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 열정으로 물든 순수 혈통, 마세라티 GT2 스트라달레

입력 2025년02월19일 09시35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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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이스카 성격 짙은 공도용 슈퍼 스포츠카
 -마세라티 정체성 묻어나는 강력한 주행 성능
 -가슴 두근거리게 하는 감성 포인트 여전해

 

 인천공항에서 출발해 터키 이스탄불을 거쳐 스페인 말라가로 향했다. 약 20시간의 고단했던 비행도 잠시, 이 곳에서 다시 차로 1시간을 달려 마르베야에 위치한 아스카리 서킷에 도착했다. 눈 앞에 놓인 아름답고 화려한 오브제를 보니 금새 피로가 사라졌다. 특별한 차를 마주하기 위해 떠난 장거리 여정은 큰 감동과 행복으로 다가왔고 온 종일 함께하며 잊지 못할 하루를 선물 받았다. 브랜드에 대한 경의와 함께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차, 바로 마세라티 GT2 스트라달레 이야기다.

 



 

 GT2 스트라달레는 트랙카에 뿌리를 둔 슈퍼 스포츠카다. GT 대회 복귀를 위해 탄생한 GT2 레이스카의 기술력과 독창적인 스타일을 지닌 MC20의 디자인을 집약한 결정체다. 이를 통해 GT2의 레이싱 성능과 MC20의 디자인을 동시에 연상시키며 모든 주행 조건에서 편안함을 보장하면서도 마세라티 고유의 탁월한 주행 경험을 제공한다. 

 

 특히, GT2 스트라달레는 110년 전 이탈리아 볼로냐의 작은 공방에서 경주차를 만들던 마세라티의 레이싱 역사를 잇는 핵심 제품이다. 마세라티가 한 세기 이상 쌓아온 기술력의 정점을 보여주는 차이기도 하다. 이미 GT2와 MC20이라는 훌륭한 출발점에서 시작했지만 마세라티는 더 큰 운전의 즐거움과 편안함을 제공하기 위해 출력을 높이고 무게를 줄여 성능을 더욱 높이는 데에 성공했다.

 

 ▲디자인&상품성
 외관은 아름답다는 표현과 파격적이라는 단어가 공존한다. 그리고 화려한 유혹에 넘어가며 한동안 시선을 빼앗기게 만든다. 정신을 차리고 자세히 살펴보면 MC20의 비율 좋은 디자인을 계승하면서도 GT2 스트라달레만의 특별함을 부각시킨다. 대표적으로 거대한 에어덕트다.

 

 보닛 중앙은 물론 펜더 윗 부분에도 전부 공기 통로가 뚫려 있다. 이와 함께 한껏 입을 벌린 앞 범퍼는 물론 두툼한 스플리터까지 달리기에 최적화된 조합이다. 앞쪽에서 빨아들인 공기는 보닛을 타고 위쪽으로 흐르며 이 때 강력한 다운포스를 만들어 낸다. 세로형 헤드램프는 최대한 바깥쪽에 붙여 차가 더 넓어보이는 효과를 줬고 마세라티를 상징하는 삼지창 배지와 로고가 중앙에서 존재감을 나타낸다. 

 











 

 옆은 극단적으로 자세를 낮춘 지상고와 크게 부풀린 펜더, 부드럽게 내려 앉은 루프 라인의 조화가 상당하다. 에어로다이내믹을 강조한 두툼한 사이드 스커트는 기존과 다르지 않지만 뒤쪽 엔진 열을 식히는 냉각 덕트는 훨씬 크게 표현했다. 실제로 MC20 대비 20%나 크기를 키웠으며 더 많은 양의 공기를 흡수해 냉각에 도움을 준다. 이 역시 GT2 레이스카에서 가져온 산물이다. 

 

 매력적인 신발도 완성도를 높인다. 미쉐린 파일럿 스포츠 컵2 R 타이어는 세미 슬릭 타입으로 트랙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여준다. 앞 245/35 ZR 20, 뒤 305/30 ZR 20 사이즈도 환상적이다. 이 외에 날렵한 사이드미러와 도어에 붙은 레터링, 마세라티를 상징하는 C-필러 로고 장식이 포인트로 들어간다. 

