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함으로 가득..전기 스쿠터 이상의 경험 선사해
-운전 재미, 스타일, 지속가능성까지 갖춘 새로운 선택지
BMW모토라드가 선보인 전기 스쿠터 CE04는 마치 '새로운 종의 출현'을 연상케 한다. 단순한 스쿠터 그 이상이어서다. 미래 지향적인 디자인과 독특한 파워트레인, 여기에 첨단 편의기능까지 어우러져 있어 마치 새로운 생명체를 보는 것 같은 신비로운 느낌을 준다.
단순한 제품이 아니라는건 디자인에서부터 느껴진다. 2020년에 공개한 콘셉트 '데피니션 CE04'를 그대로 계승했다. 날렵함과 각진 면이 공존하는 디자인, 그리고 굴곡 없이 벤치처럼 평평한 시트는 심플하면서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도심 속에 등장한 낯선 이방인 같지만 이곳에 머무르는게 당연한, 새로우면서도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흔한 스쿠터에서 볼 수 있는 구조와 다른 모습들도 눈길을 끈다. 배터리가 바닥에 깔리며 낮은 무게중심을 구현한 결과 일반적인 스쿠터와는 다른 프로포션을 보여준다. 보다 뒤쪽으로 이동한 후륜, 그리고 이를 받쳐주기 위해 더 쭉 뻗어있는 서스펜션의 모습은 기존의 모터사이클에서는 볼 수 없던 새로운 느낌이다.
수납함은 시트 대신 차체 측면을 열면 확인할 수 있다. 조명 장치가 내장되어있어 야간에도 내부를 살피기에 좋다. 풀 페이스 헬멧 1개 정도를 담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충전 케이블이나 헬멧을 넣어두기에도 좋아보인다.
중앙에 자리잡은 10.25인치 컬러 TFT 디스플레이는 선명한 시인성을 보여준다. 속도와 잔여 주행거리, 회생제동 시스템의 작동 여부 등 다양한 정보를 한 눈에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핸들바 하단 수납함에는 C타입 충전기를 마련해 스마트폰을 충전할 수도 있다.
가장 만족도가 높은건 여기에 내장된 커넥티드 시스템이다. 스마트폰과 CE04, 블루투스 헤드셋을 하나로 연결해 전화를 받고 끊거나, 음악을 들을 수 있다. 핸들의 다이얼을 이용해 대부분의 기능을 조작할 수 있어 운전 중 '딴 짓'을 하지 않아도 된다. 다른 제품의 인포테인먼트가 한글화가 된 경우는 드물다보니 이런 점까지 고맙게 느껴진다.
이 외 편의장비도 풍부하다. 시트와 그립에 열선을 내장해 겨울철에도 어느 정도 체온을 유지할 수 있다. ABS와 ASC 같은 안전 장치는 기본. 이렇다보니 무리하지 않는다면 겨울철 도심 주행도 무리는 없겠다.
동력원은 8.9㎾h 리튬이온 배터리와 31㎾(약 42마력) 전기모터다. BMW i4 등을 통해 검증된 최신 e드라이브 모듈을 공유해 정지 상태에서 50㎞/h는 2.6초, 최고속도 129㎞/h를 낸다.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는 최장 130㎞로 도심에서 운행하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
CE04의 특별함은 충전 방식에서도 드러난다. 220V 가정용 전원은 물론 전기차용 완속 충전기도 이용할 수 있다. 가정용 콘센트 사용 시 0-80%까지는 3시간 30분, 완속 충전기를 이용하면 1시간 5분만에 충전을 마칠 수 있다(BMW 월박스 기준).
주행 모드는 에코, 로드, 레인, 다이내믹 등 4종류. 에코와 로드 모드에서는 회생제동이 개입하는 차이가 꽤 크다. 전기차의 원페달 드라이빙처럼 회생제동 시스템의 감속 기능만으로 속도를 줄일 수 있어 브레이크 레버로 손을 뻗을 일이 줄어든다. 처음엔 적응이 필요하지만 이내 훨씬 신속하고 효율적인 가속과 감속이 가능하다.
다이내믹 모드에서 가속할 때에는 등골이 오싹해질 만큼의 가속 성능을 보여준다. 같은 브랜드의 슈퍼바이크 M1000RR만큼이나 오싹한 느낌이다. 다음 제품 업데이트에는 BMW 전기차에도 활용하고 있는 아이코닉 사운드를 더한다면 어떨까.
전동화 제품 특유의 설계 구조는 모터사이클에서도 특출난 장점이 된다. 차체 중앙에 낮게 깔려있는 배터리는 속도를 높여 나가도 일관적인 안정성을 보여준다. 1,675㎜에 달하는 긴 휠베이스도 이 같은 성향에 한 몫을 한다.
모터사이클의 휠베이스가 길면 선회 능력이 떨어지는게 단점이지만 CE04에서는 이런 부분을 느끼기 어렵다. 생각보다 차체를 기울이기가 쉽고, 낮은 무게중심 탓에 손쉽게 자세를 고쳐잡는게 가능하다. 즉각적으로 발휘되는 출력과 제법 쉬운 하중 이동 때문에 와인딩 로드를 달리기에도 재미있다.
CE04는 많은 전기스쿠터가 제시하는 친환경, 합리적인 연료비 그 이상의 가치를 보여준다. BMW모토라드 특유의 뛰어난 운전 재미는 그대로 유지하며 지속가능성까지 겸비했다고 표현하는게 조금 더 정확하다. 전기차와 동일한 인프라를 쓸 수 있다는건 누군가에게는 분명한 강점이겠다.
이런 점들을 종합해보면 CE04는 다른 모터사이클에 비해 최소 5년 이상은 앞서 있다. 최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부족함 없는 주행거리, 전기차 인프라를 그대로 혼용할 수 있는 장점까지. 마치 새로운 생명체를 마주한 순간 처럼 우리 일상에 새로운 의미를 더할 수 있겠다.
시승한 BMW모토라드 CE04의 가격은 1,920만원. 이달 등록 비용과 라이딩 지원금 100만원을 더하면 한층 합리적인 구매가 가능하겠다.
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