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내공과 노하우로 집약된 고성능 해치백
-높은 주행 완성도, 운전의 즐거움 극대화해
내공(內功), 오랜 기간 경험을 통해 쌓은 능력을 의미한다.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으며 꾸준한 힘을 응축하고 노하우를 갖고 있어야만 비로소 드러나는 진실된 힘이다. 내공이 높으면 명확한 방향을 잡고 나아갈 수 있으며 후발주자가 쉽게 따라오지 못할 정도의 압도적 차이를 벌리기도 한다. 폭스바겐 골프 GTI가 딱 그런 차다.
50년 골프 역사에서 GTI가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48년에 이른다. 즉 시작과 동시에 폭스바겐은 고성능 해치백 시장을 이끌어 갈 준비를 마쳤다는 뜻이다. 키를 건네 받아 골프 GTI를 시승하면서 내공의 의미와 가치를 다시 한 번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다.
겉모습은 수수하다. 고성능 해치백이라고 해서 일부러 과격하게 꾸미거나 시선을 끌지는 않는다. 그만큼 골프 마니아가 아니면 기본형과 GTI를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몇 가지 세심한 터치를 통해 차이를 나눈 점이 전부다. 대표적으로 범퍼 디자인이 조금 더 역동적이며 다이아몬드 모양의 주간주행등이 특징이다.
그릴 중앙을 흐르는 빨간색 라인과 GTI 전용휠, 트렁크 중앙에 붙은 배지, 굵은 배기파이프도 양쪽에 하나씩 위치한다. 시승차는 100대 한정판으로 나온 리미티드 에디션이다. 특별 제작한 오팅어(OETTINGER)사의 ‘에어로다이내믹 바디킷’을 적용했다. 과하지 않으면서 스포티한 성격을 드러내기에 딱이다. 이 외에는 기본적인 골프의 특징을 온전히 갖고 있다. 정통 해치백 차체와 얇고 선명한 앞뒤 램프, 화살표 모양으로 꺾어 들어가는 C-필러 파팅라인까지 단연 골프답다.
실내도 마찬가지다. 특별함을 강조하기 보다는 골프의 정체성을 조금 더 따르는 모습이다. 그만큼 실용적이며 이성적인 판단으로 가득한 구성, 디자인이다. 운전석 중심으로 되어 있는 센터페시아 와 간결하면서도 쓰기 편한 각종 버튼이 눈에 들어온다. 조작을 하는 데에 전혀 불편함이 없으며 매우 뛰어난 직관성을 보여준다.
GTI 전용 풀 디지털 계기판은 그럴듯한 그래픽을 바탕으로 운전에 도움을 주며 손에 쥐는 맛이 좋은 스티어링휠 역시 만족스럽다. 스포츠 버킷 시트는 기능과 멋을 동시에 챙겼다.
이 외에 감각적인 컬러 조합과 곳곳에 GTI를 나타낼 수 있는 장식들이 오너로서 자신감을 높인다. 공간에 대해서도 큰 불만이 없다. 곳곳에 크고 넓은 수납함이 있으며 2열도 온전히 성인이 않아 장거리 이동을 하는데 무리가 없다. 무릎과 머리 공간 모두 차의 급을 생각하면 여유로운 편이며 트렁크도 네모 반듯하기 때문에 활용도가 좋다. 오랜 노하우를 바탕으로 해치백을 만들어 온 실력이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GTI는 가장 진화된 EA888 에보4 2.0 TSI 고성능 터보 차저 직분사 가솔린 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245마력, 최대토크 37.7㎏∙m의 성능을 발휘한다. 여기에 스포츠 주행에 최적화된 빠른 변속이 가능한 7단 DSG 변속기가 맞물려 역동적인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갖췄다. 공인 효율은 복합 11.5㎞/ℓ, 도심 10.1㎞/ℓ, 고속 13.9㎞/ℓ이다.
시동 버튼을 누르면 굵은 소리와 함께 잠에서 깨어난다. 하지만 고성능 차를 나타낼 정도의 우렁찬 사운드는 아니다. 그만큼 첫 인상으로 약간 의아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우려는 조금만 가속페달을 밟아 보면 금세 잊혀진다. 초기 반응이 매우 민첩하고 빠르게 튀어나가기 때문이다. 페달을 깊게 밟지 않아도 언제든지 원하는 속도에 차를 올려놓는다.
