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전기 SUV
-강한 출력과 미니다운 움직임 특징
수입 소형 프리미엄 브랜드 미니(MINI)가 전동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다졌다. 한꺼번에 전기차 3종을 공개하면서 본격적인 전환에 나선 것. 대·중·소로 불릴 만큼 세그먼트별 촘촘한 라인업을 선보였고 그만큼 소비자 선택폭을 넓힐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맏형 노릇을 하는 일렉트릭 미니 컨트리맨을 만났다. 커진 차체와 알찬 공간 활용성, 여기에 전기차 특유의 정숙성과 파워까지 어우러져 든든함을 키웠다.
외관은 기존 컨트리맨과 큰 차이가 없다. 완전 변경다운 신선한 모습이며 세련미를 가득 품고 있다. 각을 살린 헤드램프와 주간주행등은 모던한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그릴 역할을 하는 부분은 차체 컬러로 마무리했다. 노란색 ‘S’ 배지가 이 차의 성격을 알게 해준다. 범퍼 디자인도 단정하게 꾸몄고 둥글게 처리해 살짝 귀엽고 부드러운 느낌마저 전달해 준다.
옆은 제법 큼직한 사이즈가 돋보인다. 우아하면서도 날렵하게 내려 앉은 루프 디자인과 C-필러 장식도 신선하다. 뒤는 세로 형태의 테일램프와 깔끔한 트렁크가 시선을 끈다. 다양한 그래픽으로 입맛에 맞게 불빛을 조절할 수도 있다.
실내도 내연기관 컨트리맨과 동일하다. 9인치가 넘는 원형 OLED 디스플레이는 매우 선명하고 깔끔한 모습이다. 각종 기능을 재치 있는 그래픽과 함께 전달한다. 전기차 전용 구성이 돋보이는데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어 사용하는 내내 편했다. 사실상 계기판은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대체한다. 틸트업 방식이지만 제법 크고 정보를 많이 품고있어 주행을 하는 데에 전혀 어색하지 않다.
오히려 계기판을 차지했던 두툼한 대시보드가 평평해져 훨씬 개방감을 높인다. 이와 함께 물리버튼은 최소화 했는데 토글 형식의 변속레버나 열쇠를 잡아 돌리는 듯한 느낌을 주는 시동 버튼들이 역시 미니답다. 센터 터널은 공간감을 강조했다. 위쪽에는 휴대폰 무선충전패드가 위치하고 아래쪽에는 전부다 수납의 영역이다. 특히, 다양한 디자인으로 센스 있는 모습을 볼 수가 있다.
팔걸이는 앞뒤로 조정이 가능하지만 별도의 콘솔박스는 마련돼 있지 않다. 소재도 집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친환경 패브릭을 과감하게 둘렀는데 직조가 단단하고 그라데이션 효과도 있어 무척 인상적이다. 내구성 부분에서도 충분히 타협을 이뤘으며 그만큼 저렴한 구석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마치 따뜻하고 분위기 좋은 라운지에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을 준다. 이와 함께 각 주행 모드 마다 바뀌는 은은한 간접 조명도 힘을 더한다.
커진 자체의 이점은 2열에서 전부 이어받았다. 무릎 공간이 기대보다 훨씬 여유롭고 머리 위 공간도 충분하다. 특히, 시트의 면적이 커서 착좌감을 높이는 데에도 한 몫 한다. 전용 송풍구와 USB 충전 포트, 컵홀더겸 팔걸이 정도가 마련돼 있으며 슬라이딩과 리클라이닝도 들어있다. 트렁크도 이제는 짐을 수납하는 데에 전혀 불만이 없는 사이즈가 나온다. 심지어 40:20:40 비율로 2열을 접으면 훨씬 넉넉하게 활용할 수 있다.
일렉트릭 미니 컨트리맨은 2가지의 파워트레인으로 나뉜다. 'SE ALL4'는 2개의 전기 모터를 탑재한 사륜구동이다. 험로에서도 거침없이 달릴 수 있으며 최고출력 313마력, 최대토크 50.4㎏∙m를 발휘한다. 실제 고성능 버전인 미니 JCW 컨트리맨의 이전 세대 보다 더 높은 출력을 발휘하며 0→100㎞까지 단 5.6초만에 가속한다.
