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방직기로 시작한 세계적 기업의 탄생, 토요타 산업기술 기념관

입력 2025년03월21일 09시50분 박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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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섬유기계관, 사업 초기 토요타 역사 보여줘
 -자동차관, 오랜 도전의 역사 한 눈에 집대성

 

 나고야 역에서 메이테츠선을 타고 단 한 정거장 거리에 위치한 사코 역에서 내린다. 여기서 도보로 3분 정도를 걸어가면 붉은색 벽돌 건물이 나타난다. 토요타 산업기술 기념관이다. 1911년에 지어진 이 붉은 벽돌 건물 속에는 토요타의 뿌리와 기술 혁신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로비에 들어오면 거대한 원형 방직기가 관람객을 맞는다. 1924년 토요타가 제작한 방직기로 원운동을 통해 넓은 천 조각을 조용히 직조할 수 있는 기계라는 점에서 주목 받았다. 당시 세계 19개국에서 특허를 받았을 정도로 혁신적인 기술이었다. 

 

 갑자기 왜 방직기일까 생각할 수 있겠지만 토요타는 본래 방직기 사업으로 출발한 회사다. 그래서 전시관도 19세기 말 부터 20세기 초 까지의 방직 기계들을 전시한 섬유기계관과 자동차관으로 구분되어 있다. 

 






 

 섬유기계관에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방직기가 전시되어있다. 그리고 대부분은 실제로 가동까지 될 정도로 관리가 잘 되어 있다. 대부분은 직원들이 상주해 있어 관람객에게 직물을 짜는 모습을 시연하고 있었다. 

 

 토요다 기이치로가 연 토요타자동차의 시작은 한 소년의 이야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이치로의 아버지 토요다 사키치다. 목수 집안의 장남이었던 그는 가업을 물려받는 일본의 오랜 전통을 거부하고 다른 길을 택한다. 

 

 여기엔 그의 어머니의 영향이 컸다. 소년 사키치의 어머니는 밤 늦게까지 베틀을 돌리며 옷감을 짰다. 어머니가 고생하는 걸 본 그는 보다 쓰기 편한 방직기를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그렇게 밤낮으로 직접 설계도를 그려가며 시행착오를 거듭했고 1894년 23세의 나이에 한 손으로 작동할 수 있는 '토요다식 복제인력직기'를 만드는 데 성공한다. 편리함은 물론이거니와 기존보다 50% 빠르게 직물을 만들 수 있었다. 

 


 

 사키치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기존 제품의 개선에 개선을 거듭했고 불편한 점이 발견되면 끊임없이 연구해 새로운 방직기를 발명했다. 실제로 그가 1894년부터 1914년까지 개발한 직기만 6개에 달했고 1924년에는 지금의 토요타를 있게 한 'G형 자동직기' 개발에 성공한다. 

 

 G형 자동직기 제작에는 그의 아들이었던 토요다 기이치로도 크게 기여했다. 도쿄제국대학교(현 도쿄대학교)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기이치로는 아버지와 자동직기 양산을 위해 매달렸고, 이 과정에서 20여개의 특허를 출원한다. 그렇게 토요다 부자의 1926년 '토요다 자동직기 제작소'가 출범했다.

 

 이 자동직기 개발은 일본 산업 발전의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받는다. 현장에서 직접 기계가 작동하는 모습을 시연하는 직원들의 설명을 들으며 면실이 실로, 그리고 천으로 변하는 과정을 지켜보니 마치 마법을 보는 듯했다. 전시물에는 일본어뿐만 아니라 영어 안내문도 있어 외국인 관람객들도 이해하기 쉬웠다. 

 


 

 이어진 자동차관에서는 토요타의 자동차 제조 역사와 기술 혁신이 한눈에 펼쳐졌다. 1936년 최초로 양산된 승용차 'AA'에서부터 지금의 하이브리드 자동차까지, 토요타가 쌓아온 기술 발전의 흐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곳곳에는 토요타가 자동차를 만들어가기까지의 고단한 도전의 기록들이 남아있다. 방직기 제작소의 일과가 끝나면 직원들과 부품에 대한 연구를 하는 전시물부터 나무로 차 모형을 만들고, 여기에 철판을 얹어 망치로 차체를 두드린 기록들도 볼 수 있다. 

 


 


 

 하이브리드와 수소차, 전기차 등 다양한 전동화 기술과 관련해서도 오랜 기간 연구를 이어왔다는 부분도 눈길을 끈다. 2000GT, 수프라, AE86 등 자동차 마니아라면 좋아할만한 기념비적인 차종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도 관람 포인트다. 

 

 모토마치 공장 일부를 재현해둔 생산 기술 전시 공간은 자동차 생산 방식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관람객의 가장 큰 관심을 모은 곳은 차체와 하부 부품 결합 장면을 시현하는 포인트. 섬유 산업에서 자동차 제조업으로의 전환이 단순한 사업 확장이 아닌 기술 혁신의 결과임을 보여주는 공간이었다.

 




 

 화려한 쇼핑가나 나고야 성만을 떠올리는 여행객이라면, 이번에는 조금 색다른 여행지를 고려해보는 것은 어떨까. 산업과 기술의 역사, 그리고 자동차를 좋아하는 이들은 물론이거니와 호기심 많은 여행자들에게도 토요타 산업기술 기념관은 특별한 경험을 받을만 하다. 

 

 한편, 토요타 산업기술 기념관 입장료는 성인 기준 500엔, 영어 오디오 가이드를 200엔에 대여할 수 있다. 월요일은 휴관일이다. 

 

 일본 나고야=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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