 

 뒤는 거대한 고정형 윙이 핵심이다 스완넥 타입으로 표현 되어 있으며 나사를 풀어 3단계로 조절 할 수도 있다. 시속 280㎞에서 500㎏의 공기역학적 다운포스를 생성할 수 있고 하중 면적을 최대한 극대화하면서 공기저항계수(Cx)를 저하시키지 않도록 설계했다.

 

 한마디로 멋과 기능을 모두 사로잡은 요소다. 중간에는 V자 모양으로 한 번 꺾이는데 마세라티의 전통적인 디테일인 그릴 위의 작은 삼각형 형태의 ‘우불라(uvula, 목젖)’를 리어 윙에도 표현했다. 중앙 듀얼 배기파이프를 감싸는 디퓨저는 훨씬 더 날카롭고 크게 제작돼 하부 공기를 매끈하게 정리한 뒤 빠르게 내보낸다.

 









 

 실내는 레이스카의 면모가 느껴진다. 모든 컨트롤은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기능적으로 설계돼 운전자 중심의 주행 경험을 제공한다. 또 주행 중 반사와 방해 요소를 최소화하기 위해 무광택 마감과 알칸타라 소재의 인테리어를 적용했다. 그 중에서도 단연 핵심은 시트다. ‘사벨트(Sabelt)’ 사와 협업해 만든 탄소 섬유 소재의 더블 쉘 시트는 압도적이다.

 

 운전 포지션을 극적으로 낮춰 레이싱카의 감성을 강조했고 조각으로 이루어져 있는 모양은 몸을 완벽히 지지한다. 운전자가 항상 스티어링 휠 앞에 견고히 앉아 있는 듯한 느낌을 주며 4점식 벨트까지 채우면 시트와 한 몸이 된 것처럼 움직인다. 심지어 시트 높이를 전자식으로 조절할 수 있어 일상 주행과 트랙 주행 모두 편하게 다룰 수 있다.

 

 더블 D컷 형태의 스티어링 휠은 생각보다 크기가 작고 림은 두껍다. 인체공학적 설계로 손에 쥐는 맛이 좋은데 실제로 마세라티의 수석 테스트 드라이버이자 전 MC12 월드 챔피언인 안드레아 베르톨리니(Andrea Bertolini)의 자문 아래 만들었다고 한다. 시동 및 론치컨트롤 버튼이 붙어있고 상단에는 변속 타이밍을 알 수 있는 RPM 인디게이터까지 있어 손을 뗄 일이 거의 없다. 

 











 

 살짝 올라와 있는 센터 터널은 기능에 충실하게 설계했다. 주행모드를 바꿀 수 있는 설정 노브는 인체공학적으로 재배치되어 운전자에게 더 가깝게 위치한다. 바로 아래에는 두 개의 기어 변경 버튼만 간단하게 구성했다.

 

 여기에 내구 레이스에서 야간 주행 시 드라이버가 항상 필요한 컨트롤을 최대한 빨리 찾을 수 있어야 한다는 레이싱 방식에서 유래해 노란색을 적용했다. 여기에 눈에 보이지 않는 뒤쪽에는 윈도우 및 볼륨 버튼이 있으며 차 생산 번호(예: 한정 수량 914 중 하나, 1914년 마세라티 설립 연도에서 유래)를 나타내는 배지를 붙여 정체성을 상기시킨다.

 

 무게를 줄이기 위한 흔적도 곳곳에서 살펴볼 수 있다. 버터플라이 도어를 열면 바로 알 수 있는데 통 탄소 섬유로 표현돼 있고 손잡이도 끈으로 처리했다. 실제 GT2 스트라달레는 초경량 탄소 섬유 섀시를 기반으로 만들었으며 불필요한 무게를 최대한 덜어내고자 노력했다. 그 결과 시트에서 20㎏, 대시보드에서 1.5㎏ 등 극단적인 다이어트를 단행해 공차중량이 MC20 대비 60㎏이나 감소했다.

