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강세 끝나면 영업이익 영향 받을듯
-자동차 수출 증가세, 관세 정책에 추이 바뀌나
-CAFE 완화 대응하겠지만, 전기차 확대 어려울수도
트럼프 행정부 1기 우리나라의 자동차 산업은 보호무역주의를 기조로 한 미국 내 제조업 강화라는 현상을 경험했다. 그리고 그 때의 긴장감과 도전은 다시 한 번 자동차 산업에 전운을 고조시키고 있다.
트럼프 2기에서 자동차 업체들이 지금보다 불편한 시장 환경에서 경쟁해야 할 것이라는건 분명하다. 결론부터 따져본다면 한국발 대미 수출 물량에 대한 타격, 그리고 현지 생산 전략 조정은 필수적일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표적인 경제 정책은 미국의 무역 적자 해소를 위한 보호무역주의다. 이에 따라 환율은 중요한 변수로 떠오를 수 밖에 없다. 최근 2년간 현대차와 기아는 실적 발표를 통해 유리한 환율이 영업이익 상승에 기여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2023년 영업이익은 9.7조원. 이 중 환율 상승 기여분이 1.2조원이었다.
그러나 트럼프는 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연방준비제도에 금리 인하를 압박할 것이라고 예고해왔다. 당장은 달러 강세지만 차츰 약달러 기조가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결국 달러 강세에 이익을 봤던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수익성이 떨어질 가능성도 지켜봐야 할 일이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 1기 1,170원에서 시작한 환율은 1,060원대까지 떨어졌다가 퇴임 때 1,100원을 기록했다. 지금은 당시보다 200원 이상 높다.
관세도 문제다. 현대차그룹이 바이든 행정부가 마련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대응해 현지 생산 비중을 늘리기로 했지만 주력은 여전히 우리나라다. 더욱이 중국 자동차의 우회 수출 규제를 목적으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까지 수정할 것을 시사한 상황인 만큼 멕시코 공장의 전략적 이점도 축소될 수 있다. 결국 미국 내 생산시설을 더욱 확충해야 할 일이다.
단순 기우가 아니다. 우리나라의 대미 자동차 수출은 2023년 130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38.9% 증가했다. 올해 9월 까지는 17.2% 증가한 107만대를 수출해 또 한번 최고치를 경신하는 게 유력하다. 한국을 '현금인출기'라고 비유한 트럼프가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의 승승장구를 가만히 보고 있으란 법은 없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은 전기차를 포함한 친환경차 정책 후퇴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기업평균연비제도(Corporate Average Fuel Economy, CAFE)를 완화하겠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시사해왔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연비가 좋은 차만 팔거나, 연비 나쁜 차만큼 연비 좋은 차를 많이 팔아 평균 배출량을 상쇄시켜야 했고 이 과정에서 전기차를 팔 수 밖에 없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그런데 이 같은 정책이 다소 유해진다면 전기차 시장 경쟁력은 낮아진다.
그나마 다행인 부분은 현대자동차그룹이 다양한 파워트레인에 대응할 능력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하이브리드 제품군을 더욱 확대하겠다고 밝혔고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 출시 계획도 내놨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전기차 생산과 판매에 있어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 어려워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결국 테슬라와 중국 전기차 업체들간의 격차를 더 벌려놓을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어느덧 우리나라의 자동차 산업은 전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의 시장 경쟁력과 대응력을 갖췄다. 그러나 트럼프의 재집권과 이로 인한 정책 변화는 도전일 수 밖에 없다. FTA는 어떻게 재협상 될 것인지 관세 정책은 어떻게 바뀔지, 환율의 흐름은 어떤 기조를 띌지 면밀하게 모니터링 해야 하는 상황이다.
장기적으로는 기술 혁신과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국내 완성차 산업이 글로벌 톱3로 올라선 지금. 리더십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전략적인 결단이 필요하다.
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