일상 주행에서는 그 어디에서도 힘이 부족하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욕심을 부려 스로틀을 활짝 열면 차는 기다렸다는 듯이 달려 나간다. 엔진 회전수를 껑충 올리며 가뿐하게 뻗어 나가는데 이 과정이 무척 날렵하다. 한마디로 날라다닌다 라는 표현이 딱 맞을 정도다. 도로 위를 놀이터 삼아 종횡무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굽이치는 코너에서는 물 만난 물고기가 따로 없다. 유연하면서도 화려하게 방향을 틀고 아름답게 포물선을 그리며 코너를 돌아나간다. 운전자가 의도한 만큼 정직하게 꺾는 스티어링 휠 반응과 탄탄한 하체, 감각적인 스포츠 서스펜션까지 맞물린 결과값이다. 실제로 골프 GTI에는 잘 달리기 위한 최신 기술이 가득 탑재돼 있다. 전자식 주행 안정화 컨트롤(ESC), 어댑티브 섀시 컨트롤(DCC), 전자제어 유압식 프론트 디퍼렌셜 락(VAQ) 등을 통합 제어하는 ‘다이내믹 차체 제어 시스템’만 봐도 알 수 있다. 여기에 가변 스티어링 랙 앤 피니언 기어 및 강력한 전동모터가 결합된 ‘프로그레시브 스티어링’을 적용해 정확한 제어와 다이내믹한 주행을 보여준다.
전륜구동 베이스인 만큼 한계점을 찾는 것도 어렵지 않으며 조금 더 빠르게 코너 진입과 탈출을 해도 차는 온전히 받아낸다. 그만큼 적당한 선을 유지하며 최적의 운전 재미와 즐거움을 보장한다. 차와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내 운전실력도 저절로 높아질 듯 하다. 특히, 코너 탈출 시에 재 가속에 들어 갔을 때의 감각이 무척 훌륭하다. 가벼운 무게와 이상적인 앞뒤 배분이 보다 빠른 탈출을 돕는다.
여기에 패들시프트를 활용할 경우 가장 알맞은 단수를 운전자의도와 함께 찾아 들어가기 때문에 반 박자 먼저 스로틀을 열고 코너 탈출을 기대할 수 있다. 파워트레인 성능과 몸무게를 고려하면 차체 강성도 알맞은 수준이다. 이처럼 잘 세팅된 파워트레인과 함께 주행 도움을 주는 각 요소의 합이 좋아 결과적으로 운전자는 매우 완성도 높은 차를 몰고 있구나 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전체적으로 라이벌은 흉내 낼 수 없는 깔끔한 맛이 일품이며 자꾸만 손이 가는 차가 골프 GTI다.
신나게 달리다 보니 해가 지고 어둠이 찾아왔다. 숨을 고르기 위해 서울로 복귀하는 길에는 안전 기능에 의지해 운전했다. 골프 GTI에는 지능형 인터랙티브 라이팅 시스템 ‘IQ.라이트-LED 매트릭스 헤드램프’를 비롯해 ‘트래블 어시스트’, ‘사이드 어시스트’, ‘전방추돌경고 프론트 어시스트 및 긴급제동시스템’ 등 첨단 운전자 보조 및 안전 시스템이 들어있다.
각 기능들은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차의 안전한 주행에 도움을 줬다. 차선 및 차간 거리는 물론 주변 도로 상황을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모습도 좋았다. 제동이 섬세하게 들어가는 편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수긍 가능한 범위에서 최대한 자연스럽게 반응한다. 큰 불만이 없으며 누구나 차를 믿고 장거리 주행이 가능할 듯하다.
골프 GTI는 폭스바겐의 열정과 정신이 깃든 내공의 산물이다. 세대를 거듭할 때마다 신중하고 성숙하게 진화했으며 높은 만족과 행복으로 운전자에게 돌려준다. 여기에 후발주자가 과감하게 도전장을 내밀어도 크게 흔들리지 않으며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하며 건재함을 드러낸다. 분명한 이유를 가지고 차원이 다른 감성을 충족시켜주는 진정한 핫해치가 골프 GTI다.
한편, 시승차인 골프 GTI 리미티드 에디션의 가격은 5,230만원(부가세 포함)이다. 기존 골프 GTI 오너들이 바디킷을 별도로 구매 원하는 경우 폭스바겐 공식 판매사를 통해 주문이 가능하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