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싸움은 곧 공장 싸움”
-현대차·기아, 생산 공장 변경 불가피
-GM한국사업장·르노코리아, 엇갈린 반응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모든 수입품에 대한 보편관세를 매기고 있는 가운데 우리의 주요 수출품인 자동차에 대한 타격이 심상치 않을 전망이다.
현재 트럼프는 인접국인 캐나다와 멕시코의 25% 수입 관세를 시작으로 국적을 불문하고 미국에 들어오는 주요 품목에 대해 관세 인상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 같은 압박의 핵심은 자국의 이익을 위한 현지 생산이다. 세금이 무서우면 미국 내에서 만들고 팔라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단기적인 불확실성 해소와 장기적인 사업 방향을 위해서라도 미국의 속셈을 따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실제로 멕시코에 위치한 기아 몬테레이 공장의 경우 연간 20~25만대 물량 중 약 16만여대가 미국으로 넘어가고 있는데 높은 관세로 인해 물량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를 빼서 미국 내 공장에서 만들 확률이 높다. 현대차그룹 차원의 대응도 마찬가지다. 올해 준공되는 미국 조지아주 신공장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의 연간 생산능력을 50만대까지 조기에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연내 총 120만대를 미국에서 생산하며 이를 위한 인력도 추가로 채용 중이다.
자연스럽게 국내 수출 물량이 줄어들 수 있으며 감산도 배제할 수 없다. 기존 미국으로 갈 물량을 다른 나라로 돌려야 하는데 마땅히 넘겨 받을만한 곳이 없기 때문이다. 멕시코 공장 등 현지 거점의 다른 공장들도 줄어든 생산을 보전할 방법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서 국내 수출까지 신경써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확실성 속 희망회로를 돌려보면 상당한 규모의 글로벌 거점을 확보하고 있고 진출 국가가 많은 현대차그룹의 경우 규모의 경제로 밀어붙여 어느 정도 대응은 가능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선이다.
문제는 국내 생산 공장을 갖고 있는 다른 브랜드다. 대표적으로 GM한국사업장이 있다. 대미수출물량의 가격경쟁력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참고로 현재 GM한국사업장은 약 50만대 생산 중 42만여대가 미국 길에 오르고 있다.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관세 이슈에 대해 매우 민감한 상황이다.
더욱이 현지 생산을 강조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 미국 기업인 GM이 한국과 같은 해외에서 만들어 다시 본국으로 가져오는 것을 달갑게 보지 않을 수 있다. 결국 미국 내 유휴 생산시설을 가동하려고 할 것이며 다시 자국으로 거둬드리게 될 경우 GM한국사업장은 큰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인천 부평·경남 창원 공장의 생산직 약 1만명의 일자리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뜻이다.
르노코리아는 어떻게 될까? 현재는 미국에 수출하지 않지만 올 하반기 폴스타4 생산이 시작되면 미국 길에 오르게 된다. 관세 인상에 따른 리스크는 존재하지만 미국 내 공장이 없는 폴스타 입장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어 부산공장 가동에는 큰 변동이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다수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시시각각 바뀌는 트럼프식 협상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며 안심하기에는 이르다고 조언한다.
이처럼 저마다의 고충을 안은 채 국내 자동차 산업은 전례 없던 무역 전쟁의 시작을 맞이하는 중이다. 우리의 성장 동력인 수출이 휘청일 수 있다는 우려의 시각이 팽배하지만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했다. 변동성이 큰 미국 시장에 대한 유연성을 확보하고 한발 더 나아가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방법도 같이 찾아야 한다. 수출길 다변화에도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