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가격 인하, EV 선택지로 PHEV 떠올라
EV볼륨에 따르면 지난 1~6월 테슬라 모델 Y는 세계 시장에 62만4,996대가 판매돼 베스트셀링 EV로 기록됐다. 그런데 EV에는 BEV와 PHEV가 포함된 만큼 세부적으로 나누면 흥미로운 결과가 보인다. EV 2위인 BYD 실(seal, 중국 내수명 Song)은 38만5,087대가 판매됐는데 이 가운데 무려 33만466대가 PHEV다. 세 번째로 많이 판매된 BYD 친 플러스(Qin Plus) 또한 29만3,632대 중에 21만6,917대가 PHEV다. 따라서 BEV는 테슬라가 선두지만 PHEV는 BYD가 압도적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통계는 둘을 합쳐 그냥 EV로 합산한다. PHEV가 내연기관(ICE)보다 BEV에 가까운 성격을 지니고 있어서다.
이런 이유로 전동화 전환 과정에서 BEV는 급진파, PHEV는 온건파로 분류되고 나라별로 선호도 또한 다르다. 이때 기준은 충전 인프라, 소득 수준, 국가별 정책 등이다. 그리고 한국의 경우 급진파에 가깝다. PHEV를 생산하지만 대부분 수출로 내보내고 있어서다. 현대차 투싼 PHEV는 올해 9월까지 8,072대가 해외로 나갔고, 기아 니로 PHEV와 스포티지 PHEV도 1만대 이상 수출됐다. 쏘렌토 PHEV, 싼타페 PHEV, K5 PHEV도 판매 시장은 해외에 쏠려 있다. 실제 올해 상반기 글로벌 시장에서 BEV가 전년 대비 34만대 증가할 때 PHEV는 무려 94만대가 늘었다. 글로벌 소비자에게도 EV 구매는 급진보다 온건이 많다는 뜻이다.
여러 나라 중에 한국은 PHEV에 인색한 곳으로 꼽히는데 가장 큰 이유는 정책 지향점이 BEV에 맞추어졌기 때문이다. 배터리 및 EV 산업을 미래의 국가 먹거리로 삼고 오로지 BEV 보급 확대에만 주력하자 제조사 또한 PHEV 출시를 주저했다. 원가 면에서 배터리와 엔진을 모두 사용하는 만큼 보조금이 없으면 소비자 부담이 큰 것도 제조사가 PHEV를 외면하게 된 배경이다.
하지만 PHEV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다른 데 있다. PHEV 최대 장점은 부족한 인프라에 모두 대응이 된다는 점이다. 플러그를 꽂아 충전해도 되고 기름 넣는 것은 기본이다. 그러니 충전기가 부족하면 기름이 주력이고 충전기가 많으면 전기가 주력이다. 흔히 말하는 주행거리 불안감(Range Anxiety)이 없는 게 장점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PHEV에서 엔진 역할을 발전기로 바꾸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그냥 바퀴를 회전시키는 최종 동력을 모두 전기로 삼겠다는 의도다.
그런데 여러 제조사가 PHEV를 다시 주목하는 숨겨진 배경은 수소 PHEV 때문이다. 수소를 수송 동력원으로 삼으려는 과정에서 부족한 인프라를 배터리로 보완할 수 있어서다. 평소 플러그를 꽂아 배터리에 전기를 담아두고, 주행 중에 전기가 떨어지면 이때부터 수소 연료전지가 수소를 산소와 반응시켜 전기를 만들면 된다. 수소 인프라가 충분히 확보될 때까지 언제든 중간 과정을 수행할 수 있는 게 수소 PHEV다. 엔진 기반의 PHEV가 부족한 전기 충전 인프라를 보완하는 것이라면 수소 PHEV는 전기 충전 인프라가 충분할 때 수소의 빠른 안착을 돕는 역할이다.
이동 부문의 에너지가 전환되려면 사용 가능한 이동 수단 증가와 함께 에너지 생산과 공급 인프라도 함께 늘어야 한다. 이때 이동 수단은 기존 제품의 대체 가능한 수준으로 가격이 떨어져야 하고 언제든 필요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인프라는 그보다 빠른 속도로 늘어야 한다. 하지만 이동 수단의 증가보다 언제나 뒤처지는 게 인프라 확장이다. 글로벌의 많은 소비자들이 BEV보다 PHEV를 선호하는 것도 부족한 전기 충전 인프라를 우려한 결과다. 그래서 한국도 PHEV에 대한 보조금 부활을 언급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중이다. 충전 인프라가 늘어나면 소비 패턴은 당연히 PHEV에서 BEV로 넘어가고, 그 다음 수소 PHEV의 과정으로 연결되는 게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