 

 차체 곳곳에는 제법 알찬 수납공간도 있다. 센터터널 앞뒤로 깊은 공간이 나오며 글러브 박스도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엔진룸 뒤쪽에는 매우 쓸만한 트렁크도 있다. 차와 함께 장거리 여정을 떠나도 크게 걱정되지 않는 이유다.

 



 

 ▲성능
 파워트레인은 마세라티가 직접 설계 및 제작한 V6 3.0 네튜노(Nettuno) 엔진을 기반으로 성능을 크게 끌어올렸다. 최고출력 631마력 및 최대 토크 720Nm을 발휘하며 중량 대 출력 비율은 210마력/ℓ에 이른다. 압축비는 11:1이며 스트로크는 82㎜, 보어는 88㎜이다. 마세라티의 현행 제품 중 가장 강력한 엔진을 갖췄으며 시속 0-100㎞까지 2.8초 만에 도달해 역대 후륜구동 차 중 가장 폭발적인 순간 가속력을 뿜어낸다. 최고속도는 324㎞에 달한다.

 

 글로벌 시승 행사는 아스카리 서킷과 일반도로 주행으로 나눠져 있었다. 그리고 GT2 스트라달레는 각각의 조건에서 전부 환상적인 움직임과 밸런스로 모두를 놀라게 했다. 먼저, 차와 친해지는 시간을 갖기 위해 스포츠 모드로 두고 코너를 공략했다. 가장 처음 느꼈던 감각은 가벼운 무게에서 오는 경쾌함이다. 실제로 1.3톤 밖에 되지 않는 몸무게는 강한 출력을 더욱 자극적으로 지원하며 폭발적인 가속에 힘을 더한다. 

 

 그만큼 눈 깜짝할 사이에 차는 튀어 나가고 말도 안 되는 속도를 가리키며 이성의 끈을 놓기에 충분하다. 스프린터 육상 선수가 최고의 컨디션으로 무대를 휘어 잡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는 코너에서도 단번에 알아 차릴 수 있는데 낮은 무게중심과 이상적인 앞뒤 배분까지 합을 이루며 누구보다 빠르게 포물선을 그려낸다. 

 

 이 상태에서 차가 갖고 있는 진가를 확인하기 위해서 주행 모드를 코르사로 바꿨다. 참고로 GT2 스트라달레는 총 4단계의 코르사 모드가 있다. 주행에 도움을 주는 다양한 섀시컨트롤이 단계별로 해제 되며 마지막 코르사 1단계에서는 트랙션 컨트롤이 완전히 해제되고 15% 수준의 ABS 기능만 남아있다. 한마디로 날 것 그대로의 성격으로 변모 한다는 뜻이다. 오로지 운전자의 실력으로만 차를 평가하며 그 누구도 도움을 주지 않는 진정한 레스카가 된다. 

 







 

 사실 코르사 4단계만 놓고 달려도 드라이빙 스킬을 익히는 데에는 충분하다. 강하게 밀어 붙이는 후륜구동 특유의 힘과 쉽게 꽁무늬를 흘릴 수 있게 도와주는 관대한 섀시컨트롤이 스릴과 짜릿함을 동시에 안겨준다. 최적의 타이밍을 찾아 아스카리 서킷을 공략할 수만 있다면 코르사 모드는 단언컨대 최고의 조력자가 된다. 이와 함께 세미 슬릭 타이어인 미쉐린 파일럿 스포츠 컵2 R의 능력도 대단하다. 껌딱지처럼 트랙에 붙어 완벽한 그립을 제공하며 차가 갖고 있는 성능을 배로 끌어올려 주는 주요 부품이다.

 

 트랙을 여러 번 공략해도 차는 쉽게 지치지 않았다. 오히려 힘이 남아 돌아서 더 강하게 어택하라고 운전자에게 속삭이는 것 같다. 네튜노 엔진의 엄청난 세팅이 빛을 발휘하는 순간이다. 실제로 엔진의 핵심은 F1 용으로 개발된 ‘트윈 스파크 플러그 프리 챔버 연소 시스템’이다. 연소 효율을 극대화해 강력한 퍼포먼스를 제공하도록 돕고 끊임없이 성능을 뽑아낸다. 여기에 8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는 단수를 오르내리는 시간을 단축해 엔진 능력을 곱절로 높인다. 