이와 함께 'E’에는 최고출력 204마력, 최대토크 25.5kg·m를 내는 전기모터가 앞축에 장착된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하는 시간은 8.6초다. 두 트림 모두 66.5㎾h 용량의 고전압 배터리가 차체 하부에 장착되고 환경부 인증 기준 1회 충전 주행 가능 거리는 E가 복합 349km, SE ALL4가 복합 326㎞다.
초기 발진가속은 차분하다. 다른 미니 전기차 라인업보다 훨씬 더 정제돼 있으며 부드럽게 가속 하는 느낌이다. 패밀리카 영역도 소화해야 하는 나름 크기가 큰 SUV임을 감안하면 훨씬 이상적인 세팅이라고 본다. 적어도 일반 모드에서는 내연기관 차와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자연스러운 가속을 유도하며 쾌적하게 이동할 수 있다.
그렇다고 이 차가 그저 그런 밋밋한 성능을 갖고 있지는 않다. 가속페달을 조금만 밟아보면 순식간에 속도계를 튀기며 당차게 달려 나가는 모습을 볼 수가 있다. 전기에너지 특유의 힘을 경험할 수 있고 언제든지 원하는 속도에 차를 올려 놓는다. 이 상황에서 주행 모드를 스포츠로 두면 반전의 깜짝 실력도 볼 수 있는데 순식간에 터져 나오는 토크를 바탕으로 기다렸다는 듯이 내달린다.
크기와 무게를 생각하면 훨씬 놀라운 결과값이다. 상당한 재미를 보장하고 저절로 웃음꽃이 피어 난다. 여기에는 특유의 가상 사운드가 큰 조력자 역할을 한다. 지금까지 전기차에서는 들어본 적 없는 완전히 새로운 음색이다. 심지어 속도 구간에 맞춰서 톤이 전부 다르다. 절정에 다다르면 ‘펑’하고 터지는 사운드도 들을 수 있다. 묘한 중독을 갖고 있으며 자꾸만 듣고 싶어 역동적인 주행을 이어나갈 정도다. 가상 사운드에 대한 편견과 거부감을 지우고 진한 매력과 여운으로 돌아온다.
반면, 핸들링은 무난하다. 운전자가 의도하는 방향에 맞춰서 정직하게 몸을 튼다. 엄청난 직결감을 강조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갈피를 못 잡거나 헐렁 이는 건 더더욱 아니다. 민감한 운전자가 아니라면 대부분 여유롭고 부드럽다고 느낄만한 좋은 세팅이다. 그만큼 오랜 시간 미니가 보여줬던 완성도 높은 수준의 핸들링을 보여준다.
반대로 전기차 특성을 살린 낮은 무게중심은 컨트리맨과 상당히 잘 어울렸다. 고속으로 달리거나 빠르게 코너를 공략해도 전혀 불안하지 않았다. 차는 진득하게 바닥에 가라 앉으면서 상당한 믿음을 심어줬다. 기본적인 배터리 특성의 영향이 컸지만 확실히 내연기관과는 다른 이점으로 작용한다.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 또한 다양하게 들어있다. 모든 제품에 안전 운전을 보조하는 드라이빙 어시스턴트와 주차를 돕는 파킹 어시스턴트가 기본이다. 페이버드 트림에는 정차 및 재출발을 지원하는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차선 유지 보조 등이 포함된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플러스’와 서라운드 뷰, 리모트 3D 뷰, 드라이브 레코더 등이 추가된 ‘파킹 어시스턴트 플러스’도 장착했다. JCW 트림의 경우 BMW그룹 최고 수준의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인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프로페셔널’ 등이 추가된다.
일렉트릭 미니 컨트리맨은 전기차가 보여 줄 수 있는 특징을 가장 잘 살린 SUV다. 안정적인 거동은 물론 강력한 전기 에너지의 힘을 미니 특유의 재미있는 운전 감성과 결합했다. 차의 매력을 끌어 올리는 건 당연한 일이며 고성능 내연기관 버전과는 또 다른 즐거움을 안겨다 준다.
또 지구 환경을 전혀 해치지 않으면서도 경제성까지 챙겼다. 패밀리카 필수 덕목인 정숙성과 고급진 감각은 덤으로 챙겨간다. 전동화 파워트레인의 특성을 온전히 누리면서 미니가 갖고 있는 매력까지 모두 경험하고 싶다면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한편, 일렉트릭 미니 컨트리맨의 가격은 5,670~6,610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