상의 분석은 나눠볼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권용주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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