 

 실제로 GT2 스트라달레를 만들면서 마세라티 엔지니어들은 변속기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고 한다. 로직을 더욱 정밀하게 다듬고 최적의 타이밍을 찾기 위한 모든 과정은 훌륭한 결과값으로 드러난다. 후련하게 RPM 바늘을 꺾고 절정을 향해 끝까지 나아간다. 이후 레드존에서 터지는 반응은 마치 시퀀셜 변속기처럼 퉁하고 치는 맛도 느껴질 정도다.

 

 화끈한 서킷 주행을 마치고 숙소로 향하는 공도에서 GT2 스트라달레를 다뤘다. 굽이치는 스페인 남부 산악 와인딩은 차를 테스트하기 위한 최적의 장소였다. 안전을 고려해 스포츠 모드로 두고 힘차게 가속을 이어나갔다. 최적의 그립을 확보하며 점진적으로 코너 진입과 탈출 속도를 높여나간다. 이 과정에서는 미처 알지 못했던 전자식 차동 제한장치(E-LSD)의 능력을 확인해볼 수 있다.

 









 

 E-LSD는 저마다 기울기 값이 다른 코너의 특성을 면밀히 파악하고 최적의 개입을 이뤄낸다. 뒤가 깔끔하게 말아 들어가면서 깊은 진입각을 형성하고 빠져나가는 순간도 훨씬 먼저 가속페달을 밟을 수 있게 도와준다. 욕심을 부려 스로틀을 활짝 열면 여지없이 갈 지(之) 자를 그리면서 쫄깃한 감각도 느낄 수 있다. 모든 과정은 순식간에 이뤄지고 극강의 즐거움으로 운전자에게 돌아온다. 

 

 이는 사운드도 마찬가지다. 강력한 소리는 여과 없이 등 뒤에서 진동과 함께 전달되고 패들 시프트에 맞춰서 엔진음과 배기음이 환상적인 합주를 이끌어낸다. 그만큼 와인딩 로드에서 교향곡 한편을 연주하는 건 식은 죽 먹기다. 중독성 강한 데시벨이 귓가에 맴돌고 웅웅 거리는 공명음마저 아름답게 들릴 정도다.

 

 산길을 내려와 도심에 진입했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GT모드에 두고 주행을 이어나갔다. 차는 숨을 죽이고 차분하게 전진한다. 자극적이던 반응은 전부 사라지고 순한맛으로 바뀌어 담백한 운전을 전개할 뿐이다. 이제서야 마음이 놓이고 여유롭게 콕핏을 바라봤다.

 

 10.25인치 터치스크린은 화려한 그래픽으로 보는 재미를 더하고 신속한 카플레이 연동을 통해 처음 가보는 길도 문제 없었다. 이탈리아 사운드 전문 업체 소너스 파베르(Sonus faber) 사의 오디오 시스템도 명확히 들렸다. 695W 출력의 12채널 앰프를 갖춘 서라운드 사운드는 고급 GT카의 면모를 확인하는 데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렇게 노을이 지는 지중해를 배경 삼아 드라이브를 끝으로 모든 시승이 마무리됐다.

 





 

 ▲총평
 GT2 스트라달레는 마세라티의 방향과 목적을 정확히 보여주는 차다. 모터스포츠 뿌리를 바탕으로 운전 즐거움을 향한 본질이 더욱 명확해졌기 때문이다. 111년 역사가 증명하듯 마세라티는 운전에 대한 명쾌한 가치와 근본을 갖고 있는 브랜드다.

 

 이를 GT2 스트라달레에 녹여냈으며 완벽한 결과물로 보답했다. 끝 없는 도파민과 흥분으로 차와 시간을 보낼 수 있고 운전자와 한 몸이 되어 움직이는 완성도 높은 주행 퀄리티는 저절로 미소와 박수를 보낸다.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어서 무척 반가웠고 한편으로는 미래 마세라티가 더욱 기대 되게 만드는 시작점에 있는 차가 GT2 스트라달레다.

 

 스페인(말라가) =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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