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 車 산업에 부는 새로운 태풍 그리고 후지와라 효과

입력 2024년11월13일 08시50분 박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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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의 산업 환경, 후지와라 효과 연상케 해 
 -거대한 태풍의 연속, 혁신 가속화 시킬것

 

 후지와라 효과. 두 개 이상의 태풍이 가까운 거리에서 발생할 경우 상호간의 진로와 세력 규모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말한다. 태풍 A의 바람에 의해 B의 경로가 바뀌고 그렇게 움직이는 B의 움직임이 또 다시 A의 진로에 영향을 미치는 게 대표적이다. 일본의 기상학자 후지와라 사쿠헤이(藤原咲平)가 1921년 처음 발견한 이 현상은 지금의 자동차 산업 환경과도 놀랍게 닮아있다. 

 


 

 두 개의 태풍은 여러 장면을 만들어낸다. 서로의 영향을 받으며 회전하면서 춤추듯 공전하기도, 서로의 에너지를 흡수하며 하나의 거대한 태풍이 되기도 한다. 이 개념을 자동차 산업에 대입해보자. 현재 자동차 산업은 새로운 회사와 전통적인 기업들이 충돌하고 협력하며 결별한다. 지금의 자동차 산업이라는 거대한 바다는 후지와라 효과로 가득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산업은 예상보다도 빠르게 전기차로 전환하고 있고 이제는 소프트웨어 중심의 자동차(SDV)라는 또 다른 태풍이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사들의 궤도를 조금씩 바꿔나가고 있다. 기계공학의 결정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닌 자동차에서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가 더 중요하다고 언급된다는건 불과 10년 전 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던 일이다. 

 

 부품을 갈아 끼우는 대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만으로 새로운 기능을 제공하는건 상당한 비용 절감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신제품을 개발하는 것 대신기존 제품의 성능을 개선한다면 영업이익은 극대화 할 수 있고 필요로 하는 시간은 더욱 줄어든다는 의미다. 맥킨지는 자동차용 소프트웨어 시장이 2030년 500억 달러(한화 67조 4,3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합병과 전략적 파트너십은 두 태풍을 공존시키기도 하나의 거대한 태풍을 만들기도 한다. FCA와 PSA가 합병해 스텔란티스라는 이름으로 하나 된 게 대표적. 닛산과 공존했던 르노는 궤도에서 벗어나 중국 지리홀딩스라는 새로운 태풍과 후지와라 효과를 불러 일으키려고 하고 현대자동차그룹은 GM, 토요타와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이런 그림이 만들어질 줄 누가 알았을까. 실제로도 후지와라 효과의 핵심은 예측 불가능성이다. 

 

 자동차 회사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구글, 애플, 엔비디아, 소니 등은 자동차 제조사들의 또 다른 카운터 파트너로 떠올랐다. 삼성전자, LG, SK는 과거 보쉬와 콘티넨탈, 미쉐린이 그랬듯 지금의 자동차 산업에서 없어서는 안될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물론 이 같은 현상을 경계하고 위협적이라고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자동차 업계의 상호작용은 무궁무진한 기회를 제공하며, 혁신을 촉진한다. 후지와라 효과로 태풍이 서로에게 힘을 전달하며 새로운 형태의 거대한 소용돌이를 만들어내듯 각 기업의 기술력과 전략이 상호작용하며 새롭고 강력한 시장을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여러 개의 태풍이 서로를 인식하고 회전하며 예상치 못한 결과를 만들어내듯, 자동차 산업도 전동화, 소프트웨어, 합병과 파트너십 등 다양한 변수들이 뒤엉켜 새로운 혁신의 시대를 열고 있다. 아무리 거대한 태풍이라도 언젠간 소멸한다. 그리고 잔잔하고 고요한 바다를 선사한다. 기온은 떨어뜨리고, 적조 현상 등과 같은 해양 이상현상도 깨끗이 정리한다. 여러 개의 태풍이 격동하는 이 시기가 끝나면 어떤 미래가 다가올지 자동차 산업, 나아가 모빌리티 생태계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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