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500톤 콘트리트 벽으로 쾅” 벤츠 EQS 충돌 시험 직접 보니

입력 2024년10월31일 09시06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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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델핑겐에 위치한 벤츠 차량 안전 기술 센터서 진행

 -한 차종당 150번 실제 충돌, 시뮬레이션 1만5,000회 돌려

 -수 많은 변수 설정하고 데이터 축적, EQS 탑승석 멀쩡해

 

 “삐 하는 경고음과 함께 원격으로 조종되는 벤츠 EQS가 빠른 속도로 질주했다. 수 백톤에 달하는 콘크리트 벽으로 거침없이 질주한 플래그십 전기차는 엄청난 굉음과 함께 운전석 쪽을 강하게 부딪히고 나서야 방향을 틀며 멈췄다. 차체 파편과 냉각수가 뒤섞여 아수라장이 됐지만 탑승석 만큼은 온전한 자세를 유지하며 안전한 모습을 보였다”

 



 

 놀라운 장면은 지난 22일 독일 진델핑겐에 위치한 벤츠 차량 안전 기술 센터에서 벌어진 일이다. 충돌 전, 충돌, 충돌 후까지 모두 책임진다는 철학 아래 연구원들은 체계적인 안전 검사와 결과를 분석하며 데이터를 쌓는 과정을 볼 수 있었다. 내연기관, 전동화 구분하지 않고 안전에 대해서는 어떠한 것과 타협 없이 엄격한 기준을 세워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제품에 대한 강한 자신감도 엿볼 수 있었다.

 

 벤츠의 충돌 테스트 팀은 60년 전부터 사고 안전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 왔다. 이 같은 발전의 산실과 같은 차량 안전 기술 센터(TFS)에서는 안전이 1/100 초, 1/1000 초의 문제로 다뤄진다. 대표적으로 충돌 테스트가 있다. 양산에 들어가기 전에 차는 여러 차례의 테스트를 거쳐야 한다. 구체적으로 컴퓨터 상에서 1만5,000회의 사고 시뮬레이션을 수행하고 약 150회의 실제 충돌 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 이렇게 1년에 약 900여대가 차량 안전 기술 센터에서 부셔진다.

 

 직접 살펴본 센터 내부는 광활했다. 중앙에 커다란 홀이 있고 각기 다른 3개의 직진 충돌 로드가 위치했다. 가장 긴 트랙의 길이는 200 미터가 넘는데 정확한 데이터를 얻기 위해서는 트랙이 완벽하게 평탄해야 했다. 100m당 허용 오차범위는 5㎜ 불과하다. 또 차의 완벽한 외관을 디지털 3D 이미지로 만들어내기 위해 센서가 차의 흠 없는 금속판에 부드럽게 접촉할 때 그 어떤 진동도 허용되지 않는다. 이를 위해 지면 아래 약 500개의 콘크리트 기둥이 설치돼 있으며 이 기둥은 지하 18m까지 뻗어 있다.

 





 

 부딪히는 콘트리트도 상당하다. 무게만 500톤에 달하며 200톤의 트럭도 테스트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움직이는 이동식 콘트리트도 마련돼 있으며 무게는 150톤에 달한다. 또 속도의 경우 가장 긴 구간 기준으로 최고 120km/h에서 박을 수 있을 정도다.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 최신 소화 장비 시스템이 갖춰져 있고 포크 형태의 지게차도 있어 차를 들어서 수조 통에 넣을 수도 있다.

 

 이를 바탕으로 벤츠는 거의 모든 사고 재현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차를 어떤 각도로든 충돌시킬 수 있으며 심지어 자동 운전 중에 발생하는 충돌까지도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 다양한 겹침 각도의 충돌이나 두 대의 차가 이동 중인 상태에서의 측면 충돌 테스트도 가능하다. 이 외에도 비용과 시간을 줄이기 위해 개별 부품까지 슬레드 테스트로 할 수 있어 완성 제품부터 세부 영역까지 폭 넓은 안전 시험이 가능하다.

 

 실제로 EQS 충돌 테스트도 시연했다. 전체 앞 부분의 40%를 빗겨 부딪히는 방식이 사용됐으며 속도는 시속 64㎞, 운전석쪽 1열에 성인 더미(인체 모형), 2열에 어린이 더미가 앉아 있는 조건이었다. 차는 빠른 속도로 벽을 향해 돌진했고 강한 소리와 함께 처참한 사고가 벌어졌다. 깨진 파편과 흘러나온 냉각수가 긴박했던 상황을 설명하는 듯했다. 육안으로 봤을 때 확실한 건 온전한 실내 공간과 에어백 정도다.

 

 충돌 이후 기록 측정 및 사진을 찍었던 위쪽 장비가 철수하고 화재 위험을 막기 위해 안전 요원들이 투입돼 차의 상태를 살폈다. 또 고전압 담당자가 차로 다가와 정상적으로 전력이 끊어졌는지 확인이 이뤄졌다. 이후 안전하다고 판단한 뒤 연구원들이 차로 접근해 본격적인 결과값을 입력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확인한 건 도어 개폐 여부다. 문을 잡아당겼을 때 장력을 측정해 도어에 기록했고 전자식 도어 손잡이가 수동으로 빠르게 튀어나왔는지도 확인했다. 동시에 트렁크에 부착한 각종 기록 센서를 노트북으로 옮기는 작업도 이뤄진다. 이후 문을 열어 에어백의 전개 여부, 더미의 상해 정도를 파악했다.

 

 EQS의 앞은 강한 충돌에 보닛과 범퍼, 그릴의 형상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찌그러져 있었다. 연구원은 더 많이 부셔져도 된다며 외관에서 모든 충격을 흡수하고 실내로 전달되지 않으면 충분하다고 답했다. 실제로 실내는 멀쩡했다. 유리가 깨지거나 각 패널이 어긋나 더미를 찌르는 상황도 발생하지 않았다.

 

 안락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온전한 모습이 놀라웠다. 이와 함께 에어백은 탑승한 위치에서만 터졌고 앉은 사람의 무게를 감지해 압력을 조절한 뒤 터트리는 지능화된 시스템이 기본이다. 또 배터리를 비롯해 전기 계통의 문제도 발생하지 않았다. 눈으로 목격한 충격에 비하면 차는 상대적으로 평온해 보일 정도였다.

 

 벤츠는 내연기관과 전동화 구분 없이 동일하고 엄격한 기준을 세워 테스트 한다고 밝혔다. 또 각 파워트레인에 맞춰 추가적인 시험을 통해 기준 이상의 안전을 지킨다고 덧붙였다. 차량 안전 기술 센터는 이러한 브랜드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곳이었으며 안전성 연구에 얼마나 집중하고 있는지를 보여줬다. 탑승자를 최선의 방식으로 보호할 의무를 지니고 있으며 이를 위해 최악의 상황을 만들고 위험을 줄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는 벤츠의 진심이 묻어난다.

 

 [독일=진델핑겐]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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