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오염 주범 논란, 보다 냉정히 바라봐야
-규제를 충족한 디젤차, 비난할 수 있나
폭스바겐코리아가 최근 시장에 출시한 골프 부분변경을 두고 일각에서 "또 디젤차를 가져왔다"라는 비판 섞인 시각이 나온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디젤차가 시장의 선호도에 따라 외면받을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디젤차를 출시하는 회사 자체를 비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이성적으로 따져보자. 지금 판매되는 디젤차는 최신 유로6d 배출가스 기준을 충족한 차다. 문제는 규정치 이상의 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NOx)을 내뿜는 관리되지 않은 4~5등급 노후 경유차와 통계에 제대로 잡히지 않는 노후 건설기계다. 여기서 말하는 5등급 차 또는 노후 건설기계는 대부분 2006년 이전 생산분, 즉 유로3 배출 규제에 맞춰 만들어진 차다.
어느 정도의 차이일까. 당시 유로3 배출 기준은 질소산화물을 500mg/㎞로 규제했다. 현재의 유로6d는 114mg/㎞로 당시보다 77%를 줄여야 한다. 그리고 지금 시중에 나오고 있는 디젤차들은 모두 이 규제를 충족하고 있다. 지금의 디젤차와 그때의 디젤차는 다르다는 의미다.
자동차 업계도 디젤 엔진이 가솔린보다 질소산화물과 초미세먼지 등의 배출이 상대적으로 많다는 점을 인정한다. 이를 억제하기 위해 도입한 게 매연에 요소수를 분사해 이를 유해하지 않은 물질로 바꾸는 SCR, 필터로 유해물질을 걸러내는 DPF 등의 후처리장치다. 최근엔 마일드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등 전동화 기술까지 접목해 더 깨끗해지고 있다.
질소산화물이 우리의 건강에 나쁠지언정 지구의 건강을 해치는 건 탄소다. 그리고 디젤차의 탄소 배출량은 가솔린보다 낮다는 게 여러 차례 입증되어왔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의 '자동차 연비 및 CO₂ 배출량 통계'를 살펴보면 국내에 판매 중인 가솔린차의 평균 탄소 배출량은 140g CO₂/km인 반면 디젤은 평균 130g CO₂/km다. 디젤차를 환경 오염의 주범이라고 무조건적으로 낙인 찍는 건 균형 잡힌 시각이라고 보기 힘들다.
'재고 떨이'라는 주장에도 동의하기 힘들다. 이달 국내에 나온 골프 부분변경은 2024년 4월 글로벌 시장에서 생산을 시작한, 시장에 나온 지 불과 1년이 채 되지 않은 신차다. 이미 주요 시장에서 단종됐거나 단종을 앞뒀을 때 출시해서 더 많은 할인을 제공해야 재고떨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결정적으로 폭스바겐코리아가 디젤차만 가져온다는 주장도 논거가 부족하다. 현재 폭스바겐이 판매 중인 차 5대(골프, 골프 GTI, 티구안 올스페이스, 투아렉, ID.4) 중 디젤은 2대뿐이다. 더욱이 곧 출시할 ID.5는 전기차고 골프 GTI 부분변경과 아틀라스는 가솔린이다.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고 있을 뿐, 디젤에 매달리는 행보라고 볼 수는 없다.
더욱이 골프는 골프 그 자체로 인정받아 마땅한 자동차다. 1974년 첫 출시 이후 50년 이상 단 한 번의 단절 없이 진화한 몇 안 되는 차다. 세계 시장에서 3,700만 대 이상 팔린 글로벌 베스트셀러로 2005년 '디젤 엔진'을 얹은 5세대 골프가 국내에 처음 상륙한 이후 오랜 기간 국내 해치백 시장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폭스바겐코리아는 골프의 오랜 헤리티지를 기념하는 캠페인을 이어오고 있다.
이유야 어쨌든 최신 배출 규제를 모두 충족한 차에 해묵은 디젤게이트 논쟁이나 환경오염, 재고떨이 프레임을 씌우고자 하는 건 여러모로 적절치 않아 보인다. 시장의 선호도가 떨어졌다면 이를 극복하기 위해 마케팅과 영업 부서가 열심히 움직여야 할 일이다.
약물 도핑으로 논란이 된 운동선수가 철저한 훈련과 관리, 자기극복을 통해 재기에 성공했다면 세상은 그를 어떻게 봐야 할까. 위생 문제로 논란을 겪었던 속초의 한 닭강정집이 절치부심하며 철저한 위생 시설과 관리 체계를 구축해 신뢰를 회복한 사례는 또 어떤가. 결국 중요한 것은 과거의 실수를 반성하고 철저한 개선을 통해 새롭게 평가받는 것이다. 폭스바겐과 골프 또한 그런 관점에서 공정한 평가를 받아야 하지 않을까.
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